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증시 상승세를 이끌던 기술주가 최근 폭락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과대 평가됐다는 ‘회의론’과 여전히 잠재력이 크다는 ‘희망론’이 공존하고 있다.
"AI 고점" vs "잠재력 여전"…美 M7 놓고 두쪽 난 월가
AI 대표주 엔비디아는 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5.12% 급락한 98.9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달 3거래일간 14.81% 폭락한 뒤 6일 3.78% 반등에 성공했지만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ARM(-5.56%), 브로드컴(-5.32%), 인텔(-3.63%), AMD(-1.16%) 등 다른 반도체주의 낙폭도 컸다.

이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3.09% 미끄러졌다. 그간 달아오르던 미국 증시는 올해 7월 고용 상황이 악화했다는 통계가 지난 2일 공개되자 빠르게 식었다. 고용 쇼크와 경기 침체 우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엔화 매도 포지션 축소)이 본격화하면서 증시에 타격을 줬다.

특히 AI 핵심 기업으로 꼽히는 ‘매그니피센트7’(M7: 엔비디아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메타 테슬라)의 주가가 주저앉았다. 이달 들어 엔비디아와 테슬라는 15% 넘게 빠졌다. 지난달부터 확산한 ‘AI 거품론’이 투매를 부추겼다. M7의 시가총액은 미국 S&P500 기업 시총 전체의 34%에 달한다.

월가에선 AI 기술주가 고점을 찍었다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주요 기업이 부진한 올 2분기 실적을 공개하자 AI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빅토리아 페르난데스 크로스마크글로벌인베스트먼트 수석시장연구원은 “기술주 조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유명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 역시 최근 주주 서한을 통해 “엔비디아 주가는 버블(거품) 상태”라고 지적했다.

여전히 상승 여력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UBS는 AI 시장 잠재력이 크다며 저가 매수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AI 열풍이 과거 닷컴버블과 비교되고 있으나 주가수익비율(PER) 측면에서 현재 기술주가 더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모건스탠리 역시 현시점이 기술주를 저가 매수할 타이밍이라고 밝혔다. 에렉 우드링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M7 기업이 40%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지금이 매수 적기”라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