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vs 파리, 올림픽 메달 디자인 대결의 최종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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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조새미의 공예의 탄생
런던 VS 파리 올림픽 메달 디테일 분석
런던 VS 파리 올림픽 메달 디테일 분석
올림픽은 전 지구적 행사이다. 올림픽 메달 디자인은 대회마다 그 나라의 문화, 역사를 반영하며, 행사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중요한 예술적 요소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24년 파리 올림픽의 메달 디자인은 각기 다른 시각적 언어와 미학적 접근을 통해 올림픽 정신을 표현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24년 파리 올림픽의 메달 디자인을 비교해 보자. 메달은 누가 디자인했으며, 어떤 디자인 철학을 보여주는가?
프랑스의 경쟁국은 언제나 영국이었다. 1851년 영국 런던 하이드 파크에서 열렸던 만국박람회와 1900년 파리 박람회도 경쟁 관계의 결과였고, 올림픽 개최도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메달은 왕립예술학교 (Royal College of Art)의 금속공예과 교수 데이비드 왓킨스 (David Watkins)가 디자인했다. 그는 1940년생으로, 재료와 기술에 대한 실험적 접근 방식으로 현대 장신구의 지평을 넓힌 인물이다, 1960년대 귀금속을 재료로 하는 보수적인 예술 분야에서 부인 웬디 램쇼 (Wendy Ramshaw)와 함께 종이 장신구를 선보임으로써 현대 장신구의 개척자가 되었다. 또한 왓킨스 교수는 1990년대 중반 디지털 기술을 예술 장신구 제작에 선구적으로 수용했다. "나는 기술을 탐구하는 것을 좋아한다. 기술과 재료가 나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발견하는 것이 흥미롭다. 모든 재료는 고유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그저 어떻게 그 아름다움을 찾아내는가가 문제일 뿐이다. 손, 눈 등으로, 직관적으로 작업을 해야 하며, 우리의 개인적 비전에 충실해야 한다."
왓킨스가 디자인한 2012년 런던 올림픽 메달은 지름 85mm, 두께 7mm, 무게 약 400g이었다. 메달의 앞면은 올림픽 전통에 따라 그리스 승리의 여신 니케(Nike)가 멀리 파르테논 신전을 배경으로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으로 날아와 최고의 선수에게 승리를 전하는 모습을 저부조로 표현했다. 사실 이 디자인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메달 디자인을 기초로 한다. 이 역시 왕립예술학교(RCA) 출신 그리스 작가 엘레나 보치(Elena Votsi)의 디자인이다. IOC는 2004년 이후 하계올림픽 메달 앞면에는 이 디자인을 무기한 적용하도록 공식적으로 규정하였다. 그러므로 72세였던 왓킨스의 예술적 역량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은 바로 뒷면이다. 2012 런던 올림픽 엠블럼을 중앙에 배치했고, 템스강을 상징하는 리본 형상을 중앙에 가로로 배치했다. 원을 가로지르는 사선의 역동적인 배치는 왓킨스의 브로치 작품을 연상시키는 기하학적인 패턴 디자인을 보여준다. 올림픽 엠블럼과 강렬한 기하학적 선으로 강한 대조와 디테일을 통해 현대적 감각을 드러냈다. 메달의 중앙, 디자인을 감싸고 있는 선으로 표현된 정사각형은 메달의 둥근 모양과 대비되어, 중앙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전체 디자인이 추상적인 지도와 같은 느낌이며, 금속의 질감과 빛의 반사를 고려한 디자인이다. 이는 수십 년간 3D 디지털 환경에서 장신구를 디자인해 온 왓킨스의 예술가로서의 역량이 작은 금속 덩어리 안에 응축된 결과로 노련한 조형 감각을 보여준다.
