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밥 한 끼로 쌓는 관계
매년 여름 복날 즈음 회사에는 ‘삼계탕DAY’라는 이벤트가 열린다. 올해는 특별히 서울 경복궁역 근처 유명한 삼계탕집을 빌려 행사를 진행했는데, 반응이 예년보다 훨씬 더 뜨거웠다. 동료들과 함께 식당까지 걷고, 밥을 먹으며 관계를 쌓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단순한 밥 한 끼 이상의 즐거움을 가져다준 것이다.

조너선 하이트의 저서 <행복의 가설>에서는 행복이 관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인간은 스스로 행복할 수 없으며 나와 일과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행복을 찾는 길이라고 한다. 삼계탕DAY라는 어쩌면 단순한 행사에서 직원들이 그 이상의 행복감을 느낀 것도 결국은 ‘건강한 관계’를 경험했기 때문이 아닐까.

요즘 세대와 건강한 관계를 쌓는 데 중요한 포인트는 ‘관리를 하기’보다는 ‘관심을 갖는 것’이다. 관심(關·관계할 관, 心·마음 심)은 단어 뜻 그대로 타인에게 마음을 기울여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다. 특히 이 세대는 관리자의 지시나 통제보다 자신의 존재와 노력을 인정받는 것을 선호한다. 그들에게 상사는 단순 관리자 그 이상의 역할이며, 동료 간에도 성장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분위기가 매우 중요하다.

관심을 통한 관계 맺기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식사부터 시작하자. 70세가 넘은 미국프로농구(NBA) 최고령 감독 그레그 포버비치가 20대 선수들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저녁 식사 자리를 자주 마련하는 방식은 관심을 기반으로 한 관계 맺기의 좋은 사례다. 그는 ‘성질 더러운 불도그’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권위주의자로 알려졌지만, 남들보다 기량이 떨어지고 제멋대로인 선수들을 모아 놀라운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위력을 갖고 있다.

비결은 선수들과의 지속적인 유대감 형성에 있었다. 선수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며 대화하고, 그들이 팀의 중요한 일원임을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아날로그적인 소통 방식이지만 감독과의 식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유대감을 쌓고, 이는 바로 감독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 것이다. 포버비치 감독은 2023년 NBA 현역 선수들로부터 ‘가장 함께 뛰고 싶은 감독’으로 뽑히기도 했다.

비교적 개인주의 성향을 가진 요즘 세대에 관심으로 관계를 맺는 일은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명심하자.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무관심이다. 지나친 무관심은 오히려 관계를 메마르고 공허하게 만들 수 있다. 무관심과 외로움이 널리 퍼진 시대이기 때문에 작더라도 서로에게 진심 어린 관심은 큰 감동으로 연결된다. 지금 바로 동료들에게 밥 한 끼를 신청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