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라 화재 알고보니…'먹통 잦은' 스프링클러 썼다
인천 청라 화재 원인이 '스프링클러 미작동'으로 밝혀진 가운데 해당 설비가 프리액션밸브(준비 작동식) 스프링클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준비 작동식 스프링클러는 지하주차장에는 부적합하다'는 전문가 지적에도 국내 대부분 아파트엔 해당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비슷한 사고가 얼마든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일 발생한 인천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 내부 조사에서 주차장 상부에 설치된 준비 작동식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 관계자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설치됐던 스프링클러는 준비 작동식인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정확한 미작동 원인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선 일정 규모 이상의 지하층엔 스프링클러 설비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스프링클러는 크게 습식, 건식, 준비 작동식과 일제살수식 등으로 분류하는데, 통상 지하 주차장엔 건식과 준비 작동식 스프링클러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관련법인 스프링클러 화재 안전 기술기준에서 주차장의 스프링클러 설비는 '습식 외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차장 내 스프링클러 설비 작동 방식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는 이유로 올해 2월에서야 해당 조항이 삭제됐고, 다른 스프링클러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준비 작동식 스프링클러는 크게 두 단계를 거쳐야만 화재를 감지할 수 있다. 화재 감지기가 연기 등을 감지하면 물을 헤드에 보내고, 이후 헤드에 지속해서 열이 가해지면 헤드가 터지면서 물을 뿌리는 식이다. 특히 해당 방식은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해 2개 이상의 화재감지기가 교차로 감지해야만 방수 돼 화재 진압에 시간이 상대적으로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단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평시 스프링클러 헤드까지 물이 차 있어 화재 시 즉각 물을 방수해 주는 ‘습식 스프링클러’와 달리 준비 작동식은 반응 시간이 늦고 각종 밸브 등에 따른 오동작 우려도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안정성도 떨어진단 분석이다. 연결된 밸브가 정상 관리되지 않거나 스프링클러 헤드 손상 시에도 배관 내 기밀 상태가 검증되지 않기 때문에 정작 화재 시 다른 곳으로 물이 새거나 오작동을 일으키는 등 문제를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준비 작동식 스프링클러가 지하 주차장 화재 진압에 적합한 방식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준비 작동식은 습식에 비해 화재 감지 단계가 복잡하고 오작동 우려도 크다"면서 "관련법이 개정된 만큼 지하주차장을 갖춘 아파트들은 습식 등으로 변경하는게 화재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일 6시15분쯤 청라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주차된 독일 벤츠사의 전기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차량 72대가 전소되고 또 다른 차량 70여대가 불에 그을렸다. 입주민 23명이 단순 연기를 흡입하기도 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