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면 밴드 합주실 가는 문체부 차관 “행복은 강도 아닌 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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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성 문체부 1차관 취임 첫 인터뷰
문화·예술 즐기는 행정가
밴드 드러머 활동하고, 미술 전시도 챙겨
“지속 가능한 행복 위해선 문화적 취향 필요”
문화·예술 즐기는 행정가
밴드 드러머 활동하고, 미술 전시도 챙겨
“지속 가능한 행복 위해선 문화적 취향 필요”
“꿈이요? 공상과학(SF) 소설을 쓰면서, 1년에 못해도 두세 번씩 밴드 멤버들과 공연하는 삶이죠. 소설은 지금도 틈날 때마다 쓰고 있고, 아무리 바빠도 매일 드럼 연습을 하고 자요.”
퇴근 후 뜻 맞는 사람들과 결성한 밴드 합주실에서 드럼을 두드리고, 아트페어가 열릴 때면 소소한 미술 컬렉터가 된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유명한 네덜란드 거장 베르메르가 남긴 회화를 전부 눈에 담으려 유럽부터 일본까지 전 세계 미술관 발품을 팔았다. 근미래 SF소설을 쓰고 싶단 생각에 이세돌이 알파고와 바둑으로 맞붙었을 즈음부터 해외 대학 온라인 과정까지 물색해 인공지능(AI)을 공부 중이다. 이름난 전업 예술가의 생활 같지만, 실은 어느 공무원이 틈틈이 가꿔온 취향이다. 용호성(57)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얘기다.
용 차관은 문화 주무 부처인 문체부 내에서도 손꼽히는 예술 애호가다. 행정학을 전공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평생을 공무원으로 살아온, 다소 삭막한 느낌의 경력과는 달리 소싯적 음악 평론에 당선되는 등 클래식부터 현대미술까지 예술 전반에 조예가 깊다. 지난달 4일 문화·예술·콘텐츠·종교 분야를 관장하는 문체부 1차관으로 임명되자, 부처 안팎에서 ‘예술을 아는 행정가가 왔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지난 7일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만난 용 차관은 “대학 시절 일본의 재즈 드러머 조지 가와구치를 보고선 드럼을 배웠고, 꾸준히 연습해 공연도 하게 됐다”면서 “세보진 않았지만 1년에 보는 전시와 공연이 100개는 된다”고 말했다.
이런 예술에 대한 애호는 단순히 시간이 많아서나, 남에게 그럴듯하게 보여지기 위해 만든 건 아니다. 문화 정책을 다루는 공직철학과 인생관을 관통하는 지점에 마침 예술이 있었다는 게 용 차관의 설명이다. 요약하면 ‘행복은 강도가 아닌 빈도’가 그의 모토다. 용 차관은 “어디에 집을 사고, 어느 기업에 취직해 승진하면 행복할 것이라고들 생각한다”면서도 “강도 높은 행복은 맞겠지만, 지속 가능한 행복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각자의 생활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이 많아야 삶이 풍요로워진다”면서 “이걸 채우는 건 퇴근 후 음악을 듣거나, 주말에 책을 읽으며 개발하는 ‘나만의 취향’”이라고 했다.
경제 여력에 문화적 향유를 더 할 때 개인은 물론 사회 전반이 풍요로워진다는 것이다. 반세기 전 ‘스포츠를 하나 즐길 줄 알고, 다룰 줄 아는 악기가 하나 있어야 한다’며 조르주 퐁피두 전 프랑스 대통령이 제시한 중산층 기준과 비슷한 맥락인 셈. 용 차관은 “차관이 된 지금은 아니지만, 여태껏 일하면서 업무와 관련한 저녁 자리를 갖는 대신 퇴근 후 좋아하는 음악과 미술 공부를 하며 안목을 높이고 역량을 개발하는 데 힘썼다”면서 “과거 하루 평균 15시간씩 일할 때면 밤늦게 귀가해 ‘마태 수난곡’을 들으며 일상에서 위로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문화가 개인의 삶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이나 예술인 창작활동을 돕는 ‘예술인복지법’ 등은 이런 용 차관의 ‘일과 취향의 균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한국 사회가 경제적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만큼, 국민의 문화 향유를 높이겠다는 게 용 차관의 목표다. 함께 일하는 동료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곤란한 부분을 대리하는 ‘보충 대리 차관’이라고 스스로의 역할을 정의하고 청년 예술가 지원 확대, 해외 한국어 확산 등에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예술과 행정에 두루 해박한 만큼, 예술인 출신인 유인촌 문체부 장관과 직원들을 잇는 가교 역할도 맡았다.
