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F-프리즈 3년의 시간이 바꿔놓은 한국 미술시장의 지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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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박준수의 아트페어 길라잡이
2021년 이후 신흥 부호들의 미술시장 진출
프리즈 서울, 국내 갤러리들에 새로운 기회 제공
韓 갤러리들, 해외진출 통해 국제 무대에 도전
2021년 이후 신흥 부호들의 미술시장 진출
프리즈 서울, 국내 갤러리들에 새로운 기회 제공
韓 갤러리들, 해외진출 통해 국제 무대에 도전
지금의 미술시장 상황을 이해하려면 2021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코로나19로 힘든 민생을 구하기 위해 돈이 풀리면서 생겨난 신흥 부호들은 처음에는 명품을 마구 사더니 미술 시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없는 살림에 보릿고개로 버티던 미술판에도 돈이 몰리니 이때다 싶었는지 우후죽순 갤러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열리는 아트페어마다 작품은 솔드아웃이었고, 손님들에게 대기표를 뽑으라는 갤러리까지 생겨났다. 이렇게 호황기를 누리는 한국 미술 시장에 프리즈까지 진출하며, 서울은 국제적인 미술 시장으로 발돋움했다. 재능 있는 인재들이 몰려오고, 기업과 명품 브랜드들이 아트페어에 앞다투어 후원을 하니 꿈 같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호황은 길지 않았다. 2022년 KIAF-프리즈의 동시 개최 후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 아트페어 입구에 낚시 의자를 놓고 줄을 서던 오픈런은 어느새 추억이 됐다. 요즘 갤러리를 찾아가면 오프닝 전에 이미 선판매로 솔드아웃되던 작가들의 작품도 쉽사리 판매 리스트를 받아볼 수 있다. 중소 갤러리와 신생 갤러리들은 고정 고객을 확보하지 못해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전시보다는 세컨더리 판매에 치중했던 갤러리들은 워크인 고객 확보가 더욱 어려워졌다.
그래서 이들은 아트페어에 더 의존하게 됐다. 2020년까지 400여개였던 갤러리 수가 2023년 800개를 넘겼을 정도로 늘어난 가운데, 그만큼 많은 아트페어가 새로 생겨났다. 2016년 40여개에 불과했던 아트페어는 현재 70여개가 넘으며, 서울에서만 33개가 열리고 있다. 2024년 상반기 거의 매주 아트페어가 열린 이유다. 하지만 대부분 가까스로 체면치레만 했을 뿐이다. 그래서 화랑들은 9월 열리는 KIAF-프리즈를 애타게 기다려왔다.
프리즈 서울, 잠자는 갤러리들을 깨우다
최근 프리즈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한국 갤러리 참여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갤러리 비율을 제한하고 아시아권 갤러리를 더욱 많이 유치하겠다는 게 프리즈의 당초 취지였다. 그래서 프리즈 서울은 첫 회에는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학고재, 조현화랑, 갤러리바톤, 휘슬, P21 등 국내 갤러리 중 이미 아트바젤이나 프리즈에 참여하고 있는 대표적인 12개 갤러리만 참가를 승인했다. 하지만 2회부터는 가나아트, 실린더, 우손갤러리, 지갤러리 등 국내 갤러리 비중이 늘었다. 3회차인 올해는 갤러리신라, 갤러리조선, BB&M 등 더 많은 국내 갤러리가 참가 승인을 받았다 .
이런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프리즈 서울에 참여하는 해외갤러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보다는 프리즈로 인해 자극을 받은 국내 갤러리가 적극적으로 성장 노력을 기울여 프리즈의 높은 심사 기준을 넘게 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런 갤러리들은 새로운 작가를 찾고, 갤러리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참신한 전시를 해나가며, 해외 아트페어나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해외 미술관 및 갤러리와 교류하며 글로벌 아트마켓으로의 진입을 시작하고 있다.
