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속 해부학자] 활 잘 쏘는 비결, 김홍도 풍속화에서 찾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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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계명대 의대 교수
![[미술관 속 해부학자] 활 잘 쏘는 비결, 김홍도 풍속화에서 찾아보니](https://img.hankyung.com/photo/202408/AA.37672178.1.jpg)
![[미술관 속 해부학자] 활 잘 쏘는 비결, 김홍도 풍속화에서 찾아보니](https://img.hankyung.com/photo/202408/07.36351772.1.jpg)
무엇보다 한국이 유독 칼, 총, 활과 같은 무기를 사용하는 종목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렸다. 우리가 예로부터 칼, 총, 활을 잘 다루던 민족으로 “아마 DNA에 이런 능력이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돌았다. 정말 그럴까. 조선시대 김홍도의 그림을 살펴보며 그 이유를 알아보자.
김홍도의 작품 속 활쏘기 자세
단원(檀園) 김홍도는 도화서 화원으로 신윤복과 함께 풍속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왕의 초상화부터 산수화, 민화, 기록화 등 모든 화풍에서 놀라울 정도로 높은 수준의 실력을 보여줬다. 그의 작품 중 ‘활쏘기’는 활쏘기를 연습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단원풍속화첩>(27×22.7㎝,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그림이다.그림 속에서 왼쪽에 있는 한 교관이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사내의 자세를 잡아주고 있다. 매우 진지한 모습으로 자칫 잘못 활을 쏘지 않도록 엄중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오른편 위쪽의 사내는 한쪽 눈을 감고 화살이 휘어지지 않았는지 유심히 살펴보고 있고, 그 아래의 사내는 활시위를 고르는 듯하다.
이들 세 사내의 진지한 모습과 달리 정작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사내의 표정은 곤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심지어 오른손으로 활을 잡은 것으로 보아 왼손잡이인데, 발의 자세는 반대로 돼 있다. 이 자세로는 제대로 힘이 실리게 활시위를 당길 수 없을 것 같다. 김홍도의 실수인지, 웃기려고 그린 풍자인지 알 수 없다. 아마 활쏘기는 선비가 배워야 할 과목인 육예(六藝·禮, 樂, 射, 御, 書, 數)로 중요한 만큼 쉽지 않다는 점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대한민국의 저력을 느끼며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활을 잘 쏘는 민족으로 유명했다. 특히 고구려 건국 시조인 주몽(朱蒙)의 설화와 달리는 말에서 몸을 뒤돌려 쏘는 ‘파르티아식 궁술’이 그려진 고구려 고분 무용총 벽화 ‘사냥도’ 등에서 이 같은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평상시 활은 사람의 마음을 가다듬는 수양의 한 방법이지만, 전쟁 때는 나라를 지키는 무기가 됐다. 긴 창과 도(刀)를 자랑하는 중국이나 검(劍)을 즐겨 쓰는 일본은 가까이서 직접 맞이하고 싸우는 살상 무기를 많이 사용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침략을 멀리하고, 상대국의 침략에 맞서 적을 쫓아내는 데 주로 활을 이용했다. 또한 우리 민족은 젓가락을 사용하기 때문에 손의 내재근육와 아래팔 근육(전완근)이 발달해 활, 총, 칼과 같은 무기를 더욱 정교하게 다룰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무한한 노력과 열정, 협회의 공정한 선발 과정과 평가가 있었기 때문에 예상을 뒤엎고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이번 올림픽으로 우리는 다시 한번 우리 민족의 저력을 느꼈다. 이러한 저력이 정치와 경제,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바람을 일으켜주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