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해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해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사진=연합뉴스
"당연히 국산 배터리로 알고 있었는데 속은 느낌이네요." 7일 전기차 차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 같은 반응이 나왔다.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불이 난 벤츠 전기차 EQE에 리콜 전력이 있는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한 전기차 차주는 "중국산 배터리라서 불이 났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메르세데스-벤츠 EQ 클럽에서는 "벤츠코리아에 카페 차원에서 배터리 사양에 대한 공식적인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면 좋겠다"라는 주장도 나왔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일 화재가 발생한 벤츠 EQE에는 당초 알려진 세계 1위인 CATL 배터리가 아닌 중국 파라시스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파라시스의 NCM 배터리는 2021년 중국에서 화재 위험으로 리콜된 경력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파라시스는 지난해 글로벌 배터리 매출과 출하량 기준 세계 10위 업체다.

업계에 따르면 벤츠 모회사인 다임러는 2018년 파라시스와 10년간 17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2020년에는 벤츠가 파라시스 지분 3%를 인수했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성능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부품. 배터리 가격만 전기차 차량 가격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이번 벤츠 EQE 화재에서 "1억원 넘는 가격에 잘 알지도 못하는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됐다"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에 대한 '알 권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배터리가 전기차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부품임에도 벤츠를 비롯해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정보에 대해선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벤츠코리아에 따르면 벤츠 차주는 서비스센터에 직접 방문해야 배터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전기차를 구매할 때 배터리 정보를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완성차 제조 사가 따로 알려주지 않는 한, 소비자들이 스스로 배터리에 대한 정보를 알 방법은 사실상 없다. 더욱이 전기차 배터리는 차량 하부에 깔리기 때문에 눈으로 보기도 어렵다.

국토부는 내년 2월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배터리 인증제는 제작사들이 전기차 배터리가 안전 기준에 적합한지를 국토부 장관 인증을 받고 제작·판매하는 게 골자다. 또한 자동차 배터리 식별번호를 차량 등록 시 별도 등록하도록 하고 운행부터 폐차까지 이력을 관리하게끔 할 계획이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