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 반등하지만? 골드만 "불안해도 상승"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8월 9일 금요일>

엄청난 변동성이 시장을 덮친 한 주였습니다. S&P500 지수는 지난 월요일(5일) 2022년 9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는데요. 목요일(8일)엔 2022년 11월 이후 가장 큰 하루 상승 기록을 세웠습니다. 실망스러운 7월 고용이 시장을 흔들었지만, 예상보다 나은 실업급여 데이터가 반등을 촉발했죠. 큰 폭 등락을 겪은 뉴욕 증시는 9일 전반적으로 조용했습니다. 별다른 데이터 발표나 뉴스, 이벤트가 없었지요. 주가는 소폭 상승했고, S&P500 지수는 이번 주 시작할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한 주를 마무리했습니다. 월가는 여전히 미 중앙은행(Fed)이 9월 빅컷(50bp)에 나서길 기대합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Fed워치 시장에서는 9월 50bp 인하 베팅이 50%를 넘고 있습니다. 이런 인하가 이뤄지려면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계속 둔화해야 합니다. 다음주 7월 소비자물가(CPI)에 투자자 이목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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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랠리 했던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0.2%의 소폭 하락세로 출발했습니다. 시장은 전반적으로 조용했습니다.

대만에서 발표된 TSMC의 7월 매출은 전월 대비 24%,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증가한 79억4000만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월 매출 신기록입니다. 인공지능(AI) 수요가 지속하고 있는 것이죠. 이에 따라 3분기 매출은 시장 예상(+37%)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그러나 TSMC 주가는 대만 증시에서 1% 미만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TSMC가 제조를 맡을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블랙웰'의 개발 지연 이슈가 최근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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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7월 CPI는 전년 동기보다 0.5% 올라 시장 전망(0.3%)보다 더 상승했습니다. 여섯 달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고요.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은 소비 수요가 회복되고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고온 폭우 등 계절적 영향으로 전월 대비 CPI가 하락에서 상승 반전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경기 부진으로 디플레이션을 겪어온 중국은 물가 상승이 호재로 꼽히는 곳이죠. 하지만 7월 생산자물가(PPI)는 여전히 1년 전보다 0.8%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22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PPI 디플레이션은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고, CPI 인플레이션은 향후 몇 달 동안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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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는 7월 고용이 2800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달 연속 감소입니다. 경제활동 참여율이 줄어 실업률은 6.4%로 유지됐습니다. 캐나다은행(Bank of Canada)은 경기가 둔화하자 지난 6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했습니다. 6월 25bp, 7월 25bp를 내려 기준금리는 4.5%로 낮아졌지만, 고용은 계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금리를 내린다고 금세 고용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란 얘기입니다. RSM은 "계속된 금리 인하가 예상되지만, 실업률은 개선되기 전에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국의 경제 상황은 캐나다나 중국과는 다릅니다. 경제 성장은 둔화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나쁘지 않다는 게 여러 가지 지표에서 확인됩니다.

