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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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본토에서의 군사작전 진행 상황을 처음으로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저녁 정례 연설에서 "오늘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총사령관이 최전선 상황, 그리고 침략자(러시아를 지칭)의 영토로 전쟁을 밀어내기 위한 우리의 행동에 대해서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침략자에게 필요한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6일 접경지인 러시아 쿠르스크주로 진격해 교전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나온 발언이다. 그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 공격에 직접적인 언급을 삼가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8일에도 "러시아가 우리 영토에 전쟁을 몰고 왔으니 그들도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느껴봐야 한다"며 러시아 본토 공격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남서부 접경지에서 닷새째 우크라이나와 전투 중인 러시아는 이날 쿠르스크, 벨고로드, 브랸스크 등지에 대테러 작전체제를 도입했다. 러시아 반테러위원회(NAC)는 "우크라이나 정권이 우리나라 여러 지역의 상황을 불안정하게 하려는 전례 없는 시도를 했다"며 대테러 작전체제 도입 사실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을 다니는 개인과 자동차에 대한 검문, 이동 제한, 통신 제한 등 조치가 시행된다.

NAC는 "쿠르스크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테러 공격으로 민간 희생자가 발생하고 민간 건물과 시설이 파괴됐다"고 덧붙였다. 알렉세이 스미르노프 쿠르스크 주지사 대행은 텔레그램에서 "우크라이나의 사보타주(파괴공작)와 테러 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쿠르스크에 대테러 작전 체제가 시행됐다"고 밝혔다. 전날 러시아 비상사태부는 쿠르스크에 연방 차원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 연방 영토를 침공하려는 우크라이나군의 시도를 계속 격퇴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쿠르스크 도시 수드자에는 러시아 천연가스를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으로 공급하는 가스관 관련 시설이 있으며, 쿠르차토프에는 대규모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 타스 통신은 "쿠르스크 원전에서 지난 8일 요격당한 미사일 일부로 추정되는 파편과 잔해가 발견돼 러시아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관련 상황을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교전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개시 이후 러시아 본토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최대 공격으로 분석되고 있다. 러시아의 '맹방' 벨라루스도 국경 경계 강화에 나섰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전날 "우크라이나 드론이 자국 영공을 침범하는 도발을 감행했다"며 접경지 병력 증강을 지시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