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난카이 대지진
스스로 벌인 침략전쟁 외에는 별다른 외침을 겪은 적 없는 일본은 대신 지진·태풍 등 자연재해를 늘 머리에 이고 산다. 그나마 태풍은 특정 시기에 찾아오는 데다 경로도 나름 예측이 가능하지만, 지진은 그렇지 않다. 크고 작은 지진이 연중행사처럼 발생하는 일본에서 초대형 지진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발밑의 폭탄이다. 지난 1월 1일 새해맞이에 들떴던 일본인들을 놀라게 한 규모 7.6의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지진처럼 때를 가리지도 않는다. 불확실하다고 대비를 소홀히 했다간 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1995년 효고현 고베시 등을 강타한 한신·아와지 대지진(고베 대지진)이 그랬다. 도시와 농촌 지역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규모 7.2인 고베 대지진의 사망자는 6300명이 넘었다. 300여 명이 희생당한 노토반도 지진 사망자의 20배에 달한다. 고베 대지진 사망자의 80%가 집에서 희생됐는데 가구를 고정하는 등 대비가 있었다면 압사를 면할 수도 있었다. 당시 효고현 지사는 “고베에는 대지진이 없다”는 속설에 현혹돼 대비를 충분히 못 했다는 후회를 뒤늦게 글로 남기기도 했다.

일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지진은 도쿄 바로 밑 땅속이 진원이 되는 ‘수도권 직하 지진’과 혼슈 중부의 시즈오카현에서 규슈의 미야자키현에 이르는 태평양 연안의 난카이(南海) 해곡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하는 ‘서일본 대지진’이다. 난카이 해곡에서 규모 8~9의 대지진이 일어나면 쓰나미 등으로 최대 23만 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와 있다. 경제·인명 피해 예상치가 13년 전 동일본 대지진의 10배 이상이다.

그제 규슈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의 강진이 ‘지진 열도’ 일본을 긴장시키고 있다. 부상자가 12명으로 큰 피해는 아니지만, 일본 기상청이 전문가회의 소집 후 처음으로 발표한 ‘난카이 거대지진 주의’라는 낯선 용어가 두려움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이 언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라고 하니 더욱더 긴장된다. 동일본 대지진 때 많은 사람이 쓰나미에 쓸려가던 처참한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