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력에 찬물 끼얹는 행위"…두산 저격한 이복현 [금융당국 포커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8일 ”지배주주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기업경영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소액주주 반발을 불러온 두산·SK그룹 계열사의 합병 사례를 에둘러 비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23개 자산운용사의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에서 "기업들이 주주의 권익 보호보다는 경영권 행사의 정당성만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지배주주 이익을 우선하는 경영 사례는 정부와 시장참여자들의 진정성 있는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근절되어야 할 ‘그릇된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이 언급한 그릇된 관행이 최근 진행 중인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과 두산로보틱스·두산밥캣 합병 사례를 가리킨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과 두산밥캣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졌다. 이들 회사의 합병을 위해 산출된 합병 비율이 대주주에 유리하게 산출됐다는 이유에서다. 두산밥캣 주주들은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린 두산밥캣과 적자행진을 이어가는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가치가 엇비슷하게 책정된 것이 불공정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 원장은 이같은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상법 개정안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사의 충실의무와 관련한 원칙 중심(Principle-based)의 근원적 개선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운용사 CEO들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에 대해선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들은 간담회에서 “금투세는 투자자들의 국내 투자 위축,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자금 이탈, 펀드런 등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폐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