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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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출근하지도 않고 71차례에 걸쳐 2300만원의 휴일특근수당을 챙긴 관리자급 직원을 해고한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해당 직원은 "실제로 주말에 집에서 일했다"며 허위 청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실제로 일한 것과 관계없이 "회사의 승인을 받은 정식 재택이 아니라면 인정할 수 없다"며 근로자의 주장을 일축했다.

○2년 4개월 동안 특근수당 2300만원 허위 청구...적발되자 "실제로 집에서 일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3월 현대제철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현대제철의 손을 들어줬다.

1987년 현대제철에 입사해 공장에서 수출제품 출하 업무의 관리자로 일해온 직원 A씨는 2019년 9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2년 4개월 동안 총 71회에 걸쳐 실제로는 출근하지 않았으면서 2300여만원의 허위 휴일특근 수당을 청구한 사실이 적발됐다. 허위 청구한 근무시간은 629시간에 달했다.

이런 대범한 행각은 A가 수출제품장에서 근무하는 유일한 직원인데다 관리자라 다른 상급자의 관리·감독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었다.

결국 회사는 2022년 4월 인사위를 개최해 근태 위반 등을 이유로 A에 대해 '면직'을 의결했다. 하지만 A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이후 인천 지노위와 중노위가 이를 두고 '부당해고'라고 판정내리자 회사가 중노위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

A는 법정에서 "휴일마다 집에서 실제로 2시간 정도 업무를 했다"며 "회사 전산시스템상 4시간 이하 특근은 신청할 수 없게 해놔서, 휴일 업무시간을 모아 특근 신청을 한 것"이라고 회사 탓을 했다. 재택근무를 인정해 주지 않는 회사 시스템 때문에 허위 수당 청구가 불가피했다는 주장이다.

되레 "2300만원도 전액 반환했으니 회사가 A의 제공한 주말 노무의 대가만큼 이익을 얻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 "정식 재택은 절차 거쳐야"...'셀프 재택' 주장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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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원은 "A에 사회 통념상 고용 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며 A의 주장을 일축하고 해고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공휴일·주말에도 수출제품 출하를 하는 만큼 휴일마다 집에서 어느 정도 업무를 수행했을 수는 있다"면서도 "A는 재택근무 시행 대상이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재택근무가 인정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 재택근무 한 대가를 청구했다는 A의 주장에 대해서도 "‘일정한 절차가 요구되는 정식 재택근무’와 ‘임의로 시행한 재택근무’를 같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A는 (재택근무 관련) 제도 개선을 회사에 직접 요구한 적도 없고, 아무런 논의 없이 임의로 허위 특근 신청을 해 수당을 부당수령한 게 정당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매주 2시간씩 휴일근무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A가 제출한) 카톡이나 통화 내역을 봐도 시간이 짧으며, A의 후임자도 '집에서 별도로 업무처리를 한 사례는 없으며, 드물게 돌발상황이 나와도 전화나 카톡으로 5분 이내에 처리했다'고 증언했다"고 지적했다.

징계 수위가 과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기간이 약 2년 4개월로서 길고 그 액수 또한 상당한 금전 관련 비위행위로 정도가 중하다"며 "다른 근로자의 근태를 관리할 책임이 있는 관리자로서의 지위를 망각한 채 단독으로 근무하는 환경을 이용하여 근태 부정을 저질러 신뢰 관계가 크게 훼손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9년 발생한 비슷한 허위 근태 사건에서는 정직 1개월을 내렸다"는 A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그 사건 이후 회사는 재발방지 차원의 공지를 지속해서 내렸다"고 꼬집었다. 중노위가 항소하면서 재판은 현재 고등법원에 계류 중이다.

○연장근무 관리 부실하면 법적 리스크 '쑥'..."최소한 제동 장치 마련해야"

근로자들도 '실제 근로시간'을 증명해 수당이나 임금을 청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경우 연장근로나 휴일근로를 특별히 지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근로자가 굳이 나와서 근로를 제공했고 이를 특별히 제재하지 않았다면 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특히 휴일이나 연장근로 수당에 대해서는 50%, 최대 100% 가산 수당이 붙는 데다 자칫 잘못하면 주52시간제 위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철저히 관리하지 않았다가는 법률 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다.

게다가 근로자에 대한 관리감독이 부실한 부분에서 수당 과다 청구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엔 종종 '기업의 관리 부실'로 책임이 전가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실제 A의 주말 근로시간이 입증됐다면 결론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며 "근태 관리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연장·휴일근로의 경우 부서장 사전 승인을 필수로 받도록 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놓고 일관되게 적용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