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시내 한 건물 지하주차장 전기차 충전소에 게시된 충전 주의사항 안내문.  /뉴스1
지난 9일 서울 시내 한 건물 지하주차장 전기차 충전소에 게시된 충전 주의사항 안내문. /뉴스1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는 최근 ‘2024년 정부청사 전기차 충전기 확충사업’ 계획을 긴급 변경했다. 당초 행안부는 올해 5억24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정부세종청사에 50기, 그 외 지방청사에 50기의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예정이었다. 세종청사는 전량 지하에, 지방청사는 모두 지상에 설치할 예정이었다.

상대적으로 공간이 넓은 지방청사와 달리 세종청사 지상은 면적이 협소해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있던 벤츠 EQE 차량에서 불이 나 주변으로 옮겨붙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전기차 포비아’(phobia·공포)가 확산하자 급히 계획을 바꿨다.

행안부는 전기차 충전기 50기를 세종청사 지하에 설치하려고 했던 당초 계획을 바꿔 지상에 12기를 만들기로 했다. 당초 계획 대비 38기 축소된 것이다. 세종청사 지상에 50기의 전기차 충전기를 만드는 건 물리적 공간이 부족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획재정부와 행안부가 있는 중앙동의 경우 지상엔 민원인 주차장이 있어 추가 설치가 쉽지 않다.

전국 광역 지방자치단체들도 지하에 설치돼 있던 전기차 충전기를 잇따라 지상으로 이전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경남도 등 일부 지자체는 자체 조례를 통해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에 설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기초 지자체들도 산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전기차 충전기 긴급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뿐 아니라 전기차를 대상으로도 차량 연식 등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각 지자체는 201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관용 전기차를 경쟁적으로 도입했다. 친환경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지자체가 앞장서 전기차를 도입했다. 특히 2016년 도입된 ‘공공기관 친환경차 의무구매제도’로 관용 전기차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 제도는 공공기관이 신차 구매, 또는 임차 시 일정 비율 이상을 친환경차로 구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특히 공공기관장의 전용 차량은 전기차·수소차로 우선 구매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관용 전기차 숫자를 늘리는 것에 치중해 충전기 등 인프라에는 미처 신경 쓰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충전기 등 전기차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심층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