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종 준법감시인 "복잡한 금융사고 책임 누가 지나?…명쾌한 해설 필요했죠"
“그동안 금융사의 지배구조와 관련한 연구는 많이 이뤄졌지만 내부통제는 관심 밖이었습니다. 금융사고의 책임 소재를 다루는 책무구조도와 관련해 실무자부터 최고경영자(CEO)까지 쉽게 볼 수 있는 실질적 해설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8일 만난 홍명종 농협은행 준법감시인(부행장·사진)은 최근 1666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을 펴냈다. 한 손으로는 들기도 힘든 <금융회사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론>은 아직은 낯설기만 한 책무구조도에 관한 자세한 해설서다. 지난달 지배구조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도입된 책무구조도는 금융사의 임원별 내부통제 의무를 명시한 문서다. 금융사는 내년 1월까지 책무구조도를 작성해야 한다.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책무구조도에 따라 법적 책임이 임원에게 직접 부과되기 때문에 책무구조도는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도 불린다.

홍 부행장은 “최근까지 ‘책무’라는 개념조차 불분명할 정도로 혼란이 큰 상황”이라며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금융사 CEO도 금융사고의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된 만큼 철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름도 어려운 ‘책무구조도’가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그는 “책무구조도 도입은 금융업계 내부통제 역사상 1963년 상법 시행 이후 60년 만에 가장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횡령 예방 등 내부통제 업무가 준법감시인 등 감사조직 업무로 여겨졌지만,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CEO가 직접 챙겨야 할 업무가 됐기 때문이다.

만약 금융사 대표가 내부통제 의무를 소홀히 한 결과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대표가 중징계를 받는다. 홍 부행장은 “이전까지 대표가 하는 고민 중에 90%가 영업 실적이고, 내부통제가 10%였다면 앞으로는 내부통제와 관련한 고민이 대표가 하는 고민의 50%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내부통제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수준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책무구조도를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내부통제를 강화할지에 대해선 논의가 부족했다는 게 홍 부행장의 지적이다. 그가 책에서 단순히 법령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책무구조도를 작성하는 방법과 금융사고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실질적 방법 등을 과거 금융사고 사례와 함께 기술한 이유다.

홍 부행장은 “일부 금융사는 회사의 기존 내규를 기반으로 책무를 분류하는 ‘보텀업’ 방식으로 책무구조도를 작성하고 있는데, 이는 법으로 규정된 책무가 누락될 여지가 있는 위험한 방식”이라며 “책무구조도는 내부통제와 관련한 법령을 중심으로 ‘톱다운’ 방식으로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부행장은 199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금융위원회, 총리실 등에서 15년 동안 공직자로 일했다. 2002년엔 사법고시까지 통과해 2009년부터 김앤장 등 로펌에서 10여 년간 근무했다. 농협은행에선 2020년부터 내부통제를 책임지는 준법감시인을 맡고 있다.

그는 “규제당국과 법조계, 민간 은행에서 모두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 도입되는 책무구조도를 균형 잡힌 시각에서 실무에 도움이 되도록 설명하는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