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로 코스피가 급락한 지난 5일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 미국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로 코스피가 급락한 지난 5일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 미국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블랙 먼데이' 쇼크가 발생한 지난 5일 이후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는 '제약 바이오'를, 개인 투자자는 '반도체'를 대거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과 기관은 금리인하기 수혜주(株)를, 개인은 반도체 '줍줍'(단기급락주 저가매수)의 매매 전략을 펼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과 기관은 지난 5일부터 전날까지 모두 제약바이오 종목을 순매수 1위에 올렸다. 외국인은 이 기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993억원어치 담아 가장 많이 샀다. 기관은 같은 기간 셀트리온(985억원)을 가장 많이 담았다.

제약바이오를 제외하면 외국인은 KT&G(807억원)을 두 번째로 많이 샀다. 이어 SK텔레콤(441억원) POSCO홀딩스(336억원) 순이었다. 기관은 씨에스윈드(570억원), 시프트업(434억원) 순으로 많이 담았다.

반면 개인은 반도체 '줍줍'에 집중했다. 이 기간 개인은 삼성전자를 2조5357억원어치 담아 가장 많이 샀다. SK하이닉스(853억원)도 많이 담았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아모레퍼시픽(2245억원), 네이버(1031억원), 기아(899억원)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당장 실현 가능 수익이 적더라도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는 수익을 현재 가치로 할인해 거래하는 대표적인 성장주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할 경우 금리 수준은 조달 금리와 할인율 모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금리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섹터는 금리 모멘텀이 더해지는 확산의 과정에서 주가가 우상향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업종"이라며 "비만치료제, 알츠하이머 등 수요 우위의 영역이 존재하고 인공지능(AI) 기술과의 조합을 통해 신규 시장 개척 작업이 병행 중이라 모멘텀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개인은 뚜렷한 실적 모멘텀이 있는 기업을 '믿을맨'으로 골랐다. 주가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상향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분석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내년 추정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1.1배, 주가순이익비율(PER) 9.1배를 기록해 바겐세일 중"이라며 "매력적인 진입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반도체 과잉 공급 우려에 투심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SK하이닉스의 공급량만으로 소비량을 모두 충당할 수 있었던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 5세대(HBM3E) 제품을 본격적으로 구매하기 시작할 경우 HBM 부문의 경쟁 심화와 공급 과잉으로의 전환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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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은 이 기간 해외 주식시장에서도 '반도체'에 집중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5일 이후 미국 주식시장에서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3배 불 셰어즈'(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를 가장 많이 담았다. 해당 ETF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하루 변동 폭의 3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이어 나스닥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PROSHARES ULTRAPRO QQQ) ETF, 인텔, 엔비디아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로 따라가는 '그래닛셰어즈 2배 롱엔비디아 데일리'(GRANITESHARES 2.0X LONG NVDA DAILY) ETF, 테슬라 주가에 2배 연동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배 셰어즈'(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 순으로 가장 많이 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