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 칼럼] 경영 교과서 양궁 vs 실패학 교과서 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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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양궁 선전 비결은
흔들림 없는 목표·도전의식
치열한 경쟁·공정한 평가
혁신과 서번트 리더십까지
길 잃은 女배구, 실패 조직 맹점만
경쟁·절박함·구심점 모두 실종
'방구석 여포' 머물면 팬 떠날 것
윤성민 논설위원
흔들림 없는 목표·도전의식
치열한 경쟁·공정한 평가
혁신과 서번트 리더십까지
길 잃은 女배구, 실패 조직 맹점만
경쟁·절박함·구심점 모두 실종
'방구석 여포' 머물면 팬 떠날 것
윤성민 논설위원
2004년 아테네올림픽 현지 적응차 아테네에 온 양궁 남녀 국가 대표 선수 6명은 담력 훈련으로 코린토스 운하 번지 점프대에 갔다. 서거원 감독이 솔선수범으로 높이 95m 점프대에서 제일 먼저 뛰고, 이어 선수들은 희망자 순으로 뛰기로 했다. 첫 번째로 한 여자 선수가 뛰었고, 두 번째와 세 번째도 여자 선수들이었다. 남은 남자 선수 3명은 자원이 아니라 연장자 역순으로 뛰기로 정하고 막내부터 뛰었다. 그해 올림픽 개인전 성적은 묘하게도 번지점프 순서대로였다. 가장 먼저 뛴 박성현이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두 번째 이성진이 은메달을 차지했다. 나머지는 모두 개인전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
그렇게 배짱을 키운 박성현에게도 가슴 아픈 기억이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인 결승전에서 중국 선수에게 1점 차(총점제)로 패해 한국 여자 개인전 금메달 행진을 이어가지 못했디. 박성현이 분패한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응원단의 비매너 소음 방해였다. 화살을 놓기 직전 크래커 타임마다 중국 응원단에서 새어 나오는 호루라기 소리에 집중력이 흐트러진 탓이다. 이 일은 우리 양궁팀의 훈련 체계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잠실 야구장의 수만 관중 앞에서, 미사리 경정장에선 야유를 받아 가며, 심지어는 군인들이 함성을 질러대는 극한 상황을 설정해 놓고 훈련했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은 그야말로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5개 전 종목 금메달 석권에 김우진·임시현 두 명의 3관왕을 배출했다. 우리 양궁팀의 선전 비결을 정리하면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성공 조직의 요체와 상통한다.
우선 처절한 목표 의식과 부단한 도전정신이다. 이번 대회를 포함해 총 5개의 금메달로 전 세계 양궁 올림픽 최다 금메달리스트가 된 김우진은 이제 ‘고트(GOAT·역대 최고 선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수상 소감으로 “오늘의 메달은 오늘까지만 즐기겠다. 내일부터는 다 과거로 묻고 새로운 목표로 가겠다”고 했다. 양궁협회는 다음달 국가대표 선발전에 다시 들어간다. 내년 광주 세계선수권 대회를 겨냥해서다.
양궁 국가대표 선발의 치열한 경쟁과 공정한 평가 시스템은 정평이 나 있다. 나이, 이름값, 개인 사정 그 어떤 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로지 지금의 실력만으로 뽑는 진정한 능력주의 원칙이다. 이런 투명한 선발 과정은 선수들의 과거 명성에 집착하다가 퇴보한 미국과 러시아를 반면교사 삼은 것이다.
초격차는 혁신 역량 축적의 산물이다. 슈팅 로봇과 대결하는 첨단 과학 훈련 기법과 관중 소음까지 파리 경기장과 똑같이 조성한 연습장은 압도적 성적의 밑거름이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게 리더십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이 이끄는 양궁협회는 ‘물심(物心)양면’ 서번트 리더십의 귀감이 되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오진혁은 한국 양궁이 강한 첫 번째 이유로 ‘금전적 지원’을 꼽았다.
‘활·총·칼’의 선전과는 대조적으로 단체 구기 종목은 궤멸적 상황이다. 특히 급전직하 추락한 종목은 여자배구다. 2021년 도쿄올림픽 4강 신화는 간데없고, 올림픽 출전은커녕 아시아 4강에도 못 드는 형편이다. 김연경과 양효진이 대표팀을 은퇴한 뒤 올 5월까지 3년간 국제 대회에서 무려 30연패를 당했다. 그런데도 연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1억5000만원의 평균 연봉은 일본의 두 배다. 몇몇 중견 선수들은 국제무대에서 전혀 통하지 않는 기량에도 이름값으로 5억~7억원대를 받고 있다.