1924년 이후 100년 만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 번째 올림픽. 2024 올림픽의 메달 디자인은 프랑스 장인 정신을 상징하는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쇼메(CHAUMET)가 담당했다. 1780년 설립된 쇼메는 하이주얼리 회사로, 18세기 후반부터 고급 보석과 시계 제작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쇼메는 프랑스 보석 장인 마리-에티엔 니토(Marie-Étienne Nitot)에 의해 설립되었다. 니토는 1780년 프랑스 혁명 당시 왕실 및 조세핀 왕후의 전속 세공사로 임명되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를 비롯한 황실과 귀족들을 위한 보석을 제작하는 공식 보석상으로 활동하며 주목받았다. 나폴레옹은 주얼리를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했는데, 대관식에서 사용된 황관을 비롯한 다양한 장신구를 주문했다. 이렇듯 쇼메는 유럽 귀족과 왕족을 위한 보석과 티아라, 다이아몬드 장신구 등을 제작하면서 전통과 장인정신을 발전시켰다. 제국의 몰락 이후 1820년부터 1850년 사이, 자연물 모티프를 중심으로 하는 낭만주의 주얼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파리는 지금]루이비통 트렁크에 쇼메의 '에펠탑 메달'…패션 올림픽도 개막! 2024 파리 올림픽 메달 앞면에는 IOC 규정에 따라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처음 선보였던 디자이너 엘레나 보치의 경기장으로 날아드는 승리의 여신 니케를 표현했다. 다만 오른쪽 원경에 파리 에펠탑의 모습을 새겨 넣음으로써 2024 파리 올림픽의 개성을 더했다. 가장자리 빛의 형상도 메달 뒷면 디자인과 연동된다. 메달 뒷면 디자인은 보석 디자인처럼 접근했다. 밀링 작업으로 메달의 중앙에 육각의 홈을 팠고, 그 안에 20세기 에펠탑 개·보수 과정에서 나온 철 조각 약 91㎏을 제공받아 이를 육각형으로 재단해 마치 반지에 다이아몬드를 물리듯 메달의 중심에 배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디자인은 유럽의 전통적인 귀금속 세공 기법에 관한 장인적 이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쇼메의 제작 책임자 클레멘타인 마소나(Clémentine Massonnat)는 “에펠탑 조각을 육각형으로 처리해 하이주얼리 보석처럼 세팅하기로 했다. 육각형의 중심부를 보석처럼 돋보이게 디자인하는 것이 목표였다. 태양의 광선을 메달 모티브로 삼은 것 역시 선수들을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메달은 프랑스 조폐국에서 제작되었다. 금형 제작을 위해 특별 설계된 도구가 장착된 프레스에서 디스크 형태로 자른 금속 블랭크를 여러 번 조각한 다음 주조했다. 광선을 표현한 이 디자인은 금형을 다회에 걸쳐 조각했기 때문에 빛의 스펙트럼을 더 구조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입체적인 빛의 공간을 생성한 것 같은 느낌. 촉각 지각적인 디자인으로 빛을 표현했다.
철 조각을 보석처럼 메달의 중앙의 홈에 넣은 다음 안정적으로 고정하기 위해 까마귀의 발톱을 닮은 크로 셋팅 (craw setting) 기법을 적용했다. 여섯 모서리는 프랑스어로 "파리의 못"을 뜻하는 클루 드 파리 (Clous de Paris)로 불리는 건축 장식에서 영감을 받은 패턴을 적용했는데, 뾰족한 다이아몬드 기호를 닮은, 작은 피라미드를 위에서 본 모양이다. 이 디자인은 빛과 그림자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데, 18세기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다. 이 패턴은 기요셰 (guilloché, guillochage) 기법에서 유래되었다. 이 기법은 선반의 엔진 회전을 통해 정확하고, 복잡하며, 반복적인 기하학적 패턴을 금속판과 같은 기본 재료의 표면에 새기는 기계적 상감 기법이다. 18세기 초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개발된 이 기술은 18세기 중반, 시계 다이얼과 케이스를 장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또한 위조 방지에 효과적이었기에 19세기 후반부터는 은행권, 주식 증서, 여권과 같은 보안 문서 인쇄 원판 제작에도 사용되었다. 따라서 2024 파리 올림픽 메달 디자인은 19세기 기술과 방법론을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의적 디자인의 사례이다. 메달은 공공의 영역인 기념물 제작에 속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메달은 현대 장신구의 실험적 태도를 응축해서 보여주었으며, 2024년 파리 올림픽 메달은 전통적 가치를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노력을 반영하는 디자인으로 차별화된다. 두 메달 모두 아름다움에 관한 한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다만 누가 메달을 디자인했는가를 생각해 보았을 때 차이가 분명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메달은 현대 장신구의 영역을 확대한 왓킨스와 같은 아방가르드적 태도를 취하는 작가의 디자인인 반면, 2024년 파리 올림픽 메달 디자인은 럭셔리 쥬얼리 하우스인 쇼메의 디자인이다. 일생을 아방가르드적인 예술 장신구 분야를 개척했던 왓킨스. 조세핀 황후와 유럽 귀족의 장신구를 제작하며 명성을 쌓은 하이주얼리 하우스 쇼메. 그렇다면 20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메달은 누가 디자인할 것인가. 아방가르드 예술가? 하이테크와 인공지능? 그렇지 않다면 미국적 하이주얼리의 대명사 티파니? 미국 서부의 자유로운 정신의 상징, LA 올림픽 메달 디자인의 주인공은 누가 될지 벌써 궁금해진다.
