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에 엔고까지…여행업계 '일본 특수' 끝나나
‘티메프 사태’로 큰 피해를 본 여행업계가 엔화가치 반등으로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했다. 원·엔 환율 상승이 최대 성수기를 맞은 일본여행 수요에 타격을 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9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여행사 하나투어의 지난달 일본 패키지관광 송출객은 전월 대비 2.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송출객 증가율이 6.8%인 것을 감안하면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여행업계는 특히 7~8월 성수기 시즌에 일본 여행 수요가 감소세로 돌아선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같은 기간 동남아시아 증가율은 21.9%, 미국은 33.3%에 달했다.

업계에선 엔화가치 상승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원·엔 환율은 지난달 초만 해도 100엔당 850원 선이었는데 이달 6일 950원으로 치솟았다. 한 달 새 약 10% 급상승한 것이다.

여행업계에선 ‘슈퍼엔저’에 따른 특수가 사실상 저물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엔저가 해외여행 시장 전체를 키우는 역할을 했는데 엔고로 돌아선다면 여행산업이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을 대체할 여행지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베트남 필리핀 태국 괌 사이판 등이 상호 ‘대체재’ 역할을 하는 것과 다르다.

여행업계에 닥친 악재는 엔고뿐만이 아니다. 티메프 사태로 여행사들이 받지 못한 정산금이 최대 1000억원에 달해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하나투어는 티메프 미정산액 63억원을 올 2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이 때문에 당초 1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던 영업이익이 37억원으로 급감했다. 상각 처리해야 하는 미정산액이 더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교원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야놀자 등 국내 주요 여행사 대부분이 하나투어와 사정이 다르지 않다.

여행업계와 달리 백화점 등 유통업계는 엔고에 따른 일본여행 감소로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으로 쏠렸던 명품 소비가 국내로 일부 돌아올 것으로 예상돼서다.

세계 최대 명품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2분기 일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7%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 매출은 14% 감소했다. 한국 중국 동남아 등지의 명품 수요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일본으로 몰린 영향이다. 최근 국내 백화점의 실적 증가세가 꺾인 것은 명품 판매 감소와 관련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의 매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 기준)은 1분기 5.5%에서 2분기 0.8%로 뚝 떨어졌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동북아 명품 수요를 빨아들였는데 엔저 흐름에 제동이 걸리면 이 수요가 다시 분산될 것”이라며 “국내 백화점 실적엔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