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에도 목표가의 '반토막'…금호타이어·한미반도체 반등할까
올 2분기 호실적을 발표한 주요 상장사들의 증권사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주 급락과 경기 침체 우려 등이 겹친 영향이다.

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가운데 증권사 평균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8일 종가 기준)의 괴리율이 50% 이상인 곳은 총 95개로 집계됐다. 증권사가 실적 전망을 바탕으로 목표가를 제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상 실적 대비 저평가된 기업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2분기 호실적을 발표한 기업도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는 벌어지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증권가 평균 목표주가가 9200원이지만 전날 종가 기준 주가는 4620원으로 괴리율이 99.13%에 달했다. 금호타이어의 2분기 영업이익은 15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9% 늘어났다. 3분기 영업이익 전망도 최근 3개월 동안 5.3% 상향됐다. 그러나 물류비 및 원료 가격 상승 우려로 주가는 지난 5월 8일 연중 고점을 기록한 후 45% 넘게 하락했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베트남 공장 생산 물량이 확대되면 원가 경쟁력 우려를 덜어낼 것"이라고 했다.

AI 수혜주로 꼽히는 한미반도체, 이수페타시스도 실제 주가 대비 목표가 괴리율이 높은 종목이다. 한미반도체의 경우 괴리율이 97.01%, 이수페타시스는 89.1%다. 한미반도체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96% 늘어난 554억원, 이수페타시스는 39.7% 증가한 25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캐즘(일시적 수용 정체)에 대한 우려로 반도체 업종 전반에 급격한 조정이 나타났지만 AI 시장의 성장을 고려하면 조정은 매수기회"라고 했다.

헤운 운임 상승으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팬오션도 저평가된 종목으로 꼽혔다. 이 회사의 2분기 영업이익은 1352억원으로 증권가 예상치인 1185억원을 14% 웃돌았다. 그럼에도 증권가 목표가(6082원)에 비해 전날 주가는 3690원 수준에 머물렀다.

업황이 둔화된 업종도 개별 종목별로 저가 매수에 나설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판덱스 섬유가 주력인 효성티앤씨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31.2% 증가한 846억원이다. 증권사 예상치에 부합한 실적이었지만 목표가와 주가 괴리율은 68.26%에 달했다.

국내 반도체 대표주자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역시 목표가 대비 실제 주가 괴리율이 컸다. 전날 종가 기준 삼성전자의 괴리율은 50.93%, SK하이닉스는 68.09%다. 이밖에도 LG전자(51.81%), 풍산(52.37%) 등도 목표가 대비 주가 격차가 컸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투자심리 악화에도 국내 상장사들의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최근 한 주 사이 오히려 소폭 상향됐다"며 "주가는 빠졌지만 실적은 상향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은 커졌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