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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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형 기술 기업 구글과 메타가 비밀리에 10대 청소년을 타깃으로 한 광고 프로젝트 계약을 맺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편법으로 미성년자들에게 개인화 광고를 노출한 것이다. 구글은 관련 보도 이후 해당 프로젝트를 취소하고 내부 감사에 돌입했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구글과 메타가 인스타그램으로 젊은 층을 유인하기 위해 13~17세의 유튜브 사용자를 대상으로 설계된 마케팅 프로젝트를 작업했다고 전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지난해 초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틱톡 등 경쟁사의 성장을 저지해야 했고, 젊은 사용자들의 관심을 인스타그램에 묶어두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FT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은 최근 몇 년간 Z세대 고객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우려해왔고, 마케팅 예산 상당 부분을 13~15세 사이의 청소년들을 겨냥하는 데에 할당했다. 구글 역시 광고 수익을 늘리기 위해 메타의 손을 잡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두 회사는 올해 2∼4월 캐나다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성공적이라고 판단해 5월에는 미국에서 시험 운영에 들어갔다. 이를 전 세계 시장으로 확장할 계획도 있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1월 의회 청문회에서 인스타그램에서 벌어진 미성년자 성 착취 피해자의 가족에게 사과하던 때도 이 같은 캠페인이 개발 중이었다고 FT는 꼬집었다.
사진=게티이미지,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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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가 유해 콘텐츠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자며 각종 법안을 내놓는 등 SNS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구글은 미성년자 대상의 개인화 광고를 금지하는 자체 규정을 회피해가면서까지 해당 프로젝트를 가동해 논란이 불거졌다. 구글은 2021년 자사 사이트에서 더 강력한 청소년 보호 장치를 도입한다며 18세 미만의 사용자에게는 나이, 성별, 관심사에 기반한 광고 타겟팅을 차단한다고 밝혔다.

구글은 이번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알 수 없는’ 사용자 그룹을 겨냥했다. FT는 구글이 그동안 쌓인 데이터를 토대로 그 대상이 미성년자인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FT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캠페인의 진짜 목적을 숨기기 위한 조치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FT의 보도 이후 구글은 해당 프로젝트가 취소된 상태라고 전했다. 구글 관계자는 “영업 담당자들에게 광고주나 대행사가 우리 정책을 우회한 광고를 하는 것을 도와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추가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타는 알 수 없는 사용자를 겨냥한 것이 규정을 회피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해당 그룹에 젊은 층이 다수 포함돼있는지 인지하고 있었냐는 FT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미국 워싱턴 소재 개인정보보호단체인 디지털 민주주의 센터의 제프 체스터 대표는 “이는 두 회사가 여전히 신뢰할 수 없고 이중적이며 강력한 플랫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엄격한 규제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