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어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했다. 국회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제1당 원내대표의 입을 통해 향후 국회 운영의 큰 방향을 가늠해 보는 자리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의 상황 인식과 화법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회견 내내 눈에 띈 건 독설이었다. 포퓰리즘 입법 등을 이유로 불가피하게 16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독재 선언”으로 비난하면서 쓴 표현들이 그렇다. 대통령을 향해 고집불통, 막무가내라는 저급 단어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재정 부실과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 살포 법안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당사자가 ‘독재’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책임 전가도 여러 대목에서 포착됐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정치를 실종시켰다”며 “대통령과 여당 태도가 바뀌어야 정치 복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물론 대통령과 여당이 반성할 대목이 없지 않다. 하지만 상임위를 독식한 뒤 입법 폭주한 데 대한 국민적 비판과 피로는 안중에도 없는 부적절한 태도다. “대통령과 여당이 책임감을 갖고 국정에 임하길 강력히 촉구한다”는 주문도 마찬가지다. 바로 그 말을 자신들에게 주문하는 국민이 많다는 점도 돌아봐야 할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여야 대립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대통령이 국민과 대립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4월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국민 뜻의 대변자라는 주장인 듯하다. 하지만 의석수에서 22% 차이가 벌어진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총선 지역구 득표수 차이는 5%에 불과하다. 똑같이 국민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을 무시하고 민의 독점을 주장하는 태도는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아전인수식 해석일 뿐이다.

‘대통령이 야당을 섬멸해야 할 적으로 취급한다’는 불만도 과도하다. 협상 상대를 적대시하고 굴복을 강요하는 행태야말로 민주당이 비판받는 대목이다. 세계 유례없는 ‘노란봉투법’을 만든 뒤 ‘거부 시 파국’이라고 위협한 데서 잘 드러난다. ‘네 탓’은 이쯤 하고 ‘내 탓’도 돌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