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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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동시장 둔화와 미국 중앙은행(Fed)의 피벗 지연으로 뉴욕증시가 한때 폭락했지만 아직 경기 침체가 아니라는 의견이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카드빚이 늘고 소매업체가 고전하는 등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7일(현지시간) 애틀랜타 연은에 따르면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추적 모델인 GDP 나우는 3분기 GDP 증가율을 연이율 환산 기준 전 분기 대비 2.5%에서 2.9%로 상향 조정했다. 경기침체 관련 지표 ‘삼 법칙’을 개발한 클라우디아 삼 뉴센추리 어드바이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또한 이날 “Fed가 긴급 금리인하를 할 필요는 없다”며 현재 미국 경제가 이미 침체 국면에 들어섰느냐에 대해선 부정했다. 삼 법칙에 따르면 실업률 3개월 이동평균이 직전 12개월 실업률의 저점보다 0.5%포인트 높아지면 경기침체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고 본다. 세인트루이스 연은에 따르면 7월 실업률 기준 삼의 법칙 지표는 0.53%포인트다.

다만 GDP 증가율 예측치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3분기 GDP 증가율이 기존보다 상향 조정된 것은 개인소비지출(PCE)과 재고의 기여도가 올라간 영향이 크다. 개인소비지출(PCE)도 1.78%포인트에서 1.96%포인트로, 재고는 -0.06%포인트에서 0.17%포인트로 높아졌다. 소비가 많아진 것은 반길 일이지만 재고 증가는 향후 경제활동 둔화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 요인이다.

해운사 머스크의 빈센트 클레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재고(배송 또는 처리 전에 보관 중인 상품)가 연초보다는 높다”고 인정하면서도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며 당장 심각한 둔화를 나타내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소비와 가계신용 부문에서 이미 둔화 조짐이 보인다고 분석한다. 디즈니의 최고 재무 책임자(CFO)인 휴 F. 존스턴은 이날 애널리스트들에게 “저소득층 소비자는 오락에 대한 지출을 줄이면서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맥도날드의 최고 경영자(CEO)인 크리스 켐프친스키도 최근 “일부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이탈해 집에서 식사하고, (외식을 위한) 다른 경제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지출에 압박을 받는 건 신용카드 부채를 봐도 알 수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전날 발표한 가계신용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신용카드 부채는 2분기 1조140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270억달러(5.8%) 증가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미국의 신용카드 연체율(30일 이상)은 작년 2분기 7.2%에서 올해 2분기 9.1%로 올랐다. 이는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11년 1분기(9.7%)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18∼29세 젊은 층의 카드 장기 연체율이 10.5%로 가장 높았고, 30∼39세도 9.7%로 뒤를 이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