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랜코어, "석탄 못 잃어" 사업부 분할 계획 폐기 [원자재 포커스]
원자재 중개·광산 업체인 글렌코어가 석탄 사업부 분할 계획을 백지화했다. 셸과 BP 등 석유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자의 우려를 뒤로하고 화석연료 사업 확대에 집중하겠다고 나선 데 이어 석탄마저 버릴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7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글렌코어는 투자자와 협의를 거쳐 석탄 사업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당초 글렌코어는 석탄 사업을 떼어내 상장시킨 뒤 적절한 시기에 처분할 계획을 세웠다. 각국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 등으로 석탄 사업의 수명이 길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글렌코어는 분사 계획의 일환으로 자체 석탄 사업부와 지난해 69억 달러에 지분을 인수한 캐나다 텍리소시스의 제철 석탄 사업부를 합병하기로 했다. 글렌코어가 10여 년 전 광산 그룹 엑스트라타를 인수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구조조정이 될 뻔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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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글렌코어는 주요 주주인 카타르투자청과 전 최고 경영자 이반 글라센버그 등과 이번 분사에 대해 주주 3분의 2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분사를 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글렌코어는 상장된 기업이 감시를 피하는 비상장 기업에 석탄 광산을 매각하는 것보다는 책임감 있게 탄광을 운영하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해 왔다. 석탄 사업의 현금 흐름을 유지하면 글렌코어는 더 많은 재정적 화력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게리 네이글 글랜코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년새 동안 ESG의 시계추가 되돌아왔다"며 "그들(주주)은 현금이 왕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자 러시아 천연가스에 의존해온 독일이 석탄화력발전소를 부활시키는 등의 여파로 석탄 사업은 글렌코어의 주요 수익 엔진이 됐다. 네이글 CEO는 "석탄 사업은 엄청난 현금을 창출하며 이를 자사주 매입과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환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렌코어는 이날 상반기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조정후)이 63억 달러로 애널리스트들의 예측과 일치했지만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3분의 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석탄을 계속 보유하게 되면 글렌코어는 주요 경쟁사들의 전략과 반대로 가게 될 전망이다. 리오 틴토는 석탄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앵글로아메리칸은 여전히 제철용 석탄을 생산하지만 화력 석탄 사업에선 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