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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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시 전체가 역사상 가장 크고, 가장 파격적인 무대가 됐다. 80명의 캉캉 댄서는 1820년대 파리 물랭루즈 카바레로 사람들을 이끌었고, 마리 앙투아네트가 투옥됐던 콩시에르주리는 테라스 층마다 메탈 밴드 ‘고지라’ 멤버들이 점령했다. 노트르담대성당, 루브르박물관 등 파리의 건물 지붕 위는 성화를 든 ‘복면 신사’가 4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뛰어다녔고 파리오페라발레단 무용수들은 시청 지붕 위에서 우아한 춤을 선보였다.

-2024년 7월 29일 자 한국경제신문-

뜨거운 여름밤을 달구었던 파리 올림픽이 11일 막을 내렸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의 전운이 이어지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펼쳐지기에 우려도 컸지만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206개국 스포츠 선수들이 보여준 각본 없는 드라마에 전 세계인이 울고 웃는 시간이었습니다.

올림픽의 감동이 채 식기도 전이지만 개최국 프랑스의 마음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습니다. 이 대형 이벤트로 돈을 벌었는지 잃었는지 손익을 확인하고, 당장 손실이 났더라도 미래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전략을 세우는 일 말이지요.

이번 올림픽은 개최 전부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 올림픽이란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프랑스 정부는 경제성 확보에 신중을 기했습니다. 월드컵, 등록 엑스포와 함께 세계 3대 행사로 불리는 올림픽이지만 화려한 이면에 막대한 적자를 남긴 사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이번 올림픽 개최에 들어간 총비용은 약 82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2020년 도쿄 올림픽(200억 달러),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156억 달러), 2012년 런던 올림픽(171억 달러)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추정한 파리 올림픽의 경제효과가 120억 달러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가성비가 상당한 셈입니다.

프랑스가 올림픽을 위해 건설한 경기장은 파리 아쿠아틱 센터 단 한 곳뿐입니다. 올림픽 주 경기장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메인 스타디움을 활용해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아낀 것으로 전해집니다. 태권도와 펜싱은 1900년 만국박람회를 위해 지은 박물관 그랑 팔레에서, 승마는 베르사유궁전 내 야외 경기장에서 치렀습니다. 올림픽만을 위해 만든 대규모 스포츠 인프라가 대회가 끝난 후 애물단지로 전락하며 국가 재정에도 막대한 손실을 입힌 과거 개최국들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은 결정이라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을 시작으로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15번의 하계올림픽 중 흑자를 기록한 올림픽은 세 차례에 불과했습니다. 스위스 로잔대학교의 2022년 연구에 따르면 1964~2018년에 열린 올림픽과 월드컵 43개 대회의 개최 비용은 1200억 달러에 달했지만 이익은 700억 달러에 그쳤습니다.

손실 대부분은 잘못된 비용편익분석(B/C 분석)에 원인이 있습니다. 대부분 국가는 올림픽 같은 대규모 행사를 개최할 때 개최의 장·단기적 편익과 비용을 계산하는 B/C 분석을 거칩니다. 경기장 등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위해선 거액의 국가 재정이 투입되기에 당연한 절차지요.

하지만 올림픽 같은 대형 국제행사를 하면서 개최하기도 전에 편익이 비용보다 클 것이라고 전망하는 나라는 한 곳도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당장의 인프라 투자로 단기적으론 손실을 볼 수 있지만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창출되는 일자리와 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로 인한 관광산업 성장 등 유무형 가치를 감안하면 장기적으론 편익이 비용을 뛰어넘는다는 것입니다.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을 모두 치른 바 있는 한국은 올림픽의 경제적 성공과 실패 사례를 모두 경험한 나라로 꼽힙니다. IOC 추정에 따르면 1988년 서울 올림픽은 2800만 달러의 적자를 낸 올림픽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하지만 선진국 반열에 오르지 못하던 한국 입장에서 당시로선 상상할 수 없던 300만 명에 달하는 해외 관광객이 찾으며 한국 관광산업을 부흥시키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고용 유발 효과도 34만 명에 달했습니다. 당시 올림픽을 위해 건설한 종합운동장과 올림픽공원 등 주요 인프라는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으며 시민들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반면 2018년 평창 올림픽은 대회 자체는 흑자로 마무리됐지만 대회를 위해 만든 경기장들은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매년 관리 비용만 수십 억원이 드는 애물단지가 된 실정입니다. 올림픽을 계기로 평창이 전 세계인이 찾는 겨울스포츠의 ‘메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빗나간 결과입니다.

[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새로 지은 경기장 1곳뿐"…파리는 '가성비 올림픽'
이렇듯 올림픽의 경제적 성공 여부는 2주일여의 대회 기간이 아닌 대회를 준비하는 10년, 대회 이후 10년에 좌우됩니다. 12년 뒤인 2036년 48년 만에 올림픽 유치를 노리는 한국도 이 점을 유념해야 하겠습니다.

황정환 기자

NIE 포인트

1. 올림픽의 경제성을 어떻게 분석할 수 있을지 알아보자.

2.역대 올림픽 가운데 경제적으로 성공하거나 실패한 사례를 찾아보자.

3. 국제행사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지 고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