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레지던트 등 사직 전공의 중 복귀자가 62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주일 새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로, 이들 가운데 일부는 종합병원 등 필수의료 현장에서 기존 전공의 시절 맡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직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가 점차 늘면서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도 점차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사직한 레지던트 5701명의 약 11%인 625명이 일반의로서 종합병원 등에 취업해 진료 현장으로 복귀했다고 7일 밝혔다. 이는 지난주 258명 대비 2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다. 사직한 레지던트 중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참여한 지원자는 모두 91명이다. 최소 700명 이상의 전공의 공백이 채워지는 셈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625명의 사직 전공의는 종합병원 등 의료기관에 일반의로 채용돼 근무를 시작했다. 일부는 사직으로 전공의 신분은 아니지만 입원환자 관리 등 기존 전공의들이 수행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련병원급은 아니지만 입원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근무 중인 사직 전공의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6일 기준 211개 수련병원에 출근한 전공의는 1204명이다. 여기에 새롭게 채용된 일반의, 하반기 모집에 응시해 9월에 복귀할 전공의 91명까지 더하면 어떤 형태로든 의료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는 2000명 수준으로 늘어난다. 전체 레지던트 1만506명의 20% 수준이다.

의료계 내에선 이 같은 분위기가 점차 상급종합병원 등으로 확산되면서 실질적인 복귀자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인제대 부산백병원. 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 등 상급종합병원들은 최근 채용 공고를 내고 전공의 빈자리를 채울 일반의 모집에 나섰다.

정부는 필수의료 병원들의 전공의 채용을 독려하는 가운데 9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추가 모집에 나서기로 했다. 레지던트 1년 차는 14일까지, 인턴·레지던트 2∼4년 차는 16일까지 모집한다.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명이라도 더 최대한 복귀하게 하기 위해서 좀 더 길을 열어서 한 번 더 연장 모집한다"며 "9월 하반기 모집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사직 등으로 최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응급의료체계의 유지 대책도 논의했다.

정부는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인상분을 활용한 전문의 인센티브 지원과 함께, 신규·대체 인력의 인건비와 당직 수당을 계속 지원해 응급실 인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또 응급의료기관의 촉탁의 추가 채용을 독려하고, 전문의가 부족한 권역·지역응급센터에는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을 배치하기로 했다. 중증환자나 다른 기관에서 넘어온 환자, 야간 진료 등에 대한 보상도 강화한다.

권역응급센터가 중증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의료 이용 행태도 일부 제한하기로 했다. 먼저 중등증(중증과 경증 사이) 이하 환자는 지역 응급센터·기관으로 이송한다. 특히 지역응급센터 중 인력이 충분한 곳은 '거점지역센터'로 지정해 권역응급센터의 업무를 분담하도록 한다.

증상이 가벼운 경증환자가 권역응급센터를 내원하거나 비응급환자가 권역·지역응급센터에 내원할 경우 의료비 본인 부담을 단계적으로 인상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정 실장은 "본인 부담 인상은 법령 개정이 맞물려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국민들께 충분히 알리고, 의료비 부담 수준에 관해서는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응급의료대책에 대해 의료계는 이례적으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응급의료기관 간 환자 중증도 분류에 따른 환자 분담, 경증·비응급 환자에 대한 본인 부담 상향, 중증 응급환자와 야간 진료에 대한 보상 강화 등은 학회가 오랫동안 일관되게 주장해온 사항으로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