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운행 중인 전기차 58종 가운데 23개 모델이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전기차로만 한정하면 중국산 비중은 약 50%에 달한다. 최근 인천 청라동에서 전소된 메르세데스벤츠 EQE가 업계 10위권 밖인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배터리 제조사 공개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한국경제신문이 시장조사업체 EV볼륨즈와 국내 전기차를 전수 조사한 결과, 중국산 배터리가 들어간 모델 비중은 39.7%로 집계됐다. 수입 전기차는 40개 모델 중 19개가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했다. 벤츠는 7개 모델 중 EQC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만 한국 배터리를 장착했다. 차량 가격이 2억5500만원에 달하는 EQS SUV에는 중국 CATL과 엔비전AESC 배터리가 들어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엔비전AESC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0.5% 수준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CATL 등 중국의 기술력이 상당히 높아졌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중소업체도 많다”며 “저가 전기차에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쓰는 사례는 많지만, 고가 차량에 중국산을 쓰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완성차 업체가 한국산 배터리에 종속되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전기차 포비아(공포)’를 막기 위해서라도 차량용 배터리 이력추적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은 이미 배터리 제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비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수출하는 전기차는 제조사뿐만 아니라 각종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배터리 패스포트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김형규/김우섭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