조새미 공예 연구가·미술비평가
왓킨스가 디자인한 2012년 런던 올림픽 메달은 지름 85mm, 두께 7mm, 무게 약 400g이었다. 메달의 앞면은 올림픽 전통에 따라 그리스 승리의 여신 니케(Nike)가 멀리 파르테논 신전을 배경으로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으로 날아와 최고의 선수에게 승리를 전하는 모습을 저부조로 표현했다. 사실 이 디자인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메달 디자인을 기초로 한다. 이 역시 왕립예술학교(RCA) 출신 그리스 작가 엘레나 보치(Elena Votsi)의 디자인이다. IOC는 2004년 이후 하계올림픽 메달 앞면에는 이 디자인을 무기한 적용하도록 공식적으로 규정하였다. 그러므로 72세였던 왓킨스의 예술적 역량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은 바로 뒷면이다. 2012 런던 올림픽 엠블럼을 중앙에 배치했고, 템스강을 상징하는 리본 형상을 중앙에 가로로 배치했다. 원을 가로지르는 사선의 역동적인 배치는 왓킨스의 브로치 작품을 연상시키는 기하학적인 패턴 디자인을 보여준다. 올림픽 엠블럼과 강렬한 기하학적 선으로 강한 대조와 디테일을 통해 현대적 감각을 드러냈다. 메달의 중앙, 디자인을 감싸고 있는 선으로 표현된 정사각형은 메달의 둥근 모양과 대비되어, 중앙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전체 디자인이 추상적인 지도와 같은 느낌이며, 금속의 질감과 빛의 반사를 고려한 디자인이다. 이는 수십 년간 3D 디지털 환경에서 장신구를 디자인해 온 왓킨스의 예술가로서의 역량이 작은 금속 덩어리 안에 응축된 결과로 노련한 조형 감각을 보여준다.
1924년 이후 100년 만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 번째 올림픽. 2024 올림픽의 메달 디자인은 프랑스 장인 정신을 상징하는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쇼메(CHAUMET)가 담당했다. 1780년 설립된 쇼메는 하이주얼리 회사로, 18세기 후반부터 고급 보석과 시계 제작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쇼메는 프랑스 보석 장인 마리-에티엔 니토(Marie-Étienne Nitot)에 의해 설립되었다. 니토는 1780년 프랑스 혁명 당시 왕실 및 조세핀 왕후의 전속 세공사로 임명되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를 비롯한 황실과 귀족들을 위한 보석을 제작하는 공식 보석상으로 활동하며 주목받았다. 나폴레옹은 주얼리를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했는데, 대관식에서 사용된 황관을 비롯한 다양한 장신구를 주문했다. 이렇듯 쇼메는 유럽 귀족과 왕족을 위한 보석과 티아라, 다이아몬드 장신구 등을 제작하면서 전통과 장인정신을 발전시켰다. 제국의 몰락 이후 1820년부터 1850년 사이, 자연물 모티프를 중심으로 하는 낭만주의 주얼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파리는 지금]루이비통 트렁크에 쇼메의 '에펠탑 메달'…패션 올림픽도 개막! 2024 파리 올림픽 메달 앞면에는 IOC 규정에 따라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처음 선보였던 디자이너 엘레나 보치의 경기장으로 날아드는 승리의 여신 니케를 표현했다. 다만 오른쪽 원경에 파리 에펠탑의 모습을 새겨 넣음으로써 2024 파리 올림픽의 개성을 더했다. 가장자리 빛의 형상도 메달 뒷면 디자인과 연동된다. 메달 뒷면 디자인은 보석 디자인처럼 접근했다. 