LNG 수입 '큰손' 이었던 일본, 이젠 '허브'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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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가스시장 구축에 주력
亞 신흥국 LNG 터미널 투자
공급과잉 물량 '재수출 전략'
수입량 유지…에너지안보 강화
亞 신흥국 LNG 터미널 투자
공급과잉 물량 '재수출 전략'
수입량 유지…에너지안보 강화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인 일본이 그간 쟁여둔 LNG를 동남아시아와 대만 등에 ‘밀어내기 수출’을 하고 있다. 아시아 신흥국들에 LNG 수입 터미널을 지어주면서다.
이는 원자력 발전 재개 등으로 자국 내 LNG 소비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에너지 안보적 측면에서 LNG 수입 물량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하는 일본 정부의 전략과 일치한다. LNG를 생산하지 않는 일본이 재수출을 통해 LNG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은 탈원전을 택했고, 원전의 대안으로 LNG 수입량을 더욱 늘려왔다. 그러나 JOGMEC에 따르면 2022회계연도(2022년 4월 1일부터 2023년 3월 31일까지) 기준 LNG 수입량은 전년 대비 8% 감소해 1억2000만톤에 그쳤다. 2009년 이후 최저치다. 이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원전을 다시 가동하겠다”고 한 여파다.
태양광·풍력 발전이 탄력을 받은 것도 원인이다. 원전, 신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발전원이 늘면서 LNG 소비량이 줄어들자 일본 기업들이 LNG 수입을 줄이고 있다는 의미다. 2022년 일본의 LNG 수입량 1억2000만톤 중 국내 사용량은 7100만톤을 차지했다. 국내 소비량은 오는 2030년이면 5000만톤 내외로 4분의 1 이상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에너지경제재정분석연구소(IEEFA)는 “제라(JERA), 도쿄가스, 오사카가스, 간사이전력 등 일본의 주요 LNG 플레이어들은 연간 1200만톤의 LNG 공급 과잉을 겪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공급 과잉 전망에 대한 일본의 선택지는 ‘밀어내기 수출’이다. 늘어나는 LNG 재고를 해결하기 위해 동남아 국가들에 LNG 수입 터미널을 지어주면서다. 에너지 유연성과 안보를 고민하는 일본 정부도 기업들의 ‘아시아 가스 시장’ 구축 전략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4년 전 일본 경제산업성은 “2030년까지 LNG 처리 능력을 연간 1억톤으로 유지한다”는 계획을 채택했다.
IEEFA에 따르면 일본은 도쿄가스, 오사카가스, 간사이전력이 주도해 대만을 비롯해 방글라데시,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에서 30개 이상의 가스 관련 프로젝트에 발을 담그고 있다. 지분을 취득했거나 LNG를 공급하기로 하면서다.
로이터통신은 “국제가스연맹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산한 것에 따르면 2019년 이후 현재까지 일본 기업들은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필리핀에 총 1620만톤 용량의 신규 LNG 수입 터미널에 투자했다”고 전했다. 일본의 투자 덕분에 베트남과 인도에도 오는 2030년까지 연간 1300만톤 용량의 LNG 수입 터미널이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다.
2022년 기준 일본의 제3국 LNG 판매량(재수출량)은 2018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해 3157만 톤으로 늘었다. 이처럼 타지에서 수입한 LNG를 국내 소비하지 않고 제3국으로 되파는 외부 거래량은 2018년 1497만톤에서 2019년 2818만톤, 2020년 3394만톤, 2021년 3811만톤, 2022년 3157만톤으로 꾸준히 늘었다.
일본 기업들은 이를 위해 LNG 조달 전략을 바꾸고 있다. 2021년엔 일본 기업들이 구매한 가스의 53%는 재판매 금지 조건이 걸린 물량이었다. 이 비중은 가장 최근에 42%까지 줄었다. 카타르 등 까다로운 생산업체 대신 미국, 호주 등 우방국의 유연한 생산업체와의 계약을 늘린 덕분이다. IEEFA의 크리스토퍼 돌먼 LNG 전문가는 “오는 2030년이면 일본이 맺는 LNG 수입 계약의 60%에 목적지 제한이 없어질 것”이라며 “일본의 LNG 거래 능력이 성장할 것이란 의미”라고 말했다.
일본은 LNG 거래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은 LNG 수입 규모 면에서 일본과 1, 2위를 다투고 있다. 페트로차이나에 따르면 중국의 LNG 수입량은 올해 전년 대비 12% 증가해 80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역시 일본처럼 이를 제3국에 재수출하는 거래량을 늘리고 있다.
