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함께 ‘찰칵’  임애지(오른쪽)와 북한 방철미가 8일(현지시간) 시상식에서 셀피를 찍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 함께 ‘찰칵’ 임애지(오른쪽)와 북한 방철미가 8일(현지시간) 시상식에서 셀피를 찍고 있다. /연합뉴스
“비밀로 하겠습니다.” 시상식 내내 단 한 번도 미소를 보이지 않던 여자 복싱 동메달리스트 방철미(30·북한)가 임애지(25)의 한마디에 겨우 웃었다.

임애지와 방철미는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시상식에서 함께 3위 단상에 섰다. 지난 4일 준결승전에서 나란히 패해 동메달을 확정한 두 선수는 결승전이 끝난 이날 비로소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복싱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임애지는 웃는 얼굴로 시상식에 등장했다. 반면 방철미는 시종일관 굳은 표정이었다. 시상대 위에 오른 선수들이 영광의 순간을 직접 촬영하는 ‘빅토리 셀피’ 때도 임애지와 금메달의 창위안(중국), 은메달의 하티세 아크바시(튀르키예) 모두 환하게 웃었지만 방철미만 무표정이었다.

얼음장 같던 방철미의 얼굴에 표정 변화가 딱 한 번 있었다. 기자회견에서 ‘준결승 끝나고 시상식에서 방철미를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는데, 안 보이는 곳에서 실제로 안아줬는가’라는 질문이 나온 순간이다. 쉽게 입을 열지 못하던 임애지가 “비밀로 하겠다”고 답하자 방철미의 얼굴에도 그제야 미소가 번졌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