밀링 작업으로 메달의 중앙에 육각의 홈을 팠고, 그 안에 20세기 에펠탑 개·보수 과정에서 나온 철 조각 약 91㎏을 제공받아 이를 육각형으로 재단해 마치 반지에 다이아몬드를 물리듯 메달의 중심에 배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디자인은 유럽의 전통적인 귀금속 세공 기법에 관한 장인적 이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쇼메의 제작 책임자 클레멘타인 마소나(Clémentine Massonnat)는 “에펠탑 조각을 육각형으로 처리해 하이주얼리 보석처럼 세팅하기로 했다. 육각형의 중심부를 보석처럼 돋보이게 디자인하는 것이 목표였다. 태양의 광선을 메달 모티브로 삼은 것 역시 선수들을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메달은 프랑스 조폐국에서 제작되었다. 금형 제작을 위해 특별 설계된 도구가 장착된 프레스에서 디스크 형태로 자른 금속 블랭크를 여러 번 조각한 다음 주조했다. 광선을 표현한 이 디자인은 금형을 다회에 걸쳐 조각했기 때문에 빛의 스펙트럼을 더 구조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입체적인 빛의 공간을 생성한 것 같은 느낌. 촉각 지각적인 디자인으로 빛을 표현했다.
철 조각을 보석처럼 메달의 중앙의 홈에 넣은 다음 안정적으로 고정하기 위해 까마귀의 발톱을 닮은 크로 셋팅 (craw setting) 기법을 적용했다. 여섯 모서리는 프랑스어로 "파리의 못"을 뜻하는 클루 드 파리 (Clous de Paris)로 불리는 건축 장식에서 영감을 받은 패턴을 적용했는데, 뾰족한 다이아몬드 기호를 닮은, 작은 피라미드를 위에서 본 모양이다. 이 디자인은 빛과 그림자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데, 18세기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다. 이 패턴은 기요셰 (guilloché, guillochage) 기법에서 유래되었다. 이 기법은 선반의 엔진 회전을 통해 정확하고, 복잡하며, 반복적인 기하학적 패턴을 금속판과 같은 기본 재료의 표면에 새기는 기계적 상감 기법이다. 18세기 초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개발된 이 기술은 18세기 중반, 시계 다이얼과 케이스를 장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또한 위조 방지에 효과적이었기에 19세기 후반부터는 은행권, 주식 증서, 여권과 같은 보안 문서 인쇄 원판 제작에도 사용되었다. 따라서 2024 파리 올림픽 메달 디자인은 19세기 기술과 방법론을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의적 디자인의 사례이다. 메달은 공공의 영역인 기념물 제작에 속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메달은 현대 장신구의 실험적 태도를 응축해서 보여주었으며, 2024년 파리 올림픽 메달은 전통적 가치를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노력을 반영하는 디자인으로 차별화된다. 두 메달 모두 아름다움에 관한 한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다만 누가 메달을 디자인했는가를 생각해 보았을 때 차이가 분명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메달은 현대 장신구의 영역을 확대한 왓킨스와 같은 아방가르드적 태도를 취하는 작가의 디자인인 반면, 2024년 파리 올림픽 메달 디자인은 럭셔리 쥬얼리 하우스인 쇼메의 디자인이다. 일생을 아방가르드적인 예술 장신구 분야를 개척했던 왓킨스. 조세핀 황후와 유럽 귀족의 장신구를 제작하며 명성을 쌓은 하이주얼리 하우스 쇼메. 그렇다면 20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메달은 누가 디자인할 것인가. 아방가르드 예술가? 하이테크와 인공지능? 그렇지 않다면 미국적 하이주얼리의 대명사 티파니? 미국 서부의 자유로운 정신의 상징, LA 올림픽 메달 디자인의 주인공은 누가 될지 벌써 궁금해진다.
조새미 공예 연구가·미술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