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어도어 대표 /사진=한경DB
민희진 어도어 대표 /사진=한경DB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사내 성희롱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반박한 가운데, 당사자라는 여직원 B씨가 입을 열었다. 그는 민 대표의 해명이 왜곡·편집된 것이었다며 진심이 담긴 사과를 원한다는 입장이다.

B씨는 지난 8일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지난 7월 31일 민희진 대표가 자신의 인스타에 올린 해명문에서 B 여직원으로 언급된, 민 대표가 'XX', '정신병' 등 여러 쌍욕으로 칭한 그 B"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민 대표가 A임원에게 '그거 말 나와봤자 쟤 사이코돼서 자기 신세 조지는 게 된다. B가 그렇게 용기 있다고?'라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맞다. 전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고 용기없는 일반인"이라고 했다.

B씨는 "수십년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스타 프로듀서이자 언론 대응에 노련한 한 회사의 대표님을 일개 직원이었던 제가 상대한다는 것은 정말 미치지 않고는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굉장히 무섭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가해자인 A임원만을 감싸고 돌며 밑에서 일하는 구성원에 대한 욕설과 폭언으로 만신창이를 만들어놓은 민희진 대표가 자신의 억울함을 밝힌다는 명분으로 퇴사한 회사 직원의 카톡을 한 마디 양해도, 동의도 없이 공개한 것에 더해 본인은 대표자로서 중립을 지켰으며 본인이 한 욕설의 대상이 제가 아니며 카톡도 짜깁기라는 등의 수많은 거짓말을 재차 늘어놓는 것까지 참고 넘길 수는 없었다"고 했다.

먼저 B씨는 어도어에서 겪은 일에 대해 정리했다. 그는 A임원 직속 부하로 근무하던 기간 동안 성희롱성 발언뿐만 아니라 각종 직장내 괴롭힘과 부당한 대우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3월 2일 퇴사 의사를 밝혔고, 같은 달 6일 회사에 성희롱·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신고를 했으며, 16일 신고 처분 결과를 공유 받고 21일에 퇴사했다고 밝혔다.

B씨는 A임원으로부터 "남자 둘이 밥먹는 것보다 어린 여자분이 있는 게 분위기도 좋고 낫다"는 성차별적 발언을 들었고, 카카오톡 답변 순서와 속도 등으로 혼나는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훈계와 지적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강압적인 분위기가 이어졌다면서 "일을 한 것이 힘든 게 아니라 모든 건에 관해 언성을 높여가며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하이브는 관련 조사를 진행한 뒤 성희롱 건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으로 종결했다. 다만 A임원의 행동이 부적절했으니 민희진 대표에게 '엄중 경고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고 B씨는 전했다. B씨는 "하이브의 조치가 너무 가볍다고 생각했지만 어차피 회사를 떠날 상황에서 더 이상 신경쓰고 싶지 않아 그냥 참았다. 그런데 민희진 대표는 A임원에 대한 엄중 경고 조치를 취하는 것마저 거부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에서야 알게 된 것은 민희진 대표가 제가 신고를 한 당일부터 조사가 끝나고나서까지 적극적으로 A임원의 혐의없음을 주장했고, 그 과정에서 제게 온갖 'XXX이네, 인실X이네' 하는 선넘는 모욕을 일삼으셨다는 것"이라면서 "대표로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기 보단 저의 신고를 무효화하기 위해 저를 '일도 X같이 못하면서 징징거리고 민폐만 끼치다가 짤리기 전에 나간 사람'으로 각을 짜서몰아갔다는 것이 충성을 다한 직원으로서 서럽다"고 토로했다.

민 대표가 해당 의혹을 해명하며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 역시 짜깁기라고 주장했다. B씨는 "저의 사적인 카톡을 짜깁기해 공개하며 전체 맥락을 편집했다"면서 "민희진 대표님이 여태껏 비판하던 짜깁기와 왜곡, 동의없는 카톡 공개를 하시고, 디패 기사의 욕설의 대상도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거나, 제 퇴사 이유와 맥락을 이용하며 거짓말을 온 대중을 상대로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민희진 대표님은 하이브 인사팀에 항의할 당시 제가 일을 못해서 보복성 신고를 한 것으로 보이게 프레임을 짜려 온갖 증거를 모으려고 애썼다"면서 "회사 대표로서 중립적인 태도를 취한 것이고 대표로서 적절한 중재를 한 행동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B씨는 민 대표와 A임원의 진심이 담긴 사과를 바란다며 글을 마쳤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