미 연방정부의 고용세 수입(employment taxes)은 8월 첫 주에도 여전히 전년 대비 증가세(5.0%)를 이어갔습니다. 일자리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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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소매협회(NRF)가 CNBC와 함께 집계하는 7월 소매 활동 모니터를 보면 자동차, 휘발유, 레스토랑을 제외한 핵심 소매 매출은 7월에 전월 대비 0.95%, 전년 대비 1.6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6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3.07% 증가에 비해 전년 대비로는 살짝 느려졌지만, 전월 대비로는 증가세가 가팔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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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오브아메리카가 집계한 자사 고객의 가구당 신용카드(직불카드 포함) 지출은 7월에 전월 대비 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품 소비가 줄어든 탓으로 서비스 지출은 여전히 강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해외여행은 여전히 하이라이트다. 소비자들은 파리 올림픽과 테일러 스위프트 콘서트에 몰려들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 시장은 냉각 조짐을 보이지만 고객들의 세후 임금과 급여 증가를 가리키는 내부 데이터는 여전히 소비 지출을 뒷받침하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시장을 흔들었던 엔 캐리 트레이드가 정점을 지났다는 걸 시사하는 데이터도 나왔습니다. 미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발표한 최근 한 주(~8월 6일) 데이터를 보면 레버리지 펀드의 엔화 단기 매도 포지션이 2023년 2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지난주 7만 개에 달했던 단기 매도 포지션이 2만4158개로 큰 폭으로 줄어든 것입니다. 결제 회사 코페이의 칼 셔모타 전략가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레버리지 펀드와 기타 투기자들이 2007년 8월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엔화에 대한 베팅을 청산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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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시간이 흐르자 조금씩 올라갔습니다. 결국, 다우는 0.13%, S&P500 지수는 0.47% 상승했고 나스닥은 0.51% 올랐습니다. 주간 기준으로 보면 S&P500 지수는 0.04% 하락했습니다. 거의 지난주 종가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죠. 다우와 나스닥은 한 주간 각각 0.6%와 0.18% 하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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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이 심한 주를 보낸 것은 주식 시장뿐만이 아닙니다. 뉴욕 채권 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한때 3.70% 아래로 떨어졌지만, 어제 4%대를 회복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오후 4시 30분께 전날보다 5.5bp 하락한 3.942%에서 거래되었습니다. 2년물은 1.1bp 상승한 4.055%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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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11개 업종 중 △소재(-0.1%)를 제외한 10개 업종이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0.97%) △IT(0.64%) 등 기술주가 앞장섰고 △부동산(0.49%) △헬스케어(0.46%)가 뒤를 이었습니다.

TSMC의 탄탄한 7월 매출 영향으로 장 초반 엔비디아는 1.5%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상승세는 지속하지는 않았습니다. TSMC는 1.56% 올랐지만, 엔비디아는 0.21% 하락하면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인텔의 경우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로 한 단계 낮춘 여파로 3.81%나 하락했습니다. 무디스는 수익성 우려를 강등 이유로 꼽으면서 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는 0.43%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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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를 제외한 빅테크는 모두 상승세를 지켰습니다. 애플이 1.37% 올랐고 메타가 1.60%, 알파벳 0.95%, 마이크로소프트 0.83%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비만약 실적에서 노보노디스크를 맹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일라이 릴리는 5.49% 폭등하면서 이틀째 급등세를 이어갔습니다.

오늘은 해고 소식도 나왔습니다. 시스코(-0.79%)는 직원의 5%가량인 4000명을 추가 감원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스텔란티스(-1.35%)도 트럭 라인을 정리하면서 245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라자드의 론 템플 전략가는 최근 주가 하락의 심각성은 증시 밸류에이션이 '투자자 대부분이 확장됐다고 동의할 만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상기시켜 주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그래도 매도는 "과도했고 장기 투자자에게 주식 노출을 선택적으로 추가할 기회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몇 년 단위로 성과를 보는 투자자에게 이번 주와 같은 무차별적인 하락은 펀더멘털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제 생각에는 경제적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고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톰리 설립자는 "최악은 지났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66까지 치솟았던 변동성지수(VIX)가 20 근처로 내려왔다. 그리고 역전된 VIX 선물의 구조는 최악의 공황은 끝났음을 알려준다. 트럼프 등 대선에 대한 걱정,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우려, 엔 캐리 트레이드 추가 청산 등이 불안하지만 최악의 매도 압력은 끝났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경제 성장에 대한 공포가 있지만 매주 그걸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다. 주간 신규 실업급여 청구다. 지난 목요일 긍정적으로 나왔다. 많은 감소가 (허리케일 베릴의 영향이 있던) 텍사스에서 나타났다. 다음주 목요일에도 또 다른 청구 건수가 개선되거나 안정적으로 나오면 사람들은 훨씬 더 확신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CPI 반등하지만? 골드만 "불안해도 상승"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심하겠지만 주가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즉 이번 주 대량 매도 이후 뉴욕 증시가 계속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직선적으로 오르는 추세는 아닐 것이라는 겁니다. 골드만삭스는 "여기서부터는 울퉁불퉁하지만, 더 높아질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진동은 내일도 사라지지 않겠지만, 2008년 11월(글로벌 금융위기)과 2020년 3월(팬데믹)과 같이 불길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또 "S&P500 지수가 단기에 5% 하락할 때 매수하는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매우 좋은 전략임이 이번에도 입증되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주식전략팀은 지난 5일 1980년 이후 지난 40여 년 동안 S&P500 지수가 5% 하락한 뒤 매수하면 돈을 벌었다고 밝혔습니다. 3개월 뒤 상승했을 확률이 84%에 달했고, 수익률은 중간값 기준으로 6%에 달했다는 것이죠.

