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피머니 판매자 충격 실체…'바다이야기' 주범이었다
티메프 사태 여파로 거래가 중단된 해피머니 상품권과 관련해 사실상의 '무제한 발행'이 가능한 상품권의 특징을 이용한 기획사기라는 의혹이 업계에서 제기됐다. 과거 '바다이야기' 사태 당시 도박장에 상품권을 유통하고 실형을 선고받은 인물이 최근까지 해피머니 상품권 사업을 이끌며 같은 수법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8일 상품권 업계 관계자는 "해피머니 발행사 해피머니아이엔씨 실질적 소유주는 2020년까지 대표를 맡았던 A씨"라며 "A씨는 이후 회사 지분을 청산했지만, 현 대표와 직원 등을 통해 해피머니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2007년 배임수재 등 혐의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산 인물이다. 그는 전국의 바다이야기 게임장에 상품권을 유통하고 총판업자로부터 업무 편의를 위해 수억 원의 금품 청탁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상품권 발행사 협의회 회장이었던 A씨는 해피머니를 이용한 '상품권 깡'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게임장 손님들이 도박으로 얻은 5000원권을 게임장 환전소에서 현금 4500원에 환전하면, 환전소가 지역총판이나 직거래업체에 교환 수수료를 지급하는 식으로 상품권이 유통됐다. 게임장과 상품권 발행사, 총판업체가 상품권 회수로 생긴 10%의 수수료를 나눠 갖는 구조였던 셈이다.

A씨는 무제한 발행이 가능한 상품권의 특징을 이용해 바다이야기가 전국적으로 유행한 2005년경 전국 게임장과 환전소에 상품권을 7억장 공급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에 따르면 당시 해피머니가 제한 없이 발행한 상품권의 총액은 2005년 기준 411억원이다. 이는 전년 발행액(172억) 대비 138.95% 증가한 액수다.
위메프에서 B사가 해피머니를 판매하고 있는 사진.  /사진=위메프 갈무리.
위메프에서 B사가 해피머니를 판매하고 있는 사진. /사진=위메프 갈무리.
복수의 상품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업계에선 이런 수법이 티메프 사태 직전까지 똑같이 나타났다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A씨는 현재 해피머니를 전자상거래 업체에 독점적으로 판매하는 B 업체의 대표다.

한 업계 관계자는 "B사가 해피머니아이엔씨의 실소유주라는 건 업계에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며 "B사뿐만 아니라 해피머니를 월 10억~30억원가량 거래하는 복수의 업체가 해피머니아이엔씨가 '깡통회사'가 될 동안 위험 없이 수수료 수익을 챙겼을 것"이라고 했다. 해피머니가 판매되면 반환 의무는 해피머니아이엔씨에게 있기에 업체들은 사실상 '무위험'으로 수수료 수익을 챙길 수 있다.

큐텐 그룹에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진 위메프와 티몬은 최소 1000억, 최대 3000억 상당의 해피머니를 5~7월에 집중적으로 판매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 B사가 얻은 수수료 수익이 상당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A씨가 연루되지 않았다면 해피머니아이엔씨가 B사에 해피머니 판매 권한을 줄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본지는 해피머니아이씨와 B사 측에 해당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들으려 연락했지만, 답변받지 못했다.

무분별하게 상품권을 발행한 해피머니아이엔씨가 파산 위험에 처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다이야기 사태 때는 검찰이 범죄수익을 한꺼번에 환수해 시중에 풀린 상품권이 모두 강제 청산됐지만, 이번 사태에서 발행된 수천억 원 상당의 상품권은 모두 해피머니아이엔씨가 감당해야 할 부채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설립 때부터 이익이 나지 않았고 작년까지도 부채 2961억원, 자산 2407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