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완성차 회사인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올해 글로벌 생산량 목표를 기존 약 1030만 대에서 약 980만 대로 50만 대 낮추기로 했다. 품질 인증 부정, 중국 판매 부진 탓으로 분석된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1003만 대를 생산했지만 올해는 목표치 하향 조정에 따라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이후 4년 만에 전년 대비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내에서 320만 대, 해외에서 660만 대를 각각 만든다는 방침이다. 내년과 2026년 생산량은 각각 1020만 대, 1070만 대로 잡을 예정이다.

도요타가 올해 생산량을 하향 조정한 이유는 잇따른 품질 인증 부정과 중국 시장 판매 부진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도요타는 품질 인증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이 드러나 일부 차종 생산을 중단했다.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한 까닭에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하는 중국에서 고전하는 점도 생산량 하향 조정에 영향을 미쳤다.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완성차업계 전체의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엔화 가치가 상승세로 돌아선 탓이다. 지난 7일 집계된 도요타 등 주요 7개 완성차 업체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2조1000억엔을 기록했다. 그러나 달러당 145엔 수준의 환율이 지속되면 3분기에는 아홉 분기 만에 적자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개사의 상반기 영업이익 증가는 엔저 효과 덕이다. 2분기 엔·달러 평균 환율은 달러당 약 156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엔가량 상승(엔화 약세)했다. 달러 외 다른 통화까지 포함하면 환율 효과가 총 5800억엔에 달했다. 전체 영업이익 증가 폭인 2200억엔의 두 배가 넘는다.

엔·달러 환율은 7월 초 달러당 약 162엔까지 치솟았지만 지난달 말 일본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한 뒤 달러당 약 141엔까지 떨어졌다. ‘엔저’라는 훈풍이 약해지면 일본 완성차 산업의 수익 환경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자동차 한 대당 고정비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