한국 여자 배구에서는 실패한 조직의 맹점이 빠짐없이 발견된다. 경쟁이 없다. 일본 고교 여자 배구팀은 3534개, 한국은 18개(2022년)다. 스파이크 좀 때릴 줄 알면 프로 선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절박함도 없다. 대표팀 선발을 기피하고 선발돼도 소속 리그 생각에 몸을 사린다. 국제 대회에서 무참히 패배한 뒤에도 셀럽인 양 팬들과 사진 찍느라 희희낙락이다. 구심점이 될 리더십도 없다.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해도 협회가 베푸는 회식 메뉴는 김치찌개다.
한국 올림픽 구기 종목 사상 첫 메달을 딴 여자 배구는 국민적 애정이 각별한 종목이다. 그러나 지금 여자 배구 선수들은 ‘국대 마크’에 대한 열정이 그리 뜨겁지 않은 것 같다. 팬들은 여자 배구가 ‘방구석 여포’에 불과하다는 것을 절감하는 순간 곧 떠날 수 있다.
그렇게 배짱을 키운 박성현에게도 가슴 아픈 기억이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인 결승전에서 중국 선수에게 1점 차(총점제)로 패해 한국 여자 개인전 금메달 행진을 이어가지 못했디. 박성현이 분패한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응원단의 비매너 소음 방해였다. 화살을 놓기 직전 크래커 타임마다 중국 응원단에서 새어 나오는 호루라기 소리에 집중력이 흐트러진 탓이다. 이 일은 우리 양궁팀의 훈련 체계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잠실 야구장의 수만 관중 앞에서, 미사리 경정장에선 야유를 받아 가며, 심지어는 군인들이 함성을 질러대는 극한 상황을 설정해 놓고 훈련했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은 그야말로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5개 전 종목 금메달 석권에 김우진·임시현 두 명의 3관왕을 배출했다. 우리 양궁팀의 선전 비결을 정리하면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성공 조직의 요체와 상통한다.
우선 처절한 목표 의식과 부단한 도전정신이다. 이번 대회를 포함해 총 5개의 금메달로 전 세계 양궁 올림픽 최다 금메달리스트가 된 김우진은 이제 ‘고트(GOAT·역대 최고 선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수상 소감으로 “오늘의 메달은 오늘까지만 즐기겠다. 내일부터는 다 과거로 묻고 새로운 목표로 가겠다”고 했다. 양궁협회는 다음달 국가대표 선발전에 다시 들어간다. 내년 광주 세계선수권 대회를 겨냥해서다.
양궁 국가대표 선발의 치열한 경쟁과 공정한 평가 시스템은 정평이 나 있다. 나이, 이름값, 개인 사정 그 어떤 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로지 지금의 실력만으로 뽑는 진정한 능력주의 원칙이다. 이런 투명한 선발 과정은 선수들의 과거 명성에 집착하다가 퇴보한 미국과 러시아를 반면교사 삼은 것이다.
초격차는 혁신 역량 축적의 산물이다. 슈팅 로봇과 대결하는 첨단 과학 훈련 기법과 관중 소음까지 파리 경기장과 똑같이 조성한 연습장은 압도적 성적의 밑거름이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게 리더십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이 이끄는 양궁협회는 ‘물심(物心)양면’ 서번트 리더십의 귀감이 되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오진혁은 한국 양궁이 강한 첫 번째 이유로 ‘금전적 지원’을 꼽았다.
‘활·총·칼’의 선전과는 대조적으로 단체 구기 종목은 궤멸적 상황이다. 특히 급전직하 추락한 종목은 여자배구다. 2021년 도쿄올림픽 4강 신화는 간데없고, 올림픽 출전은커녕 아시아 4강에도 못 드는 형편이다. 김연경과 양효진이 대표팀을 은퇴한 뒤 올 5월까지 3년간 국제 대회에서 무려 30연패를 당했다. 그런데도 연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1억5000만원의 평균 연봉은 일본의 두 배다. 몇몇 중견 선수들은 국제무대에서 전혀 통하지 않는 기량에도 이름값으로 5억~7억원대를 받고 있다.
한국 여자 배구에서는 실패한 조직의 맹점이 빠짐없이 발견된다. 경쟁이 없다. 일본 고교 여자 배구팀은 3534개, 한국은 18개(2022년)다. 스파이크 좀 때릴 줄 알면 프로 선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절박함도 없다. 대표팀 선발을 기피하고 선발돼도 소속 리그 생각에 몸을 사린다. 국제 대회에서 무참히 패배한 뒤에도 셀럽인 양 팬들과 사진 찍느라 희희낙락이다. 구심점이 될 리더십도 없다.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해도 협회가 베푸는 회식 메뉴는 김치찌개다.
한국 올림픽 구기 종목 사상 첫 메달을 딴 여자 배구는 국민적 애정이 각별한 종목이다. 그러나 지금 여자 배구 선수들은 ‘국대 마크’에 대한 열정이 그리 뜨겁지 않은 것 같다. 팬들은 여자 배구가 ‘방구석 여포’에 불과하다는 것을 절감하는 순간 곧 떠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