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할 필리핀 노동자들이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할 필리핀 노동자들이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 외국인 가사 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노동자 100명이 입국한 가운데 240만 원에 달하는 월급이 논란이다. 이는 싱가포르(40만~60만 원대) 대비 5배 이상, 우리나라 3인 가구 월 평균 소득 절반 이상에 달하기 때문이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국내에서 필리핀 가사 관리사(하루 8시간 주5일 근무 기준)를 고용할 경우, 매달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238만 원이다. 시간당 최저임금인 9860원과 4대 사회보험 등 간접비까지 포함하면서다. 하루 4시간만 고용하면 월 119만 원이다.

50여 년 전부터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를 도입한 홍콩과 싱가포르와 비교해 이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홍콩의 경우 주 5일 8시간을 고용할 경우 월 최소 77만 원, 싱가포르는 40만~60만 원만을 지급하면 된다.

한국이 유독 높은 이유는 최저임금 9860원을 시급으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는 홍콩 시급(2797원)의 3.5배, 싱가포르(1721원)의 5.7배 수준이다.

이 제도를 이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우리나라 3인 가구 중위소득(소득순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가운데 해당하는 소득)은 471만원이다. 사실상 소득 절반을 필리핀 가사 관리사에 내줘야 하는 셈이다.

한국과 달리 홍콩은 외국인 가사 도우미에 최저 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저 임금제가 없는 싱가포르에서는 외국인 가사 도우미의 최저 시급을 8개 파견국과 협의해 정한다.

한국은행은 올해 3월 개별 가구가 외국인을 직접 고용하는 사적 계약 방식을 통해 국제 노동 기구(ILO) 협약을 우회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3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외국인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외국인 가사 도우미'는 대부분의 중·저소득층에게 '그림의 떡'이 될 것"이라며 "결국이 비용이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