기후 운동가들은 “선진국인 일본이 신흥국의 탈탄소화를 돕지는 못할 망정 동남아에서 LNG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며 일본의 밀어내기 수출을 비판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이는 원자력 발전 재개 등으로 자국 내 LNG 소비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에너지 안보적 측면에서 LNG 수입 물량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하는 일본 정부의 전략과 일치한다. LNG를 생산하지 않는 일본이 재수출을 통해 LNG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脫 LNG는 절대 안돼
일본은 한국처럼 자원 빈국으로 분류된다. 일본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 주도로 적극적으로 해외 자원 개발에 투자해왔다. 그 결과 일본은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이 됐다. 연간 2억 톤이 넘는 LNG를 처리할 수 있는 수입 터미널을 운영하면서 매년 꾸준하게 1억톤을 웃도는 LNG를 수입하고 있다.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은 탈원전을 택했고, 원전의 대안으로 LNG 수입량을 더욱 늘려왔다. 그러나 JOGMEC에 따르면 2022회계연도(2022년 4월 1일부터 2023년 3월 31일까지) 기준 LNG 수입량은 전년 대비 8% 감소해 1억2000만톤에 그쳤다. 2009년 이후 최저치다. 이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원전을 다시 가동하겠다”고 한 여파다.
태양광·풍력 발전이 탄력을 받은 것도 원인이다. 원전, 신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발전원이 늘면서 LNG 소비량이 줄어들자 일본 기업들이 LNG 수입을 줄이고 있다는 의미다. 2022년 일본의 LNG 수입량 1억2000만톤 중 국내 사용량은 7100만톤을 차지했다. 국내 소비량은 오는 2030년이면 5000만톤 내외로 4분의 1 이상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에너지경제재정분석연구소(IEEFA)는 “제라(JERA), 도쿄가스, 오사카가스, 간사이전력 등 일본의 주요 LNG 플레이어들은 연간 1200만톤의 LNG 공급 과잉을 겪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공급 과잉 전망에 대한 일본의 선택지는 ‘밀어내기 수출’이다. 늘어나는 LNG 재고를 해결하기 위해 동남아 국가들에 LNG 수입 터미널을 지어주면서다. 에너지 유연성과 안보를 고민하는 일본 정부도 기업들의 ‘아시아 가스 시장’ 구축 전략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4년 전 일본 경제산업성은 “2030년까지 LNG 처리 능력을 연간 1억톤으로 유지한다”는 계획을 채택했다.
○‘큰손’에서 ‘허브’로
일본 도쿄가스는 올 1월 베트남의 타이빈 지방에서 1.5기가와트(GW) 규모의 LNG 발전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필리핀의 LNG 재기화 터미널 지분도 매입했다. 마루베니와 소지츠는 인도네시아에서 1.8GW 규모의 LNG 발전소를 착공했다.IEEFA에 따르면 일본은 도쿄가스, 오사카가스, 간사이전력이 주도해 대만을 비롯해 방글라데시,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에서 30개 이상의 가스 관련 프로젝트에 발을 담그고 있다. 지분을 취득했거나 LNG를 공급하기로 하면서다.
로이터통신은 “국제가스연맹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산한 것에 따르면 2019년 이후 현재까지 일본 기업들은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필리핀에 총 1620만톤 용량의 신규 LNG 수입 터미널에 투자했다”고 전했다. 일본의 투자 덕분에 베트남과 인도에도 오는 2030년까지 연간 1300만톤 용량의 LNG 수입 터미널이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다.
2022년 기준 일본의 제3국 LNG 판매량(재수출량)은 2018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해 3157만 톤으로 늘었다. 이처럼 타지에서 수입한 LNG를 국내 소비하지 않고 제3국으로 되파는 외부 거래량은 2018년 1497만톤에서 2019년 2818만톤, 2020년 3394만톤, 2021년 3811만톤, 2022년 3157만톤으로 꾸준히 늘었다.
일본 기업들은 이를 위해 LNG 조달 전략을 바꾸고 있다. 2021년엔 일본 기업들이 구매한 가스의 53%는 재판매 금지 조건이 걸린 물량이었다. 이 비중은 가장 최근에 42%까지 줄었다. 카타르 등 까다로운 생산업체 대신 미국, 호주 등 우방국의 유연한 생산업체와의 계약을 늘린 덕분이다. IEEFA의 크리스토퍼 돌먼 LNG 전문가는 “오는 2030년이면 일본이 맺는 LNG 수입 계약의 60%에 목적지 제한이 없어질 것”이라며 “일본의 LNG 거래 능력이 성장할 것이란 의미”라고 말했다.
일본은 LNG 거래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은 LNG 수입 규모 면에서 일본과 1, 2위를 다투고 있다. 페트로차이나에 따르면 중국의 LNG 수입량은 올해 전년 대비 12% 증가해 80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역시 일본처럼 이를 제3국에 재수출하는 거래량을 늘리고 있다.
기후 운동가들은 “선진국인 일본이 신흥국의 탈탄소화를 돕지는 못할 망정 동남아에서 LNG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며 일본의 밀어내기 수출을 비판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