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이 만든다더니"…388만원 '디올백' 원가에 충격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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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원의 명품의세계] 57회
10년간 두 배 오른 디올 가방
장인이 아니라 중국계 이민자들이 만들었다는데
실제 마진은 얼마나 남을까
10년간 두 배 오른 디올 가방
장인이 아니라 중국계 이민자들이 만들었다는데
실제 마진은 얼마나 남을까
2014년 470만원, 2016년 510만원, 2019년 550만원, 2020년 620만원, 2021년 650만원, 2022년 810만원, 2023년 895만원…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디올의 대표 제품 ‘레이디 디올 백'의 국내 가격은 10년 만에 2배 가까이 올랐다. 거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가격 인상을 거듭한 결과다.
레이디 디올 백은 샤넬 클래식 백과 함께 ’인기 예물‘로 꼽혀 치솟는 가격에도 인기가 여전했다. 명품 불황이 닥치면서 최근엔 구매 열풍이 다소 사그라들긴 했지만, 코로나19 시기만 해도 인기 상품을 구입하여면 매장 문이 열리기 전에 수십명씩 줄 서 있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었다. 당시 소비자들 사이에선 “대체 원가가 얼마길래 가격이 끝도 없이 오르나”라는 말이 나왔다.
그래서 최근 전해진 소식은 수백만원씩 주고 디올 백을 구매하던 대중에게 충격을 줬다. 디올의 한 가방 제품 원가가 53유로(약 8만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 제품은 매장에선 2600유로(약 388만원)에 팔려 원가의 50배에 가까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이탈리아 밀라노 법원은 하청업체 노동 착취를 방치·조장한 혐의를 받는 디올 이탈리아 지사의 가방 제조업체에 1년간 사법 행정관의 감독을 받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34쪽짜리 법원 결정문에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하청업체 4곳이 최저 위생 기준에도 못 미치는 공장에서 이민자들을 먹이고 재우며 가방을 만들었다고 나온다. 전기 사용량으로 추정해보면 공장은 24시간 휴일도 없이 풀가동됐고,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기계 안전장치도 제거된 상태였다. 물론 마케팅 비용이나 매장 임대료 등을 더하면 실제로 남는 건 이보다 적겠지만, 그래도 굉장히 많은 이윤을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디올 백 등 명품 가방은 얼마나 마진이 남을까.
12일 업계에 따르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에서 샴페인부터 시계, 가방, 화장품까지 판매하는 모든 제품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지난해 기준 소비자 가격의 31%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디올, 루이비통 등 대형 브랜드의 핸드백 마진은 훨씬 더 클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시장조사업체 번스테인의 분석을 보면 디올과 비슷한 규모(연간 매출 100억 유로 기준)의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은 가격의 23% 가량을 제품에 들어가는 원자재와 인건비로 사용한다. 이를 기준으로 추산해보면 2600유로짜리 디올 제품을 만드는 데는 원가 598유로(약 89만원)가 든다. 핸드백 하나 당 광고 수수료는 평균 156유로(약 23만원), 회사 자산 감가상각 측면에서도 156유로를 감안해야 한다. 여기에 임대료와 매장 운영비, 본사 로열티 비용 등이 추가로 390유로(약 58만원) 더 든다. 이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디올 백을 하나 팔면 가격의 절반 정도가 남는 셈이다. 실제로 명품업체들의 영업 마진(영업이익률)은 50%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급격히 올렸던 가격 덕에 마진이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명품업체들의 가격 결정력이 커지는 동안 원가나 비용은 줄었다. LVMH 그룹 기준 영업 마진은 2017년 30% 남짓에서 2021년 이후엔 40%를 넘어섰다. 자동차 업체 가운데 가장 마진율이 높다는 테슬라 전기차가 20% 내외를 감안하면 엄청난 수준이다.
명품 제품은 언제부터 ‘한 땀 한 땀 장인의 손길’ 대신 중국계 이민자들이 만들기 시작했을까. 업계에선 2008년 즈음부터 이 같은 추세가 크게 확산했을 것으로 본다. 이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여서 명품업체들도 어려움을 겪었다. 불황으로 실적이 악화하자 주요 럭셔리 업체들 중심으로 대량 생산체제가 구축됐다. 수천개의 소규모 생산업체에게 하청에 재하청을 대량으로 주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장인이 만든 제품이란 마케팅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생산 방식에 제동이 걸릴 예정. 이탈리아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경쟁당국(AGCM)은 디올과 아르마니 등 '노동 착취 의혹'이 불거진 브랜드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AGCM은 이탈리아에 있는 두 회사 사업장을 압수수색하고 해당 기업들의 노동법 위반 여부뿐만 아니라 마케팅 및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해서도 폭넓게 조사할 방침이다. 투자자들도 문제를 제기했다. LVMH 투자자들은 아웃소싱으로 난립한 공급망을 수직 통합하고 내재화하길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한 투자자는 “비싼 값에 고급 제품을 살 때 제조 과정에서 노동 관행이 잘못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고객은 없다”며 “브랜드의 공급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제는 이렇게 하려면 공급망 구축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모니터링 비용이 더 들 것이라는 점이다. 자칫 디올 가방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명품 브랜드들이 상당한 마진을 누리고 있지만 공급망을 신규 구축할 때 드는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레이디 디올 백은 샤넬 클래식 백과 함께 ’인기 예물‘로 꼽혀 치솟는 가격에도 인기가 여전했다. 명품 불황이 닥치면서 최근엔 구매 열풍이 다소 사그라들긴 했지만, 코로나19 시기만 해도 인기 상품을 구입하여면 매장 문이 열리기 전에 수십명씩 줄 서 있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었다. 당시 소비자들 사이에선 “대체 원가가 얼마길래 가격이 끝도 없이 오르나”라는 말이 나왔다.
