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치파토 제철소의 한 작업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후아치파토 제철소의 한 작업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칠레 유일의 제철소가 중국과의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 수순을 밟는다. 관세 부과 조치에도 중국산 철강의 ‘헐값 공세’를 막지 못한 것이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칠레 철강 제품 회사 CAP는 칠레 중부 비오비오에 위치한 칠레 최대 규모의 후아치파토 제철소 운영을 오는 9월까지 무기한 중단한다고 밝혔다. CAP는 지난 2년 동안 중국산 제품 유입으로 5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보았다고도 덧붙였다.

경기 침체에 접어든 중국이 철강을 자국에서 소화하지 못해 수출로 돌리면서 칠레 등 중남미 시장에 값싼 중국산 철강이 대거 유입됐다. 라틴아메리카 철강협회 알라세로에 따르면 지난해 라틴아메리카 지역이 1000만t(톤)의 중국산 철강을 수입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44% 증가한 규모다.

이에 칠레 정부는 2016년부터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6차례 부여했다. 지난 3월 후아치파토 제철소가 중국산 공세를 이유로 운영을 일시 중단했을 때, 칠레 가격왜곡방지위원회는 중국산 철근에 최대 24.9%, 단조용 강구(공 형태로 둥글게 말아놓은 강철)에 최대 33.5%의 잠정 관세를 각각 매겼다. 당시 중국 대사는 “관세는 중국 제철 회사의 정당한 이익에 해를 끼쳤고, 두 나라 간 경제적 및 상업적 관계를 훼손했다”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산 철강과 경쟁하기엔 역부족이었다. CAP 관계자는 “시장 상황으로 인해 관세에도 불구하고 강철 가격을 인상할 수 없었다”며 “현재 상태로 칠레에서 제철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후아치파토 제철소는 비오비오 지역에서 약 2만명을 고용하는 주요 기업이다. 칠레 정부는 후아치파토 제철소가 칠레의 구리 채굴 산업에 필수적인 강철 자재를 공급하고 있어 그 중요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한다. 니콜라스 그라우 칠레 경제 장관은 “이 결정은 비오비오 지역에 매우 치명적이며, 정부는 제철소 폐쇄를 막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었다”고 밝혔다. 이어 제철소 폐쇄 결정을 무책임하다고 표현하며 “이 결정을 철회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