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상모씨는 4년째 경비업에 종사하고 있는 아파트 경비 요원이다. 군 전역 후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포기하고 대체 직업으로 경비업을 택했다. 상씨는 “적성에 맞고, 월급 등 처우도 나쁘지 않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주로 노인 일자리로 여겨지던 경비업의 ‘고용 지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 경비업에 종사하는 3040세대 ‘젊은 경비원’이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쇼핑몰, 은행, 병원의 보안 요원을 넘어 아파트, 오피스텔 등의 건물 경비원도 청년 일자리로 자리 잡아가는 모양새다.

○‘젊은 경비원’ 지난해 4만 명 돌파

아파트 근무도 '정규직'…경비원이 젊어진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30·40대 경비원은 2022년(3만4751명)보다 15.1% 증가한 4만25명으로 집계됐다. 아파트 경비를 포함해 경호 경비, 기계 경비 등 업종에 종사하려면 의무교육을 이수하고, 경비 업체나 개인이 시·도경찰청 허가를 받아야 한다.

30·40대 경비원은 2019년 3만4953명, 2020년 3만6940명, 2021년 3만7877명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 도심 아파트에선 요즘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고령층 경비원 대신 젊은 경비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강남권 등 고급 아파트에선 전원이 40대 미만인 경우도 많다. 사설 경비업체 에스텍시스템의 이충연 경영지원실장은 “고급 아파트일수록 입주민회의에서 연령 제한을 두고 경비원을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급여, 복지 등이 개선되며 청년들도 경비원 업무를 노인 일자리로 인식하지 않는 분위기다. 10년 차 건물 경비원인 40대 김모씨는 “경비 업체 규모가 커지며 복지와 근무 환경이 개선됐다”며 “승급·승진 제도를 두거나 자녀 학자금을 지급하는 곳도 많아 충분히 평생 직업으로 삼을 만하다”고 말했다. ‘20~40대 경비원’ 자리는 고령층 경비원보다 임금이 통상 20%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규직화’에 ‘어르신 일자리’ 인식 변화

고용 체계 변동도 인식 변화에 영향을 끼쳤다. 그동안 아파트 입주민회의는 경비 인력을 직접 고용해 왔지만, 경비업체에 통째 경비 업무를 위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명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한 대형 건설회사가 자체 경비 업체를 설립해 일괄 공급하기도 한다. 경비 업체 규모가 커지니 오래 일할 젊은 정규직을 뽑는 곳도 많아졌다. 소규모 아파트를 대상으로 도급·위임 경비 계약을 하는 업체는 전국 약 4200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경비 업무 자체가 비교적 난도가 낮은 ‘감시단속직’(감시를 주 임무로 휴식 시간을 두고 간헐적으로 일하는 일자리)에서 전문화된 종일제 서비스 업무로 변화해 젊은 경비원을 선호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동중영 한국경비협회 회장은 “최근의 경비원은 단순 순찰과 보초를 넘어 기계를 다루는 ‘로컬 경비 시스템’의 전문요원”이라며 “젊은 경비원이 CCTV 등 전자 장치를 조작하는 데도 능하다”고 했다.

입주민들은 안전 문제 때문에라도 젊은 경비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논현동 한 아파트 입주민 강모씨(47)는 “아파트에서 종종 발생하는 입주민 갈등이나 경찰 출동 사태 때 아무래도 젊은 경비원이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들의 정년퇴직 후 ‘마지막 일자리’로 꼽히는 경비직에서 중장년층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기준 전체 경비원(18만9000여 명) 중 60.7%인 11만4000명은 여전히 60대 이상 고령자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