실린더와 에이라운지, BB&M, 지갤러리 같은 비교적 신생 갤러리들이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게 근거다. 갤러리신라, 갤러리조선, 학고재 등 2세가 경영에 참여하는 화랑들도 젊은 활력을 불어넣으며 다각화된 시도를 하고 있다. 물론 이런 갤러리들은 불황에도 괜찮은 판매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이때까지 국내 갤러리 대부분이 작은 국내시장에만 안주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프리즈 진출 전에도 화랑협회와 KIAF가 화랑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기는 했지만, 절박함이 없다 보니 변화의 속도가 매우 느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프리즈가 한국 시장을 열어젖히면서 수많은 갤러리들이 생존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 미술시장의 성장
불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울에 대한 해외의 관심은 높다. 올해 참석한 아트바젤 바젤과 베니스에서는 많은 갤러리 관계자들과 컬렉터들이 서울 아트 마켓에 대해 물어왔다. 마시모 데 카를로, 화이트큐브, 두아르트 스퀘이라 같은 좋은 갤러리들이 근래 들어 서울에 지점을 냈고, 가고시안도 최근 아모레퍼시픽뮤지엄에서 전시를 연다고 발표하며 한국 미술 시장의 분위기를 보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아트오앤오에 참여했던 갤러리 중 하나인 레이지마이크 역시 한국에 지점을 열기로 결정했다. 당분간 이런 관심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작가들도 주목받고 있다. 리만머핀, 에스더시퍼, 타테우스 로팍, 페이스 등 국내에 진출한 해외 갤러리들이 한국 작가의 전시를 연 것도 긍정적이다. 페레스프로젝트는 이근민 작가를 전속으로 하여 해외에 소개하고 있다. 이전까지 이우환, 박서보 같은 해외에서도 이미 유명한 원로 대표 작가만을 소개하였다면, 지금은 국내에서도 유망한 신진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미국 뉴욕에 개관한 스푸러스 마거스 뉴욕의 사례와도 비슷하다. 스푸러스 마거스는 갤러리 대표 작가를 뉴욕 지점에서 소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뉴욕의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 미술 시장의 컬렉터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들은 처음에는 잘 모르니, 특정 유명인을 따라 작품을 구입하거나, 해외 갤러리에 나온 유명 작가를 모으거나 옥션에서 고액에 낙찰된 작가에 목을 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지금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좋은 작가와 작품에 접근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외국 작가들보다 자신이 자라온 사회 환경과 정서적 공감을 느낄 수 있는 한국 작가들에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도 생겼다. 국제무대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며 인정받는 작가도 늘고 있다. 올해 아트바젤 바젤에서 크게 주목받은 이미래 작가, 카를로스 이시카와에 작품을 출품해 시선을 잡아끈 이목하 작가가 단적인 예다. 갤러리들의 해외 진출 시도가 늘었다는 것도 긍정적인 측면이다. 디스위켄드룸은 런던 파리 베를린,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은 오사카 마이애미 등 해외 전시와 아트페어에 참여하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전속 작가들을 알리고 있다. 최근 아트 오사카에 참여한 갤러리조선은 민성홍 작가 설치 작품을 보여주며 페어 내에서 가장 특별한 전시로 꼽혔다. 부산에 있는 갤러리 우는 팬데믹 시기에도 꾸준히 마이애미, 타이페이, 도쿄 등으로 전속인 한충석 작가를 소개하며 그 역량을 키웠다. 프리즈와 해외갤러리들의 국내 진출이 국내 갤러리들의 변화를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프리즈의 국내 진출은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크다.
키아프의 과제
키아프 프리즈의 동시 개최를 앞두고 키아프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인가. 아트바젤 바젤과 그 위성 페어인 리스트(Liste), 볼타(Volta)가 겪어온 길을 보며 그 방향을 예측해볼 수 있다. 리스트는 신생 갤러리와 새로운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며 그들의 정체성을 확보했다. 아트바젤 바젤의 하이엔드급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움을 접한 컬렉터들은 리스트에 열광하고 있다. 올해도 아트바젤 언리미티드 오픈 전에 열린 리스트의 오프닝에 수많은 컬렉터들이 길게 줄을 섰다. 반면 볼타는 아트바젤의 레플리카 시장 느낌이 강해 볼타를 찾는 컬렉터는 많지 않다. 갤러리들의 참가도 줄고 있다.
프리즈 서울과의 동시 개최를 3회째 맞이하는 키아프 역시 키아프 플러스나 부대행사를 통해 꾸준히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더욱 적극적인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외풍에 떠내려갈 수 밖에 없다.
프리즈는 5년이라는 키아프와의 동시 개최 계약 기간 동안 프리즈 서울을 통한 아시아권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유럽에 있는 컬렉터들이 아시아를 찾는 빈도가 줄었다. 타이페이 당다이, 도쿄 겐다이, 싱가폴 아트 SG가 생겨났고, 팬데믹과 정치적 이슈로 주춤했던 아트바젤 홍콩도 다시 그 위상을 떨치고 있다. 각국에서 국제아트페어가 많이 열리니 아트페어를 따라 전 세계를 돌아다니던 컬렉터들은 더 이상 돌아다니지 않는다. 그들은 점점 자신의 앞마당에서 좋은 작품을 보길 원한다.
