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태권도 국가대표팀 오혜리 코치가 서건우 선수를 위로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한민국 태권도 국가대표팀 오혜리 코치가 서건우 선수를 위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세계태권도연맹(WT)으로부터 공개 사과를 요구받은 한국 태권도 대표팀의 오혜리 코치가 16강전 직후 항의 상황에 대해 "어쩔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오 코치는 9일(현지시간) 이번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80㎏급 3위 결정전이 끝난 이후 취재진을 만나 "내가 사과해야 한다"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이어 "그대로 끝나면 뭘 해도 뒤집을 수 없다"며 "뒷일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선수를 보호하려면 뭐든지 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남자 80㎏급 16강전은 서건우의 올림픽 데뷔 무대였다. 서건우는 호아킨 추르칠을 라운드 점수 2-1(6-8 16-16 14-1)로 이겼다. 하지만 2라운드가 끝난 시점에서 심판은 추르칠을 승자로 선언했다.

라운드 동점인 경우 회전차기로 딴 점수가 더 많은 선수, 머리-몸통-주먹-감점의 순으로 낸 점수가 더 많은 선수, 전자호구 유효 타격이 많은 선수 순으로 승자를 결정한다. 서건우가 더 많은 회전 공격을 성공했기에 잘못된 판정임을 알았던 오 코치는 빠르게 코트로 뛰어들어 심판을 붙잡고 항의했다.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오혜리 코치.  /사진=연합뉴스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오혜리 코치. /사진=연합뉴스
심판에게 오심을 항의한 오 코치는 본부석으로 뛰어가 재차 오심이라고 따졌다. 양 팔을 치켜들며 항의 표시를 하기도 했다. 이대로 경기가 종료된 뒤에는 결과를 바로잡을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이었다.

오 코치의 대처로 판정은 번복됐다. 시스템상 오류로 회전 공격보다 감점 빈도가 먼저 계산된 게 드러났다. 다만 이 항의로 WT로부터 경고 조치와 함께 공개 사과를 요구받았다. 규정에 따르면 지도자는 심판이 아닌 기술 담당 대표에게 항의해야 하며, 관중을 상대로 특정한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

오 코치의 항의에 서건우는 기사회생해 16강을 통과했지만, 메달 확보에는 실패했다. 3위 결정전에서 '덴마크 복병' 에디 흐르니치에게 라운드 점수 0-2(2-15 8-11)로 졌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으로 온 오 코치는 아쉬움에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건우가 정말,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다"며 "좋아하는 콜라도 끊고 운동했다"며 아쉬워했다.

서건우는 "나 때문에 코치님이 정말 많이 힘들어하셨다. 보답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16강에서 그렇게 해주시지 않았으면 졌을 수도 있다. 발 벗고 나서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주신 만큼 보답하는 선수가 되도록, 더 나은 제자가 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