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단식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안세영이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솔 기자
2024 파리올림픽 단식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안세영이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솔 기자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의 작심 발언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73)은 7일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면 바꾸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69)은 “우선 지도자 5명에게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며 독자적으로 관련 내용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의 중심에 선 대한배드민턴협회는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일정을 앞당겨 7일 귀국한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58)은 “안세영과의 갈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한체육회의 코리아하우스 기자회견에 안세영의 참석을 막았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그런 적 없다”고 못 박았다. 한국에 가서 다 밝히겠다고 했던 안세영은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싸우려는 의도가 아니라 제 마음을 이해해달라는 뜻으로 말한 것”이라며 “협회나 소속팀이랑 이야기를 나눠본 뒤 말씀드리겠다”고 말한 후 급히 자리를 떠났다. 자신의 발언으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일단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안세영은 지난 5일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대표팀에 정말 많이 실망했다”며 “이 순간을 끝으로 계속 함께 가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협회의 부상 관리뿐만 아니라 선수 육성 및 훈련 방식, 협회의 의사결정 등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배드민턴계에 따르면 안세영이 아시안게임에서 부상을 당한 이후로 협회와 갈등이 심해졌다. 개인 트레이너 고용, 후원사 용품 사용 등의 문제에서도 갈등이 쌓였다.

안세영과 협회의 갈등은 올림픽 직전 최고조에 이르렀다. 지난달 12일 프랑스 파리로 떠난 배드민턴 대표팀은 22일 올림픽 선수촌에 들어가기 전까지 훈련 캠프인 ‘팀코리아 파리 플랫폼’에서 현지 적응 훈련을 했다. 당시 훈련 중 발목을 다친 안세영은 한방치료를 비롯한 적극적인 대처를 원했다. 그러나 협회는 전력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우려해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지 않았다. 이는 선수 측의 입장이다.

협회는 안세영이 귀국한 뒤 10쪽 분량의 입장문을 통해 그의 주장을 반박했다. 특히 부상 관리에 대해 “선수의 대회 참가 여부 의사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국제대회에 참가시킨 대회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올림픽 직전 발목 부상과 관련해선 “선수가 지명한 한의사를 서울에서 섭외했고 신속하게 파리로 파견하는 데 1100만원 이상의 경비를 썼다”고 했다.

협회 입장에서는 안세영에 대한 지원이 오히려 ‘특혜’에 가까웠다. 대표팀은 안세영이 뛰는 여자 단식뿐만 아니라 남자 단식, 남녀 복식, 혼합 복식 등 여러 종목이 있어 누구 한 명만 특별히 챙기기 힘들다. 그럼에도 협회는 안세영을 위해 단식 전문 코치 선임, 대회 기간 한의사 파견 등의 노력을 했다고 주장했다. 안세영의 전담 트레이너가 올림픽에 동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선 “계약기간이 6월 말로 끝나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계약기간을 연장하자고 제안했는데 본인이 파리행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체적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훈련 방식 및 체력 프로그램 방식을 면밀하게 조사한 뒤 공유하겠다”고 덧붙였다.

선수와 협회 간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앞서 수영의 박태환(35)은 훈련 방식을 놓고 대한수영연맹과 오랜 갈등을 겪었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선 손흥민(32) 등 일부 선수가 개인 트레이너 고용 문제를 두고 대한축구협회와 갈등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안세영과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갈등은 다양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양측이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는 현재 분위기로는 문제가 쉽게 봉합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