“더 많은 행복을 더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문화 정책의 시발점이라 생각해요. 모두가 각자의 취향을 가질 수 있는 문화적 여건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미션이죠.”
유승목 기자
퇴근 후 뜻 맞는 사람들과 결성한 밴드 합주실에서 드럼을 두드리고, 아트페어가 열릴 때면 소소한 미술 컬렉터가 된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유명한 네덜란드 거장 베르메르가 남긴 회화를 전부 눈에 담으려 유럽부터 일본까지 전 세계 미술관 발품을 팔았다. 근미래 SF소설을 쓰고 싶단 생각에 이세돌이 알파고와 바둑으로 맞붙었을 즈음부터 해외 대학 온라인 과정까지 물색해 인공지능(AI)을 공부 중이다. 이름난 전업 예술가의 생활 같지만, 실은 어느 공무원이 틈틈이 가꿔온 취향이다. 용호성(57)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얘기다.
용 차관은 문화 주무 부처인 문체부 내에서도 손꼽히는 예술 애호가다. 행정학을 전공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평생을 공무원으로 살아온, 다소 삭막한 느낌의 경력과는 달리 소싯적 음악 평론에 당선되는 등 클래식부터 현대미술까지 예술 전반에 조예가 깊다. 지난달 4일 문화·예술·콘텐츠·종교 분야를 관장하는 문체부 1차관으로 임명되자, 부처 안팎에서 ‘예술을 아는 행정가가 왔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지난 7일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만난 용 차관은 “대학 시절 일본의 재즈 드러머 조지 가와구치를 보고선 드럼을 배웠고, 꾸준히 연습해 공연도 하게 됐다”면서 “세보진 않았지만 1년에 보는 전시와 공연이 100개는 된다”고 말했다.
이런 예술에 대한 애호는 단순히 시간이 많아서나, 남에게 그럴듯하게 보여지기 위해 만든 건 아니다. 문화 정책을 다루는 공직철학과 인생관을 관통하는 지점에 마침 예술이 있었다는 게 용 차관의 설명이다. 요약하면 ‘행복은 강도가 아닌 빈도’가 그의 모토다. 용 차관은 “어디에 집을 사고, 어느 기업에 취직해 승진하면 행복할 것이라고들 생각한다”면서도 “강도 높은 행복은 맞겠지만, 지속 가능한 행복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각자의 생활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이 많아야 삶이 풍요로워진다”면서 “이걸 채우는 건 퇴근 후 음악을 듣거나, 주말에 책을 읽으며 개발하는 ‘나만의 취향’”이라고 했다.
경제 여력에 문화적 향유를 더 할 때 개인은 물론 사회 전반이 풍요로워진다는 것이다. 반세기 전 ‘스포츠를 하나 즐길 줄 알고, 다룰 줄 아는 악기가 하나 있어야 한다’며 조르주 퐁피두 전 프랑스 대통령이 제시한 중산층 기준과 비슷한 맥락인 셈. 용 차관은 “차관이 된 지금은 아니지만, 여태껏 일하면서 업무와 관련한 저녁 자리를 갖는 대신 퇴근 후 좋아하는 음악과 미술 공부를 하며 안목을 높이고 역량을 개발하는 데 힘썼다”면서 “과거 하루 평균 15시간씩 일할 때면 밤늦게 귀가해 ‘마태 수난곡’을 들으며 일상에서 위로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문화가 개인의 삶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이나 예술인 창작활동을 돕는 ‘예술인복지법’ 등은 이런 용 차관의 ‘일과 취향의 균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한국 사회가 경제적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만큼, 국민의 문화 향유를 높이겠다는 게 용 차관의 목표다. 함께 일하는 동료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곤란한 부분을 대리하는 ‘보충 대리 차관’이라고 스스로의 역할을 정의하고 청년 예술가 지원 확대, 해외 한국어 확산 등에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예술과 행정에 두루 해박한 만큼, 예술인 출신인 유인촌 문체부 장관과 직원들을 잇는 가교 역할도 맡았다.
“더 많은 행복을 더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문화 정책의 시발점이라 생각해요. 모두가 각자의 취향을 가질 수 있는 문화적 여건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미션이죠.”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