그래서 최근 전해진 소식은 수백만원씩 주고 디올 백을 구매하던 대중에게 충격을 줬다. 디올의 한 가방 제품 원가가 53유로(약 8만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 제품은 매장에선 2600유로(약 388만원)에 팔려 원가의 50배에 가까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이탈리아 밀라노 법원은 하청업체 노동 착취를 방치·조장한 혐의를 받는 디올 이탈리아 지사의 가방 제조업체에 1년간 사법 행정관의 감독을 받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34쪽짜리 법원 결정문에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하청업체 4곳이 최저 위생 기준에도 못 미치는 공장에서 이민자들을 먹이고 재우며 가방을 만들었다고 나온다. 전기 사용량으로 추정해보면 공장은 24시간 휴일도 없이 풀가동됐고,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기계 안전장치도 제거된 상태였다. 물론 마케팅 비용이나 매장 임대료 등을 더하면 실제로 남는 건 이보다 적겠지만, 그래도 굉장히 많은 이윤을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디올 백 등 명품 가방은 얼마나 마진이 남을까.
12일 업계에 따르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에서 샴페인부터 시계, 가방, 화장품까지 판매하는 모든 제품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지난해 기준 소비자 가격의 31%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디올, 루이비통 등 대형 브랜드의 핸드백 마진은 훨씬 더 클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시장조사업체 번스테인의 분석을 보면 디올과 비슷한 규모(연간 매출 100억 유로 기준)의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은 가격의 23% 가량을 제품에 들어가는 원자재와 인건비로 사용한다. 이를 기준으로 추산해보면 2600유로짜리 디올 제품을 만드는 데는 원가 598유로(약 89만원)가 든다. 핸드백 하나 당 광고 수수료는 평균 156유로(약 23만원), 회사 자산 감가상각 측면에서도 156유로를 감안해야 한다. 여기에 임대료와 매장 운영비, 본사 로열티 비용 등이 추가로 390유로(약 58만원) 더 든다. 이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디올 백을 하나 팔면 가격의 절반 정도가 남는 셈이다. 실제로 명품업체들의 영업 마진(영업이익률)은 50%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급격히 올렸던 가격 덕에 마진이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명품업체들의 가격 결정력이 커지는 동안 원가나 비용은 줄었다. LVMH 그룹 기준 영업 마진은 2017년 30% 남짓에서 2021년 이후엔 40%를 넘어섰다. 자동차 업체 가운데 가장 마진율이 높다는 테슬라 전기차가 20% 내외를 감안하면 엄청난 수준이다.
명품 제품은 언제부터 ‘한 땀 한 땀 장인의 손길’ 대신 중국계 이민자들이 만들기 시작했을까. 업계에선 2008년 즈음부터 이 같은 추세가 크게 확산했을 것으로 본다. 이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여서 명품업체들도 어려움을 겪었다. 불황으로 실적이 악화하자 주요 럭셔리 업체들 중심으로 대량 생산체제가 구축됐다. 수천개의 소규모 생산업체에게 하청에 재하청을 대량으로 주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장인이 만든 제품이란 마케팅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생산 방식에 제동이 걸릴 예정. 이탈리아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경쟁당국(AGCM)은 디올과 아르마니 등 '노동 착취 의혹'이 불거진 브랜드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AGCM은 이탈리아에 있는 두 회사 사업장을 압수수색하고 해당 기업들의 노동법 위반 여부뿐만 아니라 마케팅 및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해서도 폭넓게 조사할 방침이다. 투자자들도 문제를 제기했다. LVMH 투자자들은 아웃소싱으로 난립한 공급망을 수직 통합하고 내재화하길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한 투자자는 “비싼 값에 고급 제품을 살 때 제조 과정에서 노동 관행이 잘못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고객은 없다”며 “브랜드의 공급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제는 이렇게 하려면 공급망 구축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모니터링 비용이 더 들 것이라는 점이다. 자칫 디올 가방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명품 브랜드들이 상당한 마진을 누리고 있지만 공급망을 신규 구축할 때 드는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