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로 총리가 퇴진한 방글라데시에서 과도정부가 출범했다.

지난 8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대통령궁에서 빈곤 퇴치 운동으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함마드 유누스를 수반으로 하는 과도정부 출범식이 열렸다.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가 사퇴하고 인도로 도피한 지 사흘 만이다.

모함메드 샤하부딘 대통령이 주재한 출범식에서 유누스 최고 고문(총리 격)을 비롯해 고문 직함을 부여받은 내각 구성원들이 취임 선서를 했다. 이들 고문에는 이번 시위를 주도한 대학생 운동단체 지도부, 여성 권리 운동가, 대학 교수, 전 중앙은행 총재 등이 포함됐다.

신병 치료 등으로 프랑스 파리에 머물다 과도정부 수반직을 수락한 뒤 이날 귀국한 유누스는 공항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번 시위 희생자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는 “법과 질서 유지가 첫 번째 과제”라며 “모든 사람이 형제이며 그들을 보호하는 것이 임무”라고 강조했다.

방글라데시에선 총리 퇴진 후 군부가 질서를 유지하고 있지만 방화와 약탈 등이 끊이지 않는다. 군부는 이날 과도정부 출범에 맞춰 24시간 내 전국 치안 활동 재개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인도를 비롯해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과도정부 출범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미국과 EU는 성명을 통해 “방글라데시가 민주적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함께 일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방글라데시 임시정부 수립에 주목하고, 환영한다”고 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