그렇기에 프리즈와 키아프는 좋은 해외 갤러리를 유치하고, 국내 컬렉터 육성에 집중하여 힘써야 한다. 좋은 해외 갤러리들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도 결국 작품 판매를 하기 위해서다. 국내 컬렉터가 많아진다면 자연스레 해외 갤러리들은 작품을 팔기 위해 좋은 작품을 많이 들고 아트페어에 참여할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러운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오랜 시간 세계 각국의 미술시장을 둘러본 경험에서 보면 한국 미술은 아주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아트페어, 미술관, 갤러리는 물론 컬렉터들도 함께 힘을 합치면 그 잠재력을 충분히 폭발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박준수 기획자
하지만 호황은 길지 않았다. 2022년 KIAF-프리즈의 동시 개최 후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 아트페어 입구에 낚시 의자를 놓고 줄을 서던 오픈런은 어느새 추억이 됐다. 요즘 갤러리를 찾아가면 오프닝 전에 이미 선판매로 솔드아웃되던 작가들의 작품도 쉽사리 판매 리스트를 받아볼 수 있다. 중소 갤러리와 신생 갤러리들은 고정 고객을 확보하지 못해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전시보다는 세컨더리 판매에 치중했던 갤러리들은 워크인 고객 확보가 더욱 어려워졌다.
그래서 이들은 아트페어에 더 의존하게 됐다. 2020년까지 400여개였던 갤러리 수가 2023년 800개를 넘겼을 정도로 늘어난 가운데, 그만큼 많은 아트페어가 새로 생겨났다. 2016년 40여개에 불과했던 아트페어는 현재 70여개가 넘으며, 서울에서만 33개가 열리고 있다. 2024년 상반기 거의 매주 아트페어가 열린 이유다. 하지만 대부분 가까스로 체면치레만 했을 뿐이다. 그래서 화랑들은 9월 열리는 KIAF-프리즈를 애타게 기다려왔다.
프리즈 서울, 잠자는 갤러리들을 깨우다
최근 프리즈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한국 갤러리 참여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갤러리 비율을 제한하고 아시아권 갤러리를 더욱 많이 유치하겠다는 게 프리즈의 당초 취지였다. 그래서 프리즈 서울은 첫 회에는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학고재, 조현화랑, 갤러리바톤, 휘슬, P21 등 국내 갤러리 중 이미 아트바젤이나 프리즈에 참여하고 있는 대표적인 12개 갤러리만 참가를 승인했다. 하지만 2회부터는 가나아트, 실린더, 우손갤러리, 지갤러리 등 국내 갤러리 비중이 늘었다. 3회차인 올해는 갤러리신라, 갤러리조선, BB&M 등 더 많은 국내 갤러리가 참가 승인을 받았다 .
이런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프리즈 서울에 참여하는 해외갤러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보다는 프리즈로 인해 자극을 받은 국내 갤러리가 적극적으로 성장 노력을 기울여 프리즈의 높은 심사 기준을 넘게 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런 갤러리들은 새로운 작가를 찾고, 갤러리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참신한 전시를 해나가며, 해외 아트페어나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해외 미술관 및 갤러리와 교류하며 글로벌 아트마켓으로의 진입을 시작하고 있다.
실린더와 에이라운지, BB&M, 지갤러리 같은 비교적 신생 갤러리들이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게 근거다. 갤러리신라, 갤러리조선, 학고재 등 2세가 경영에 참여하는 화랑들도 젊은 활력을 불어넣으며 다각화된 시도를 하고 있다. 물론 이런 갤러리들은 불황에도 괜찮은 판매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이때까지 국내 갤러리 대부분이 작은 국내시장에만 안주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프리즈 진출 전에도 화랑협회와 KIAF가 화랑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기는 했지만, 절박함이 없다 보니 변화의 속도가 매우 느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프리즈가 한국 시장을 열어젖히면서 수많은 갤러리들이 생존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 미술시장의 성장
