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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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숭아를 좋아하는 30대 주부 박모씨는 이달 들어 복숭아를 식탁 위에 꾸준히 올리고 있다. 체감 가격이 지난해보다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박씨는 "동네 마트 마감세일 시간을 맞추면 복숭아 4㎏ 한 박스에 1만5000원대도 살 수 있어 식후 디저트뿐 아니라 샐러드 재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채소 가격이 올랐지만 아이들이 즐겨 먹는 여름과일 가격이 지난해보다 낮아져 가계부 부담을 일부 덜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폭염이 이어지면서 오이와 애호박 등 서민 식탁에 자주 오르는 채소 가격이 오름세다. 반면 복숭아를 비롯한 과일 가격은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비에 병충해까지…채소 가격 '고공행진'

"그동안 손도 못 댔는데"…마트 간 주부들 돌변한 이유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애호박(상품 기준)은 1개에 2094원으로 전월보다 86.6% 치솟았다. 이는 평년(2019년부터 작년까지 값 중 최대·최소 제외 3년 평균값)보다 21% 비싼 가격으로 1년 전보다도 19.1% 높은 수준이다.

다다기오이 소매가도 10개에 1만3269원으로 한달 전보다 53.6% 뛰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6.9% 올랐고 평년과 비교해도 39.8% 비싸다.

애호박, 오이 등 가격 상승은 장마철 잦은 호우와 이어진 폭염 등 날씨 여파로 생육이 부진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강원 지역 백다다기오이의 경우 지난달 비가 와 수정이 불량했고 충청 지역은 여기에 더해 해충 피해가 늘어났다. 애호박 역시 잦은 비와 병충해 확산 등으로 이달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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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 자주 오르는 쌈채소인 상추와 깻잎도 평년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적상추(100g 기준) 가격은 2198원으로 전월보다 94.9% 뛰었고, 이는 평년(1621원)보다 35.6% 높은 수준이다. 파프리카 가격은 200g에 1566원으로 일주일 만에 23.8% 올랐다. 평년보다 12.26% 높은 수준이다.

여름철 김치 등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열무의 경우 1㎏당 소매가격이 4831원으로 평년보다는 40.3% 비쌌다. 한달 만에 56.1% 뛰었고, 일주일 만에 5.8% 올랐다. '이열치열' 음식의 단골손님인 청양고추는 100g에 1540원으로 1년 전보다 56.2%, 평년보다 57.6% 각각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풋고추와 애호박, 오이 가격이 지난해보다 상승할 전망"이라며 "여름철 폭염에 대비해 철저한 농작물 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과일 값은 안정…포도·복숭아 '하락'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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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와 달리 과일은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복숭아와 포도 등 여름이 제철인 과일을 중심으로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aT에 따르면 9일 소매 가격 기준 캠벨얼리 포도 1㎏(L과 기준) 가격은 1만2069원으로 1년 전보다 7.6% 내렸다. 샤인머스켓도 1㎏ 가격이 1년 전보다 26.7% 낮은 2만9396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만원대(4만82원)에서 1만원 넘게 떨어진 것.

백도 복숭아(10개·상품 기준)는 1만7758원으로 1년 전보다 24.7% 하락했다. 평년보다 6% 낮은 수준이다.

여름이 제철인 참외(10개·상품 기준) 가격도 2만621원으로 16.7% 내렸다.

수박의 경우 1통(상품 기준) 가격이 2만9685원으로 1년 전보다 3.6% 올랐다. 다만 대형마트 등 업계에서는 5∼6㎏ 수박은 2만3000원대, 7∼8㎏ 수박은 2만5000원대에 각각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시설포도는 생육 초기 일조량 부족으로 부진했던 작황이 회복되면서 이달 출하량이 지난해 8월보다 6.3% 증가할 전망이다. 복숭아 역시 출하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캠벨얼리와 샤인머스켓 가격은 지난해보다 하락할 전망"이라며 "이달 복숭아 중 천중도백도의 경우 4㎏ 기준 도매가가 51.3% 떨어진 2만2000원 내외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