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분기 매출이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초저가’를 앞세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공세로 국내 e커머스 시장 경쟁이 격화한 상황에서도 올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나 늘었다. 쿠팡 창업자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고객이 계속 소비를 늘리고 있다. 미래 성장 기회가 무궁무진하고, 아직 개발되지 않은 부분이 상당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친 만큼 올해 연매출 40조원 달성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쿠팡, 매출 10조원 내고도…'과징금 폭탄'에 적자 전환
미국 뉴욕증시 상장사인 쿠팡 모기업 쿠팡Inc는 올 2분기 매출이 10조357억원(약 73억2300만달러)을 기록했다고 7일 발표했다. 분기 매출 10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0%라는 증가율은 10년 이상 지속된 대규모 물류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쿠팡은 그동안 6조원 이상을 투자해 전국 곳곳에 물류센터를 지으며 ‘쿠세권(로켓배송 가능지역)’을 넓혀왔다. 올초엔 2027년까지 3조원을 추가 투자해 로켓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 의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프레시·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한때 인정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매 분기 확고한 성장과 현금 흐름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쿠팡이츠·파페치 등 성장사업 부문도 전년 동기 대비 483% 증가한 1조2224억원(약 8억92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국 물류망을 바탕으로 압도적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 효과로 쿠팡의 활성 고객은 매년 늘고 있다. 2021년 2분기 1702만 명이던 활성 고객은 지난해 2분기 1971만 명, 올 2분기엔 2170만 명으로 증가했다. 고객 1인당 분기 매출은 42만34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늘었다.

매출은 사상 최고치를 찍었지만, 영업손익은 여덟 분기 만에 적자(342억원)로 전환했다. 이번 실적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날 최종 부과한 과징금 약 1628억원이 선반영됐기 때문이다. 미국 상장 기업은 실제 비용을 지출하지 않아도 사건이 발생·공표된 시점의 비용을 실적에 미리 반영하는 발생주의 원칙을 따른다. 올해 1월 인수를 완료한 명품·패션 플랫폼 파페치의 영업손실(424억원)도 영향을 미쳤다.

쿠팡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재무 건전성을 강조했다. 2분기 쿠팡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7조5867억원(55억3600만달러)으로, 작년 말(52억4300만달러)보다 늘었다. 최근 유동성 악화로 촉발된 티몬·위메프 사태를 고려한 것이다.

수익성은 3분기에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날부터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한 ‘와우멤버십’ 월 이용료 증가분이 3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된다. 지난해 말 기준 와우멤버십 회원 수(1400만 명)를 대입해 단순 계산하면, 멤버십 이용료에서 나오는 분기별 수익은 2095억원에서 3313억원으로 1200억원 이상 늘어난다. 1630억원의 공정위 과징금 부담은 미리 털어냈다. 여기에 티몬·위메프 등에서 이탈한 고객이 유입되면 매출 증대 효과도 기대된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