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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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배드민턴 선수 안세영이 대한배드민턴협회와 대표팀에 대한 작심 발언을 한 후 "올림픽 후 모든 걸 밝히겠다"고 했지만, 앞서 폭로한 내용들과 관련해 관련 협회들의 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9일 방송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안세영 논란을 살피기 위해 "스포츠계를 잘 알고 있는 감사원 감사관 출신, 경찰 출신 청렴 시민감사관, 여성 임원, 변호사, 권익위 전문 감사관 5명으로 감사팀을 꾸려 안세영 면담 등을 통해 자세하게 살필 예정"이라면도 "안세영의 표현 방법이 서툴렀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안세영 측과 관련 협회 간 엇갈리는 주장에 관해 정리했다.

안세영, 부상에도 혹사 당했나

안세영은 지난 5일 2024 파리 올림픽 무대에서 28년 만에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획득한 직후 "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한테 조금 크게 실망했다"며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이랑은 조금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이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 나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면 바꾸겠다"고 밝혔고, 이 회장도 "우선 지도자 5명에게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장재근 선수촌장이 찾아갔지만, 말을 안 하더라"라며 "분명 뭔가하고 싶은 얘기는 있는데 표현 방법이 좀 서투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안세영의 부상에 대해 "지도자들이 시간대, 일자별로 제출한 보고서에 자세하게 나와 있다"며 "안세영이 파리에서도 치료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강남 모 한의사한테 침을 맞고 싶다'고 해 배드민턴 협회가 한의사를 파리로 모셔 열흘 가까이 치료받게 했다"고 전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무릎 부상 오진 논란에 대해선 "의사가 오진이라고 해야지 본인이 오진이라고 한다고 오진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보고서상으로는 나름대로 충분히 관리했고 MRI, 제3 병원 등에 대한 기록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배드민턴협회에서 밝힌 해명과 일맥상통하는 발언이다. 배드민턴협회 측은 "선수의 대회 참가 여부 의사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국제대회에 참가시킨 대회는 없었다"며 "올림픽 직전 발목 부상과 관련해선 "선수가 지명한 한의사를 서울에서 섭외했고 신속하게 파리로 파견하는 데 1100만원 이상의 경비를 썼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이를 뒷받침하는 메시지 내용도 확인했다며 "나가지 말고 좀 더 쉬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하자 '괜찮습니다. 나가겠습니다'라는 등 협회, 코치와 안세영이 주고받은 메시지가 다 있다"면서 "(협회는) 좀 더 몸을 보호해야 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는데 본인이 괜찮다고 나갔던 것"이라 덧붙였다.

개인 트레이너 동행, 막았나

안세영이 부상 후 믿고 의지했던 트레이너가 파리에 오지 못해 속상해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절차의 문제임을 짚었다. 내부 절차상 트레이너 임용 기간이 지난 6월 30일까지로 재고용하려면 공고-응모-심사 등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안세영 선수가 너무 '그 트레이너와 가고 싶다'고 해 저희가 '계약을 두 달 연장하자, 파리 갔다 와서 절차를 밟자'고 하자 그 트레이너는 '지금 당장 정식으로 재계약해 주지 않는다면 안 가겠다'고 해 파리행이 무산됐다"며 "2개월 연장이 아니고 연 단위 정규 계약을 연장하는 건 절차를 밟아야 하기에 당장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불법이다"고 설명했다.

선수는 이코노미, 임원은 비즈니스? 관리 부실 의혹엔

선수 관리보다는 조직을 위해 협회가 운영됐고, 임원들에게 그 득이 돌아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특히 배드민턴 협회 임원은 비즈니스, 선수들은 이코노미라는 지적에 대해선 "잘못 알려진 것"이라며 "선수들 항공료는 국가 예산을 쓴다. 예산 확보가 많이 돼 비즈니스 타면 좋겠지만 그게 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원들이 비즈니스석을 타는 것에 대해 "자비로 탑승했던지, 업그레이드를 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협찬사와 관련한 갈등에 대해서도 "강요는 없었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배드민턴협회의 협찬사인 Y사의 운동화가 안세영 선수의 발에 맞지 않아 훈련하는 다른 회사 제품을 신고 싶었는데 대회에 나갈 때는 반드시 Y사 제품만 신도록 이렇게 규정이 돼 있었다는 것. 이 내용이 알려지면서 "운동화이기 때문에 기량과도 직결되는 문제고 부상과도 직결되는 문제라 이 부분에 있어서 좀 가혹했던 것 아니냐. 선수에게 지나쳤던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이 회장은 "이건 우리가 관여할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지금까지 배드민턴 연맹이 우리 이용대 선수나 많은 그 국제적인 선수들의 기량의 선수를 배출해냈는데 지금까지 그러한 컴플레인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안세영, 개인 자격으로 국제 경기 나올 수 있을까

안세영이 협회와 대화가 잘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대표팀과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 만큼, 국가대표를 그만두더라도 국제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지에도 이목이 쏠렸다. 이 회장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이 회장은 안세영이 개인으로 팀을 꾸려 경기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배드민턴 연맹이나 대한체육회 규정 가지고는 안 되고 IOC 차트를 따라 한다"며 "김연아, 박태환 선수 등은 개인으로 팀을 꾸렸다고 알려졌지만 다 국가대표 안에서 움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안세영은 작심 발언 이후 쏟아지는 관심과 논란으로 자신에게 화제가 쏠리는 것에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마음이 무겁다"며 "특히, 수많은 노력 끝에 올림픽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가장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제 생각과 입장은 올림픽 경기가 끝나고 모든 선수가 충분히 축하받은 후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