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금리 인하 실기' 비판…한은, 어떻게 풀어야 하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유럽 국가들, 인하 단행
美·韓은 여전히 동결
실물 경기 지표 부진에
중앙銀 '실기론' 힘받아
美 Fed, 침체 막기위해
단기채 팔고 장기채 매수
한은은 어떤 노력했나
美·韓은 여전히 동결
실물 경기 지표 부진에
중앙銀 '실기론' 힘받아
美 Fed, 침체 막기위해
단기채 팔고 장기채 매수
한은은 어떤 노력했나
올 들어 각국의 피벗(pivot·통화정책 방향 전환) 추진 여부를 보면 대부분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전통적으로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유럽 국가도 금리를 내렸다. 특수한 환경에 놓인 일본은행을 제외하고 미국 중앙은행(Fed)과 한국은행만 금리 인하에 주저하고 있을 뿐이다.
모든 정책은 양면성이 있다. 선제성(preemptive)을 생명으로 여기는 통화정책은 기준금리처럼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쳐 타이밍을 잃으면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난다. 최근 들어 제조업 지표와 고용지표 등이 부진하게 나오면서 미국과 한국에서 고개를 드는 금리 인하 실기 논쟁이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가장 중요한 금리 인하 시기를 놓치는 것은 물가와 금리, 그리고 경기 간 트릴레마에 빠져 있을 때다. 조세와 복지, 그리고 국가채무 간 상충관계인 재정 트릴레마에 빗댄 통화 트릴레마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오르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침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트릴레마 국면에서 금리 변경이 얼마나 적정했는지를 평가하는 가장 보편적인 잣대가 ‘테일러 준칙(Taylor’s rule)’이다. 산출 공식은 실질 균형 금리에 평가 기간 중 물가를 더한다. 여기에 평가 기간 중 물가에서 목표치를 뺀 수치에 정책반응 계수(물가와 성장에 대한 통화당국의 정책 의지를 나타내는 계수)를 곱한다. 그리고 평가 기간 중 성장률에서 잠재성장률을 뺀 값에 정책반응 계수를 곱한 뒤 모두 더해 산출한다.
테일러 준칙은 정책반응 계수에 따라 적정 금리 수준이 달라지는 한계를 갖고 있다. Fed와 한은처럼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면 적정 금리 수준이 높게 나와 경기 침체 우려가 제기되더라도 금리 인하에 주저하게 된다. 정책반응 계수 또한 외부에서 알 수 없어 적정 금리가 산출되더라도 왜 그 수준이 나왔는지 논란이 된다.
통화정책의 모호한 점을 배제하기 위해 제시된 것이 ‘통화 준칙(monetary rule)’이다. 밀턴 프리드먼과 같은 통화론자가 주장하는 이 준칙은 물가 목표치를 2%로 설정해 놓았을 경우 물가 상승률이 목표선을 웃돌면 자동으로 금리를 올리고, 밑돌면 금리를 내려 중앙은행의 자유 재량적 여지를 배제했다. 하지만 금융위기와 같은 비상사태나 최근과 같은 초불확실성 시대에 물가와 경기, 경기와 고용, 고용과 물가 간의 정형화한 사실(stylized facts)이 흐트러질 때는 통화 준칙에 따른 금리 변경은 무력해지는 단점이 있다. 작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서 다시 한번 입증됐듯이 고도의 경륜과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2008년 초유의 금융위기를 맞아 당시 벤 버냉키 Fed 의장과 재닛 옐런 Fed 부의장이 제시한 것이 ‘최적통제준칙(OCR·optimal control rule)’에 의한 금리 변경 방식이다. OCR은 양대 책무(물가 안정과 고용 창출)로부터의 편차를 최소화하는 기준금리 경로를 말한다. 그때그때 통화정책 여건을 반영하는 유연성 면에서 적정 금리를 토대로 운용하는 테일러 준칙과 차이가 난다.
문제는 금리 변경 시기를 OCR 경로보다 앞당기거나 늦출 때 의장을 포함한 Fed 인사의 ‘자의성’이 너무 많이 개입된다는 점이다. 2022년 3월 이후처럼 금리를 올릴 때 ‘에클스 실수’를, 최근처럼 금리를 내릴 때 ‘볼커 실수’를 우려하면 OCR 경로보다 앞당겨 선제성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금리 변경을 적절한 시기에 했더라도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간 관계가 일관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04년 이후처럼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시장금리가 떨어지는 ‘그린스펀 수수께끼’, 코로나19 사태 이후처럼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장금리가 더 올라가는 ‘파월 수수께끼’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기준금리 변경 방식이 가진 한계 때문에 요즘 미국에서는 금리 인하 실기 문제를 잘 따지지 않는다. 통계 기법상 요인 분석으로 기간별 금리와 정책목표 간의 유의성을 따져보면 단기금리는 물가에, 장기금리는 경기에 더 민감한 것으로 나온다. 기준금리 변경 여부와 관계없이 장단기 금리를 조절하면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처럼 물가가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 침체가 우려되면 Fed는 단기채를 팔고 그 대금으로 장기채를 사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추진해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단기금리는 올라 아직 높은 물가를 잡고 장기금리는 내려 총수요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 실기 비판을 받는 한은은 이런 노력을 얼마나 해왔는지 따져봐야 할 때다.