불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울에 대한 해외의 관심은 높다. 올해 참석한 아트바젤 바젤과 베니스에서는 많은 갤러리 관계자들과 컬렉터들이 서울 아트 마켓에 대해 물어왔다. 마시모 데 카를로, 화이트큐브, 두아르트 스퀘이라 같은 좋은 갤러리들이 근래 들어 서울에 지점을 냈고, 가고시안도 최근 아모레퍼시픽뮤지엄에서 전시를 연다고 발표하며 한국 미술 시장의 분위기를 보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아트오앤오에 참여했던 갤러리 중 하나인 레이지마이크 역시 한국에 지점을 열기로 결정했다. 당분간 이런 관심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작가들도 주목받고 있다. 리만머핀, 에스더시퍼, 타테우스 로팍, 페이스 등 국내에 진출한 해외 갤러리들이 한국 작가의 전시를 연 것도 긍정적이다. 페레스프로젝트는 이근민 작가를 전속으로 하여 해외에 소개하고 있다. 이전까지 이우환, 박서보 같은 해외에서도 이미 유명한 원로 대표 작가만을 소개하였다면, 지금은 국내에서도 유망한 신진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미국 뉴욕에 개관한 스푸러스 마거스 뉴욕의 사례와도 비슷하다. 스푸러스 마거스는 갤러리 대표 작가를 뉴욕 지점에서 소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뉴욕의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 미술 시장의 컬렉터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들은 처음에는 잘 모르니, 특정 유명인을 따라 작품을 구입하거나, 해외 갤러리에 나온 유명 작가를 모으거나 옥션에서 고액에 낙찰된 작가에 목을 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지금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좋은 작가와 작품에 접근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외국 작가들보다 자신이 자라온 사회 환경과 정서적 공감을 느낄 수 있는 한국 작가들에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도 생겼다. 국제무대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며 인정받는 작가도 늘고 있다. 올해 아트바젤 바젤에서 크게 주목받은 이미래 작가, 카를로스 이시카와에 작품을 출품해 시선을 잡아끈 이목하 작가가 단적인 예다. 갤러리들의 해외 진출 시도가 늘었다는 것도 긍정적인 측면이다. 디스위켄드룸은 런던 파리 베를린,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은 오사카 마이애미 등 해외 전시와 아트페어에 참여하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전속 작가들을 알리고 있다. 최근 아트 오사카에 참여한 갤러리조선은 민성홍 작가 설치 작품을 보여주며 페어 내에서 가장 특별한 전시로 꼽혔다. 부산에 있는 갤러리 우는 팬데믹 시기에도 꾸준히 마이애미, 타이페이, 도쿄 등으로 전속인 한충석 작가를 소개하며 그 역량을 키웠다. 프리즈와 해외갤러리들의 국내 진출이 국내 갤러리들의 변화를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프리즈의 국내 진출은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크다.
키아프의 과제
키아프 프리즈의 동시 개최를 앞두고 키아프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인가. 아트바젤 바젤과 그 위성 페어인 리스트(Liste), 볼타(Volta)가 겪어온 길을 보며 그 방향을 예측해볼 수 있다. 리스트는 신생 갤러리와 새로운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며 그들의 정체성을 확보했다. 아트바젤 바젤의 하이엔드급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움을 접한 컬렉터들은 리스트에 열광하고 있다. 올해도 아트바젤 언리미티드 오픈 전에 열린 리스트의 오프닝에 수많은 컬렉터들이 길게 줄을 섰다. 반면 볼타는 아트바젤의 레플리카 시장 느낌이 강해 볼타를 찾는 컬렉터는 많지 않다. 갤러리들의 참가도 줄고 있다.
프리즈 서울과의 동시 개최를 3회째 맞이하는 키아프 역시 키아프 플러스나 부대행사를 통해 꾸준히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더욱 적극적인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외풍에 떠내려갈 수 밖에 없다.
프리즈는 5년이라는 키아프와의 동시 개최 계약 기간 동안 프리즈 서울을 통한 아시아권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유럽에 있는 컬렉터들이 아시아를 찾는 빈도가 줄었다. 타이페이 당다이, 도쿄 겐다이, 싱가폴 아트 SG가 생겨났고, 팬데믹과 정치적 이슈로 주춤했던 아트바젤 홍콩도 다시 그 위상을 떨치고 있다. 각국에서 국제아트페어가 많이 열리니 아트페어를 따라 전 세계를 돌아다니던 컬렉터들은 더 이상 돌아다니지 않는다. 그들은 점점 자신의 앞마당에서 좋은 작품을 보길 원한다.
그렇기에 프리즈와 키아프는 좋은 해외 갤러리를 유치하고, 국내 컬렉터 육성에 집중하여 힘써야 한다. 좋은 해외 갤러리들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도 결국 작품 판매를 하기 위해서다. 국내 컬렉터가 많아진다면 자연스레 해외 갤러리들은 작품을 팔기 위해 좋은 작품을 많이 들고 아트페어에 참여할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러운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오랜 시간 세계 각국의 미술시장을 둘러본 경험에서 보면 한국 미술은 아주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아트페어, 미술관, 갤러리는 물론 컬렉터들도 함께 힘을 합치면 그 잠재력을 충분히 폭발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박준수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