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빠지게 전기차 봐요"…'전기차 포비아'에 사람들 몰리는 곳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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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 예방 관제소' 직접 가보니
'열화상 카메라'로 충전소 인근 열 감지
"골든 타임 전 초기 진압이 가장 중요"
'열화상 카메라'로 충전소 인근 열 감지
"골든 타임 전 초기 진압이 가장 중요"
"이상 온도가 감지되었습니다. 확인 바랍니다."
서울 금천구의 한 전기차 충전소 인근에서 관리원이 일부러 토치를 켜자, 해당 지역을 비추고 있던 관제소 내 열화상 카메라 화면엔 이 같은 경고창이 떴다. 미리 설정해놓은 '알람 온도'인 100도를 넘어서는 온도가 감지돼서다. 화면을 지켜보던 관제소 직원 30대 김모 씨는 "실제 상황이었으면 현장에서도 각종 경보음이 울린다"고 말했다.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일어난 전기차 화재 이후 이른바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하고 있다. 일부 아파트는 주차장에 전기차 주차까지 막아선 상황이다. 일부 지자체에선 '열화상 카메라' 관제 시스템을 도입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전기차 화재 예방 관제시스템' 살펴보니
올 4월 금천구는 서울 자치구 중 최초로 '전기차 화재 예방 관제시스템'을 도입했다. 구내 공영 주차장 14개소 내 전기차 충전소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한 민간 업체에 관제를 위탁하는 방식이다. 관제비는 월 30만원 수준으로, 대형 아파트 단지, 산업 시설뿐만 아니라 경기도 과천시도 이 업체로부터 같은 시스템을 제공받고 있다.8일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해당 업체 '통합 관제소'에 들어서자 수십 개의 열화상 카메라 화면이 눈길을 끌었다. 화면 속 장소는 금천구 내 공영 주차장의 전기차 충전소들. 관제 요원들은 파란색과 초록색이 즐비한 화면을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관제소는 3교대로 24시간 동안 전기차 충전소 주변 온도 변화를 확인한다. 만약 화재가 발생하면 119는 물론 현장 관리자에게 곧바로 문제 상황을 전한다. 현장에 직접 음성을 송출해 위험을 알릴 수도 있다. 김수봉 관제센터장은 "실시간 화면은 금천구 시설관리공단 직원과 공유된다"며 "관제소와 현장이 실시간으로 현장을 모니터링하는 셈"이라고 부연했다.
전기차 화재의 가장 큰 위험성은 배터리 '열 폭주'다. 고온으로 리튬 배터리 내부 압력이 커져 연쇄 발화가 시작되면 화재 진압이 매우 어려워져서다. 따라서 본격적인 열 폭주 전 초기 진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날 화면 곳곳엔 현재 온도가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금천구 독산2동 마을공원의 전기차 충전기 온도는 35.3도, 시흥1동 공영 주차장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는 49.7도로 표시되는 식이다. 토치를 통해 시흥4동 공영 주차장에 화재 상황을 연출했을 때도, 토치 주변 온도가 143.3도로 나왔다. 김 센터장은 "무조건 온도가 높다고 해 경보가 가는 것은 아니다. 1, 2차로 알람 온도를 지정해놓고 해당 온도에 도달하는 진행 속도를 고려해 시스템이 화재 가능성을 판단한다"며 "화재가 발생할 경우 전기차 온도가 급격하게 오르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작년 전기차 화재 관련 안전 지침을 마련하던 중 관제 시스템을 알게 돼 올해 정식으로 예산을 편성했다"며 "도입 이후 전기차 화재시 명확한 대처 메뉴얼이 생겼다는 점이 가장 큰 효과"라고 첨언했다.
'열화상 카메라' 화재 예방 효과 높지만…
전문가들은 전기차 충전소에 열화상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면 상당수의 전기차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전기차 화재의 골든 타임은 10분 정도다. 초기 진압에 실패하면 불이 주변으로 번져나가는 것도 막기가 어려워진다"며 "열화상 카메라는 복잡한 기술 없이 알람과 연동만 시켜놓으면 효과적인 화재 예방법"이라고 밝혔다. 다만, 열화상 카메라가 일반적인 폐쇄회로(CC)TV보다 가격이 월등히 비싸고, 설치 시 따로 관제소를 구비해야 한다는 예산과 행정의 문제가 발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 CCTV는 구입 및 설치 비용이 10~50만원인 반면 열화상 카메라의 경우 500만원 전후"라고 말했다. 금천구청 역시 카메라 설치에만 6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채 교수는 "방재는 철저한 예방을 통해 더 큰 물적·인적 피해를 막는 것이 핵심"이라면서도 "여전히 운행 중인 차량 대다수는 내연 기관 차량인 상황에서 지자체 등 충전소 관리 주체는 전기차 화재 예방에 과도한 예산 집행을 꺼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전기차 화재 예방책은 차량 대수가 매우 적은 상황에서 투입 대비 수혜 범위가 지극히 좁다"며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