모든 정책은 양면성이 있다. 선제성(preemptive)을 생명으로 여기는 통화정책은 기준금리처럼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쳐 타이밍을 잃으면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난다. 최근 들어 제조업 지표와 고용지표 등이 부진하게 나오면서 미국과 한국에서 고개를 드는 금리 인하 실기 논쟁이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가장 중요한 금리 인하 시기를 놓치는 것은 물가와 금리, 그리고 경기 간 트릴레마에 빠져 있을 때다. 조세와 복지, 그리고 국가채무 간 상충관계인 재정 트릴레마에 빗댄 통화 트릴레마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오르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침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트릴레마 국면에서 금리 변경이 얼마나 적정했는지를 평가하는 가장 보편적인 잣대가 ‘테일러 준칙(Taylor’s rule)’이다. 산출 공식은 실질 균형 금리에 평가 기간 중 물가를 더한다. 여기에 평가 기간 중 물가에서 목표치를 뺀 수치에 정책반응 계수(물가와 성장에 대한 통화당국의 정책 의지를 나타내는 계수)를 곱한다. 그리고 평가 기간 중 성장률에서 잠재성장률을 뺀 값에 정책반응 계수를 곱한 뒤 모두 더해 산출한다.
테일러 준칙은 정책반응 계수에 따라 적정 금리 수준이 달라지는 한계를 갖고 있다. Fed와 한은처럼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면 적정 금리 수준이 높게 나와 경기 침체 우려가 제기되더라도 금리 인하에 주저하게 된다. 정책반응 계수 또한 외부에서 알 수 없어 적정 금리가 산출되더라도 왜 그 수준이 나왔는지 논란이 된다.
통화정책의 모호한 점을 배제하기 위해 제시된 것이 ‘통화 준칙(monetary rule)’이다. 밀턴 프리드먼과 같은 통화론자가 주장하는 이 준칙은 물가 목표치를 2%로 설정해 놓았을 경우 물가 상승률이 목표선을 웃돌면 자동으로 금리를 올리고, 밑돌면 금리를 내려 중앙은행의 자유 재량적 여지를 배제했다. 하지만 금융위기와 같은 비상사태나 최근과 같은 초불확실성 시대에 물가와 경기, 경기와 고용, 고용과 물가 간의 정형화한 사실(stylized facts)이 흐트러질 때는 통화 준칙에 따른 금리 변경은 무력해지는 단점이 있다. 작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서 다시 한번 입증됐듯이 고도의 경륜과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2008년 초유의 금융위기를 맞아 당시 벤 버냉키 Fed 의장과 재닛 옐런 Fed 부의장이 제시한 것이 ‘최적통제준칙(OCR·optimal control rule)’에 의한 금리 변경 방식이다. OCR은 양대 책무(물가 안정과 고용 창출)로부터의 편차를 최소화하는 기준금리 경로를 말한다. 그때그때 통화정책 여건을 반영하는 유연성 면에서 적정 금리를 토대로 운용하는 테일러 준칙과 차이가 난다.
문제는 금리 변경 시기를 OCR 경로보다 앞당기거나 늦출 때 의장을 포함한 Fed 인사의 ‘자의성’이 너무 많이 개입된다는 점이다. 2022년 3월 이후처럼 금리를 올릴 때 ‘에클스 실수’를, 최근처럼 금리를 내릴 때 ‘볼커 실수’를 우려하면 OCR 경로보다 앞당겨 선제성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금리 변경을 적절한 시기에 했더라도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간 관계가 일관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04년 이후처럼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시장금리가 떨어지는 ‘그린스펀 수수께끼’, 코로나19 사태 이후처럼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장금리가 더 올라가는 ‘파월 수수께끼’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기준금리 변경 방식이 가진 한계 때문에 요즘 미국에서는 금리 인하 실기 문제를 잘 따지지 않는다. 통계 기법상 요인 분석으로 기간별 금리와 정책목표 간의 유의성을 따져보면 단기금리는 물가에, 장기금리는 경기에 더 민감한 것으로 나온다. 기준금리 변경 여부와 관계없이 장단기 금리를 조절하면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처럼 물가가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 침체가 우려되면 Fed는 단기채를 팔고 그 대금으로 장기채를 사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추진해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단기금리는 올라 아직 높은 물가를 잡고 장기금리는 내려 총수요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 실기 비판을 받는 한은은 이런 노력을 얼마나 해왔는지 따져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