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와 쿠팡의 멤버십 가격 인상이 촉발한 ‘e커머스 지각변동’이 거세지고 있다. 믿을 만한 플랫폼을 찾는 소비자와 셀러(판매자)가 많아지면서 SSG닷컴, 11번가, 롯데온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e커머스가 혜택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티메프 사태'에 대기업 e커머스 반사이익
11일 비씨카드 데이터사업본부에 따르면 티몬·위메프 이용자의 국내 주요 e커머스 결제 건수를 조사한 결과, 티메프 사태 이후 네이버·쿠팡보다 대형 오픈마켓(11번가·G마켓·옥션)과 백화점 플랫폼(SSG닷컴·롯데온)으로 더 많이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티메프 사태가 터진 후(7월 22~31일) 11번가·G마켓·옥션의 하루평균 결제 건수는 사태 전(6월 1일~7월 21일)보다 6% 증가했다. 같은 기간 SSG닷컴·롯데온도 7% 늘었다. 이에 비해 네이버·쿠팡의 결제 건수는 오히려 2% 줄었다. 애초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한 네이버·쿠팡 결제 건수가 감소한 데는 ‘쿠팡 멤버십 가격 인상’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쿠팡은 지난 7일부터 와우 멤버십 월회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1% 올렸다. 이 때문에 멤버십을 탈퇴하는 ‘탈팡족’이 증가하고 신규 가입하는 회원도 줄었을 것이란 추정이다.

탈팡족을 잡기 위해 혜택을 늘린 SSG닷컴은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쿠팡이 월회비를 올리기 직전인 이달 1~7일 SSG닷컴의 신선식품 특화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쓱배송 클럽’ 신규 가입자는 전주 대비 30% 증가했다. SSG닷컴 관계자는 “다른 e커머스 멤버십에서 옮겨온 것을 인증하면 지원금을 주고, 무료배송 기준을 4만원에서 1만4900원으로 낮추는 등 혜택을 늘린 덕분에 20~30대 고객이 큰 폭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앱 조사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이달 1~6일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G마켓·옥션과 SK그룹이 운영하는 11번가의 하루 평균 이용자는 한 달 전보다 각각 7.5%, 2.3% 증가했다.

셀러들도 대이동하고 있다. 10만 곳으로 추정되는 큐텐 계열사 입점 셀러들은 이들 플랫폼의 운영이 사실상 중단되자 다른 오픈마켓으로 이동하고 있다. 롯데온에 따르면 이달 1~7일 새로 입점한 셀러는 지난달 같은 기간에 비해 20%가량 늘었다. 신규 셀러에게 판매 수수료 면제, 20억원 규모의 판촉비 지원 등을 제공한 결과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