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교육 스타트업 테일트리의 임수미 대표가 지난 6일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은 교육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교육 스타트업 테일트리의 임수미 대표가 지난 6일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은 교육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조만간 인공지능(AI)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시대가 옵니다. 그렇다면 아이 머릿속에 지식과 기술을 주입하는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교육 스타트업 테일트리의 임수미 대표는 지난 6일 “AI 시대에 필요한 교육법은 기존 고정관념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거듭 강조했다. 임 대표는 2020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어린이 커뮤니티 플랫폼 기업인 테일트리를 창업했다.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엔지니어의 한국 어린이 대상 ‘과학 꿈나무’ 강연을 주최하기 위해 방한한 임 대표는 “싫어하는 공부나 일을 억지로 하다 보면 ‘어차피 AI가 더 잘하는데’라는 생각에 쉽게 포기한다”며 “하지만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이라면 계속할 수 있는 추진력과 창의력이 생기는 만큼 아이도 어른도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AI의 등장으로 기존 교육이 핵심 사항으로 여겨온 ‘업스킬(upskill)’이 의미를 잃는 시대가 왔다고 했다. 업스킬이란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배우고, 기량을 향상하는 데 집중한다는 뜻이다. AI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프로그램 사용이나 코딩을 배우는 게 그 예 중 하나다. 그는 “AI가 발전할수록 인간이 알아야 하고 해야 하는 일이 줄어든다”며 “예를 들어 피아노를 잘 치기 위해 연습하는 게 업스킬이라면, 피아노를 즐기면서 치는 게 AI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저출생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한국은 AI 시대에 어린이를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도 했다. 임 대표는 “미래를 이끌어갈 세계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자) 중 한국인 비중이 작을 텐데 AI로 대체할 수 있는 일반적인 지식이나 단순 기술 교육에만 집중하는 건 좋은 전략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력을 키워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임 대표는 오라클과 어도비, 삼성전자 미국법인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과정에서 기술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특히 소셜미디어나 게임에 과몰입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마음이 많이 쓰였다고 했다. 그러다 기술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방법을 고민하게 됐고, 교육업체인 테일트리 창업으로 이어졌다. 그는 “아이들이 단순히 기술을 소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생산적인 무언가를 할 방법은 없을지 생각했다”며 “아이들을 위한 기술 플랫폼인 테일트리를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테일트리 창업 즈음의 코로나19 확산은 오히려 사업모델을 가다듬는 기회가 됐다. 아이들이 원격수업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테일트리는 NASA 과학자, 열대우림 전문가, 동화작가 등 다양한 분야와 국적의 전문가들이 여러 나라 아이들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임 대표는 “국경을 초월하는 협력이 필요한 시대에 교육도 적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