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진흥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진흥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경기 안양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들이 분담금을 둘러싸고 조합 내분이 벌어졌다. 일부 단지는 아파트를 다 지어놓고도 입주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10일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진흥아파트 재건축(안양역 푸르지오 더샵) 조합 정상화대책위원회는 조합장 해임을 위한 임시총회를 연다. 임시총회 상정 안건은 △조합장 해임 및 직무 정지의 건 △감사 해임 및 직무 정지의 건 △이사 해임 및 직무 정지의 건이다.

진흥아파트 재건축은 오는 10월 입주가 예정된 아파트다. 입주를 두 달 앞두고 정상위가 조합 집행부 해임에 나선 것은 재건축 사업 수익성이 악화하며 조합원 추가 분담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진흥아파트 재건축 비례율은 종전 109.35%에서 94%로 하락했다.

비례율이 100%를 넘기면 조합원들은 환급금을 받지만, 100% 아래로 내려가면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한다. 조합원당 추가 분담금은 4000만~6000만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비례율이 크게 낮아진 원인은 재건축 간접 사업비에 있다. 진흥아파트 재건축 사업비는 2020년 6926억원이던 것이 매년 증액된 끝에 지난달 9573억원으로 약 2600억원 늘어났다.

이 기간 공사비는 5359억원에서 5884억원으로 525억원 증액됐지만, 간접 사업비는 1567억원에서 3689억원으로 2122억원 급증했다. 간접 사업비가 대폭 늘어나면서 조합원 추가 분담금이 발생한 것이다.

정상위는 전체 조합원 2005명 중 588명으로부터 조합장 해임 발의 동의서를 받았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조합의 임원 해임은 조합원 10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소집된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조합 내분 끝에 집행부를 전원 해임하면서 아파트를 다 지어놓고도 입주하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평촌 트리지아(융창아파트주변지구)'는 이달 1일 입주가 예정됐던 곳이지만, 현재는 이달 내 입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합 집행부가 준공 승인 등과 같은 행정 절차를 마무리해야 입주 일정을 확정할 수 있는데, 입주 한 달여를 남겨놓고 집행부를 전원 해임하면서 관련 절차가 모두 중단된 여파다.

평촌 트리지아도 조합 내분의 원인은 분담금이다. 기존 152%였던 비례율이 94%로 낮아지면서 가구당 1억원 안팎으로 예상됐던 환급금이 사라지고 1500만원 내외의 추가 분담금을 낼 처지가 되자 '평촌 트리지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6월 말 임시총회를 열고 59.12% 찬성률로 조합 집행부 전원을 해임했다. 비례율이 낮아진 데에는 사업 대여금 이자가 큰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들은 지난달 28일 임시총회에서 비대위원장 A씨를 신규 조합장으로 선임했다. 이전 집행부를 해임하고 새 집행부를 구성하기까지 한 달 넘게 걸린 셈이다. 새 조합 집행부는 부분 준공 승인을 받아 8월 내 입주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비례율을 상향한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추진하면서 이달 내 입주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총회 개최 등 관련 행정절차 마무리에 한 달가량 소요되는 탓이다.

잔여 공사비 1300억원의 회수가 불투명해진 시공단도 조합 측에 공사비 지급 확약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반분양자에 대해서는 오는 20일부터 입주를 허용하지만, 조합원 가구는 공사비를 지급해야 입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공단은 지난 7일을 기한으로 조합 측에 지급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청했지만, 조합은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악의 경우 시공단이 유치권을 행사해 입주가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건설업계에서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있어 사업비 증액과 추가 분담금으로 인한 조합 내분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합원들이 금융 비용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은 잔금 지급 전까지 비용을 내지 않는다. 막대한 사업비는 모두 대출로 마련되는 것"이라며 "정비사업에 있어 대부분의 사업비 증액은 대출로 인한 이자 비용이지만, 다수 조합원은 이에 공감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비사업에서 '바른 것보다 빠른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공사비가 아닌 이자 때문"이라며 "조합 내부 갈등이 불거지더라도 사업이 지연되진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