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상자산 시장이 외국인의 ‘투기 놀이터’로 전락한 것은 한국 시장만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투자자의 시장 반응이 빠른 데다 자본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상장 때 가격 급상승은 대체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심하다는 평가다. 이번에 시세조종 의혹 사건이 벌어진 어베일의 경우 빗썸에서 상장 당일 1300% 넘게 폭등했다. 같은 날 상장된 해외 거래소 게이트아이오(상승률 46%)와 후오비(297%)에서의 상승률과 차이가 크다.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는 특정 코인이 거래소에 상장되자마자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현상을 ‘상장빔’이라고 부른다. 올해 들어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상장된 암호화폐 대부분 상장빔 현상이 나타났다. 레이어제로는 상장 당일 143.2% 뛰었다. 블라스트(93%), 제타체인(67.7%), 빔(48.3%) 등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급등락이 심한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암호화폐)을 선호하는 개인투자자의 특성도 한몫한다. 국내에서는 글로벌 암호화폐 시가총액 1, 2위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투자를 선호하는 법인 투자가 가로막혀 있다 보니 알트코인 투자 비중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매우 높다. 업비트에서 거래되는 79.9%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외 암호화폐다. 세계 1위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비트코인·이더리움 외 거래 비중은 49.1%다. 일본 비트플라이어에서는 3.7%에 그친다. 백연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과 펌프 앤 덤프(가격 급등락) 현상에 대한 고찰’이란 논문에서 “한국은 글로벌 상위 10대 가상자산 외 자산 거래 비중이 높아 시세조종의 타깃이 되기 쉬운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세계 가상자산 시장에서 ‘유동성 창구’로 인식되기도 한다. 해외 암호화폐거래소 비트멕스 창립자 아서 헤이스는 올해 초 SNS에 암호화폐 에테나의 가격을 전망하면서 “에테나가 폭등하고 있지만, 아직 한국인들은 매수세에 참여하지도 않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