▶찰스 슈왑은 "지난주 금요일, 그리고 월요일 두려웠던 폭락 장 이후로 증시가 회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월요일이 단지 '일시적 광기'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특히 지난 금요일에 발표된 7월 고용보고서를 보면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적은 일자리를 창출했고 실업률은 상승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는 높은 금리로 인해 경제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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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에는 미국 경제가 얼마나 건강한지를 확인할 수 있는 많은 경제 데이터들이 몰려나옵니다. 13일 7월 PPI가 먼저 나오고요. 14일 7월 CPI가 발표됩니다. 15일에는 7월 소매판매가 나오고요. 매주 목요일 발표되는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도 공개됩니다. 16일에도 7월 주택 착공 및 건축 허가, 8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예비치)가 발표됩니다.

7월 CPI에 대한 월가 컨센서스는 헤드라인과 근원 물가 모두 전월 대비 0.2%씩 오르는 것입니다. 6월 각각 -0.1%, 0.1%에 비해 반등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0.2% 상승한다면 Fed의 인플레이션 목표(2%)에 수렴하는 데이터로 볼 수 있습니다. 전년 대비로는 헤드라인이 2.9%(6월 3.0%), 근원 CPI는 3.2%(6월 3.3%)로 각각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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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스파고는 "7월 헤드라인 CPI가 한 달 전보다 0.2%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전년 대비 수치를 3년 만에 최저인 3.0% 이하로 유지할 것이다. 근원 CPI도 일부 변동성이 큰 '슈퍼 코어' 요소의 반등으로 0.2%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거비 인플레이션의 하락은 지속할 것으로 보며, 근원 상품 물가도 계속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예상이 맞다면 근원 CPI는 1년 전보다 3.2% 상승해 이번 경기 사이클 최저로 떨어질 것이다. 전반적으로 7월 CPI 보고서는 인플레이션이 아직 Fed의 목표로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그 방향으로 둔화하고 있다는 주장을 더욱 뒷받침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약간 더 높게 추정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7월 헤드라인 CPI가 주로 근원 서비스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월간 0.3% 상승했을 것으로 예측한다. 연간 기준으로는 3.0%로 변함없는 상태가 유지될 것이다.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2%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6월만큼 낮지는 않지만, 디스인플레이션 추세와 일치하며 9월 금리 인하를 위한 Fed의 기준을 충족할 것으로 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어제 발표된 7월 만하임 중고차 지수는 전월 대비 2.8% 상승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한 것이며 2023년 2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입니다. 중고차와 트럭의 가격은 CPI 총 가중치의 2%에 불과하지만 최근 디스인플레이션의 주요 동인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7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3%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6월에는 보합에 머물렀었죠. 하지만 변동성 높은 요인을 제외한 콘트롤그룹의 소매판매는 0.9% 상승했었습니다. 월가는 온건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CPI 반등하지만? 골드만 "불안해도 상승"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2분기 어닝시즌이 마지막에 가까워지고 있는데요. 다음주 소매업체들이 나옵니다. 홈디포와 월마트가 등판하고요. 그 다음주에 로우즈, 타겟, 메이시즈 등이 등판합니다. 전미소매협회(NRF)는 8월 말 개학을 앞두고 학용품 쇼핑(back to school) 쇼핑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NRF의 매튜 셰이 회장은 "소비자들은 여전히 조심스럽지만, 가치가 있는 곳과 필수품에 여전히 돈을 쓰고 있다. 최근 노동 시장 추세가 완화되었고 이자율은 여전히 높지만, 경제 펀더멘털은 그대로이고 상품 인플레이션은 거의 0에 가까워졌다. 7월 매출은 학용품 지출로 인해 증가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주 테헤란에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된 후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말에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있습니다. 미뤄질 것이란 보도도 있고요. 그래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오늘 0.85% 오른 배럴당 76.84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번 주 4% 이상 상승했습니다. OPEC+는 시장 상황이 불안정하다면 계획된 10월 감산의 단계적 해제를 연기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소식도 유가 상승에 이바지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