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프리랜서 근로자, 배달 라이더 등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약자 보호를 제도화하기 위한 대규모 토론회를 7일 국회에서 열었다.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노동시장 이중 구조 해소를 위해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노동약자보호법)’을 제정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약속을 구체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이날 임이자 의원 주최로 열린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는 비정규직 권익 보호 활동가와 대리운전 기사, 프리랜서 강사 등이 참여했다. 임 의원은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노동시장 변화로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노동약자보호법 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도 “보수 정당, 우파 정당에서 사회적 약자와 토론하는 게 흔치 않지만, 국민의힘은 이 부분에서 쭈뼛거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 플랫폼 근로자들은 비정규직 경력 인증, 공제회 설립 등을 요구했다. 직장 내 괴롭힘 등 불공정한 처우 해소를 위한 전문 상담 프로그램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 이외에 노동약자지원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근로자 등에게도 ‘근로자성’을 부여하되 기존의 노동 규율체계에 넣는 대신 맞춤형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민생토론회에서 “노동약자보호법을 제정하겠다”며 “미조직 근로자들이 질병·상해·실업을 겪을 때 경제적으로 도움받을 수 있는 공제회 설치를 지원하고, 노동약자들을 위한 분쟁조정협의회 설치, 표준계약서 등을 포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이 장관 후임으로 지명된 김문수 고용부 장관 후보자도 취임 일성으로 노동약자 보호를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움직임을 보수의 외연 확대 시도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고용부 조사에 따르면 플랫폼 근로자는 2021년 66만1000명에서 지난해 88만3000명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이 야권을 지지하는 가운데 플랫폼 근로자를 중심으로 보수 지지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노조법 2·3조(노란봉투법) 개정은 결국 기존 대규모 사업장 노조의 힘만 키우는 것”이라며 “맞춤 지원 법안을 통해 양대 노총 바깥에 있는 플랫폼 근로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배성수/노경목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