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15조원을 웃도는 부산시 예산과 기금을 관리하는 시금고 유치전의 막이 올랐다. 24년째 부산시 주금고 운영을 맡고 있는 부산은행이 수성을 다짐한 가운데 부금고 사업자인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들도 뛰어들며 과당 경쟁 우려가 제기된다. 지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지방은행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年 15조 부산시금고…5대銀도 쟁탈전 가세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시는 오는 14일 시금고(주·부금고) 신청 제안서를 받는다. 올해 부산시 예산 15조7000억원 가운데 주금고가 70%, 부금고가 30%를 맡는다. 부산시는 금고 지정 심의위원회 평가를 거쳐 10월 초 시금고 은행을 선정한다. 시금고로 지정된 은행은 내년부터 2028년까지 4년간 시 예산·기금을 관리한다.

부산시 주금고가 되면 저원가성 자금 9000억원(평균잔액)가량을 유치할 수 있다. 시청 직원 등을 대상으로 제휴 사업도 가능하다.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한 이유다. 지난달 23일 열린 부산시금고 신청 설명회에는 부산은행은 물론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을 비롯해 기업은행까지 7개 은행이 참가했다.

은행들은 시금고 입찰 전부터 부산신용보증재단 출연금을 늘리며 상생 노력을 홍보해왔다. 국민은행은 올해 부산신용보증재단에 부산은행(100억원)보다 많은 120억원을 출연하며 주금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나은행도 110억원을 출연하며 부금고에 도전장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시 금고는 주·부금고에 중복 신청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지역 영업점 수와 지방세 납부 실적 등 지역사회 기여도를 감안할 때 부산은행이 부산시 주금고 운영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작년 시금고 입찰을 한 대구시(iM뱅크)와 울산시(경남은행)도 지역은행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자산·순이익 규모가 5~10배 큰 시중은행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면 부산은행이 주금고 수성을 안심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광주은행이 작년 7월 광주 대표 사립대학인 조선대 주거래은행 자리를 50년 만에 신한은행에 내준 게 대표적 사례다. 조선대가 처음으로 경쟁입찰을 도입했는데 광주은행은 예금금리와 협력사업 등에서 밀렸다.

은행 간 ‘돈 싸움’으로 변질한 시금고 출연금 평가 항목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 출연금은 ‘시와의 협력사업’에 반영된다. 다른 평가 항목인 신용도와 재무구조, 금고 관리 능력 등이 비슷한 은행들이 출연금 규모를 부산시금고 선정의 당락을 가를 변수로 보고 무리한 액수를 써낼 우려가 작지 않다. 자산이 많은 시중은행에 유리한 획일적인 ‘예금·대출금리’ 평가 항목도 문제로 지적된다.

은행들이 출연금 확대에 따른 ‘출혈 경쟁’ 비용을 대출금리와 수수료 인상 등의 방법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한 지방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역 자금을 재투자하고 분배하는 지방은행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은행들은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과 지방은행 간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제도 보완방안 마련 등을 금융당국에 요청한 상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