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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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배드민턴협회에 들어가는 국고가 3년 새 2.5배 급증했다. 각종 협회 사업을 유치하면서 국고 보조금이 급증한 것이다. 광고 협찬금은 같은 기간 6배 넘게 늘었다. 이는 공교롭게도 안세영의 등장 시기와 겹친다.

엔데믹(풍토병화)과 '세계 랭킹 1위' 배출로 배드민턴 인기가 급증하면서 협회와 선수가 '동반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최근 갈등 양상이 어떻게 마무리 되느냐가 배드민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같이 '빵' 뜬 안세영·배드민턴협회

10일 한경닷컴이 배드민턴협회의 연간 결산 내역을 분석한 결과, 협회에 투입된 국민체육진흥기금은 지난 3년간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30억원 안팎이던 기금은 2022년 77억원으로 늘더니 작년에는 88억원으로 더 증가했다. 국민체육진흥기금은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체육진흥에 소요되는 시설과 경비를 지원하기 위해 설치·운영되는 기금을 말하는 것으로, 엄연히 세금에 해당한다.
그래프=신현보 기자
그래프=신현보 기자
2019년부터 2022년까지 2~3억원 수준에 그쳤던 광고 협찬금은 지난해 약 20억원으로 폭증했다. 약 6~10배 가까운 상승이다. 대회 유치금도 코로나19 전 최대치였던 10억원에서 지난해 21억원으로 2배 넘게 늘었다. 평소 2억원 안팎 수준이던 사업수입도 지난해 5억원에 가까워졌다. 세부 수익 증액으로 협회의 전체 수익은 2022년 131억원에서 2023년 205억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협회와 안세영은 함께 '역대급' 성적을 거뒀다. 엔데믹 후 배드민턴도 인기 부상으로 각종 대회를 개최할 수 있게 됐고, 이에 따라 협회 유치금도 덩달아 늘어나게 됐다. 협회 관계자는 "승강제와 유·청소년 등 리그가 추가돼서 예산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안세영이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시기도 2023년이다. 그는 2023년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3년 코펜하겐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 정상에 올랐다. 2023년 협회는 KB금융지주, 에스오일, 요넥스코리아, 플렉스 등 다수 기업의 광고를 유치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안세영의 작심 비판을 시작으로 시작된 협회와의 충돌 양상에 배드민턴계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협회는 안세영이 비(非) 국가대표 자격으로 다음 올림픽에 출전하는 일이 거론된 것을 두고 난색을 보인다. 배드민턴계 부흥을 노릴 수 있는 시기에 인기가 사그라지면 기금, 광고 유치 등에도 향후 악영향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같이 뜨고 같이 지나

만약 안세영이 국가대표팀을 이탈하면, 추가적인 이탈도 협회로써는 우려될 수밖에 없다. 협회에 따르면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는 '은퇴한 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허용 규정으로 '국가대표 활동기간을 횟수로 5년 이상인 선수를 대상으로 하며, 그 연령은 여자 만 27세·남자 만 28세 이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002년 2월생인 안세영은 4년 뒤인 2028년에도 만 27세를 넘기지 못한다. 협회는 "규정이 무시되면 선수들의 국가대표팀 이탈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있다. 그럴 경우 협회의 국가대표 운영에 있어 상당한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세영의 말처럼 개인팀을 꾸리는 게 규정상 가능하더라도, 안세영에게 꼭 유리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가대표라는 타이틀 없이도 후원과 지원이 지금처럼 가능하겠냐는 지적이다. 이럴 때 안세영의 자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방수현 MBC 해설위원은 7일 YTN 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서 "협회나 시스템 이런 것들이 조금 변화돼야 하는 건 맞지만 안 선수 본인이 혼자 금메달을 일궈낸 건 아니지 않나"고 지적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